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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알로카시아
 부러진 알로카시아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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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을 예감이라도 하듯
전에 없이 아이들 키우더라니
            -이상옥의 디카시 <알로카시아>

오늘자 어느 일간 신문 기사가 눈에 띄었다. 2014년 대한민국에선 '가족 빅뱅'이 일어나고 있는데, '부부+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가족이 줄고 '1인 가구'가 주요 가족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통계청에 의하면 2020년엔 1인 가구가 전체의 29.6%를 차지해 싱글 패밀리가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된다는 것이다. 결혼 기피와 평균 수명 연장에 따른 새로운 싱글 패밀리 문화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대한민국에도 현실이 되고 있음을 실감했다.

전통적 의미의 가족이라는 개념도 점점 붕괴되면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점점 더 고립되고 스스로 소외되며 이로 인한 고독, 우울 등 정신병리 현상도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가족 개념 붕괴와 정신병리 현상

연구실에 늘 혼자 있는 처지이고 보니, 자연스럽게 난 같은 식물을 키우게 된다. 대학 본관 7층으로 연구실을 옮기면서 책과 기타 소지품들을 거의 시골집 창고서재로 옮겼지만 알로카시아만은 같이 데리고 올 만큼 애지중지했는데, 며칠 전 느닷없이 쩍 소리를 내며 몸이 찢어져 버렸다.

몸은 굽어 더 일어나지 못하지만 잎과 줄기는 창가 햇빛 쪽으로 향한다
 몸은 굽어 더 일어나지 못하지만 잎과 줄기는 창가 햇빛 쪽으로 향한다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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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카시아를 사서 화분에 직접 심어 키운 지 어언 10년 가까이 되었던 것 같다. 알로카시아가 점점 자라니 분갈이도 하고 그랬다. 처음에 물을 줄 때 화분을 들고 밖으로 가서 물을 주곤 했는데, 몸집이 커져서 지금의 화분으로 옮기고는 틈틈이 차 마시고 남은 물을 주면서 키웠다. 특별히 거름을 따로 주지는 않았지만 녹차를 우려먹고 남은 찌꺼기나 과일 껍질 등을 주어서 그런지 무럭무럭 잘 자라주었다.

알로카시아의 향일성은 특별했다. 연구실 창가 두면 입 줄기를 꼭 창 쪽으로 뻗쳐서, 그러다보면 알로카시아 몸통 전체가 기우는 것이다. 몸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할 수 없이 반대방향으로 돌려주면 다시 구부정한 몸이 빳빳하게 바로 선다.   
  
이러기를 반복하며 알로카시아를 키우는데, 키가 커지니 거의 연구실 천장에 닿을 듯했다. 그래서인지 어느 때부터는 알로카시아가 굽어져 크는 것이다. 방향을 바꾸어주어도 다시 전처럼 빳빳하게 일어나지 못했다.

알로카시아는 그나마 네 그루의 후손을 남겨

올해 들어서는 등 굽은 할머니처럼 그렇게 누워서 줄기와 잎을 피웠다. 그래도 향일성은 어쩌지 못해, 몸은 누웠지만 잎줄기만은 창쪽으로 향했다. 한 번씩 몸을 만져보면, 몸이 석회질 많은 노인의 뼈처럼 딱딱했다. 나이 든다는 것은 몸도 마음도 경직된다는 것인가 보다.

그렇게 몸은 누워서도 입 줄기만은 향일성을 잃지 않는 것을 보고, 알로카시아에게 내심  찬사를 보내고 있던 중 이런 일이 벌어져버렸던 것이다.   

새끼 알로카시아 네 촉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새끼 알로카시아 네 촉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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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카시아를 연구실에서 키우면서 생로병사를 환히 보았던 셈이다. 지구상에서 생명 있는 존재는 한 치의 예외도 없이 알로카시와 같은 길을 간다. 그나마 알로카시아는 네 그루의 후손을 남겨두고 갔다.

싱글 패밀리 시대의 도래 앞에서 새삼 가족의 의미를 되묻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 장르로 소개될 만큼 대중화되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날시)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



태그:#디카시, #알로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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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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