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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돌아가자" 22% vs "끝까지 잊지 말자" 75%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슴은 아프지만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 "세월호가 모든 것을 가로막고 있다." "세월호 탓이 아닌 것까지 모두 그 쪽으로 몰아가려는 분위기도 있다."

'세월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했다. 하지만, 지금껏 언론들의 시각은 그러하지 않았고, 그나마도 여름이 지나 가을 분위기 펴지면서 더 이상의 '뜨거움'은 찾아볼 수 없다.

가장 큰 피해자이자 사건의 직접 당사자로서, '세월호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 누구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안산시민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2주 동안 100명에게 직접 대면 방식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일반적 기준에 맞춰 질문은 단답형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5가지만 물었다. 설문에 응한 100명의 직업이나 연령층은 기사 뒷 부분에 공개했다.

첫째, 그나마 국회에서 벌어지는 여당과 야당의 첨예한 대립으로 인해 범국민적 관심사가 만들어져 있는 '세월호 특별법 기소권·수사권이 포함 여부'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100명 중 86명이 "포함돼야 한다"고 답했다.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한 시민들은 그 이유에 대해 "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선례가 될 수 있다." "어느 나라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개인에게 부여하는 곳은 없다. 말도 안 된다." "자력구제 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이었으며 "수사권은 포함돼야 하나 삼권분립의 원칙상 기소권은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둘째, 유가족 측이 긴 시간 농성까지 하며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대통령과의 면담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 중 81명이 "만나야 한다"고 답한 반면 18명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나머지 한 명은 답을 하지 않았다.

'만나야 할' 이유로는 "대통령의 통 큰 결정이 필요"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하기 위해" "불신 해소" "유가족 위로 차원" "약속했으니까" "국정책임자로서 당연한 의무" 등이 나왔으며, '만날 필요 없다'는 쪽은 "많이 만났다" "국회에서 처리해야" "국가적 위기도 아닌데 모두 만나야 하나" "만나봐야 소용없다" 등의 이유를 제시했다.

셋째,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은 어디에 있나 라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 대해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다하지 못한 무능한 정부와 청와대'라는 답변이 45표를 받아 근소한 차이로 1위를 차지했고, '돈을 위해 무리하게 운행한 유병언 일가와 회사 관계자'라는 답변이 40표로 뒤를 이었다. '청해진해운의 불법을 묵인한 해경 고위인사 등 관피아 집단'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답변도 34표에 달해, 세 가지 모두 골고루 분포했다.

넷째,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 대해서는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85표를 얻었으며 뒤를 이어 '철저한 원인규명 및 책임자 처벌'이 74명의 선택을 받았다. '피해자 치유 및 보상'은 상대적으로 적은 17명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마지막으로, '세월호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질문에 대해 100명의 응답자 중 75명은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끝까지 잊지 말자"고 했으며 22명은 "이제 정리하고 평상으로 돌아가자"고 답했다. 한 명은 응답하지 않았다.

세월호 관련 안산시의회 의원 입장, 정당별로 갈려

이번 설문에 응한 100명 중 남녀의 비율은 56:44로 비슷했으며, 연령대는 20대가 14%, 30대가 33%, 40대가 38%, 50대가 15%였다.

직업별로는 회사원(또는 노동자)라고 밝힌 일반 직장인 계층이 50명으로 딱 절반을 차지했다. 공무원이라고 밝힌 사람이 27명, 사업가(자영업 포함)가 9명, 정치인 8명, 주부 3명, 시민단체 2명, 무직 1명 순이었다.

세월호와 관련한 안산시의회 의원들의 입장은 소속 정당을 대변하듯 극명하게 갈렸다. 초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A의원은 "지역경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것이 세월호와 무관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면서도 "정부가 세월호 사고 발생 초기 약속했던 부분들을 지킴으로써 유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경제를 살리고 나라의 안정을 되찾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역시 초선인 새누리당의 B의원은 "세월호가 법위에 있다는 말이 나온다"며 "지금껏 너무 많이 이용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듯 이제 그만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B의원은 "결국 유가족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첫째, 보상 둘째, 관계자 처벌 셋째, 재발방지대책 이런 순서 아니냐"며 유가족들이 주장하는 내용과는 큰 견해 차이를 보였다.

한편, 제종길 안산시장은 "(세월호로 인해) 무엇보다 시민들 사이의 갈등이 없어야 한다"며 "유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다시 안산으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방향'의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돼야 하고, 더불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면, 이 두 가지 사안이 서로 상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즉, 세월호에 집중한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 아니며 마찬가지로 경제활성화를 위해 세월호를 잊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라는 시각"이라고 밝혔다.

세월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비록 '배' 세월호는 더 이상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사고' 세월호는 이렇다 할 진전된 내용이 전혀 없다. 이제 더 이상 <네이버>나 <다음> 등 대형 포털 사이트 첫 화면에서 세월호를 찾아보기는 어려워졌다. 사고 발생 5개월을 넘긴 지금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실종자가 10명이나 되며, 이미 사망한 294명의 억울함을 달래기엔 지끔껏 우리가 한 일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만큼 고통의 시간은 흘렀고 여전히 흐르고 있지만, 명확하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직까지 '왜 침몰했는지' '왜 살리지 못했는지'에 대해 누구하나 시원하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또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대책들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5개월 전 안산지역을 둘러쌓던 애도 현수막들은 점차 색이 바래가며 하나 둘 거리에서 사라져가고 있고, 급기야는 '세월호가 보기 싫다'며 무단으로 현수막을 훼손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최근에 다시 길거리에 내걸린 노란 현수막에 적혀 있는 글귀가 '세월호'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말하는 듯하다.

"별이 된 아이들이 묻습니다. 이제는 밝혀졌습니까, 지금은 안전합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가 운영하는 안산지역 인터넷 뉴스 '데일리안산(dailyansan.net)'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그:#세월호, #세월호 특별법, #수사권 기소권, #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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