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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내내 타올라야 할 성화가 개회 다음날 갑자기 꺼지는 등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아래 인천AG 조직위)의 운영 미숙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는 경기장 인근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귀빈용'으로 지정해, 정작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은 주차를 못하게 막는 일이 벌어졌다.

인천광역시 연수구 동춘동 주민인 서아무개(44, 지체장애 5급)씨는 지난 20일 오후 식구들과 인천아시안게임을 즐기러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남편인 김아무개(43, 지체장애 2급)씨와 여섯 살 딸과 함께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경기가 열리는 인천 남구 문학동 박태환수영장을 찾았으나,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VIP(Very Important Person·귀빈) 전용 주차구역으로 지정돼 큰 불편을 겪은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경기장 인근 장애인전용주차구역(사진 동그라미 표시)을 'VIP, 귀빈용'으로 지정해, 정작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실제 장애인들은 주차를 못하게 막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0일 경기를 즐기러 문학동 박태환수영장을 찾았던 서아무개(44, 지체장애 5급)씨는 식구들과 인천아시안게임을 즐기러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 "장애인 주차장 표시 선명한데... 'VIP' 전용이라며 막아"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경기장 인근 장애인전용주차구역(사진 동그라미 표시)을 'VIP, 귀빈용'으로 지정해, 정작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실제 장애인들은 주차를 못하게 막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0일 경기를 즐기러 문학동 박태환수영장을 찾았던 서아무개(44, 지체장애 5급)씨는 식구들과 인천아시안게임을 즐기러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 서모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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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씨는 22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당일 입장할 때 주차 안내원에게 물어보니까 장애인 주차장이 없다고 해서 먼 곳에 주차를 하고 걸어 들어갔다, 그런데 경기장에 가보니 떡하니 장애인 표시가 된 주차장이 있더라"며 "거기엔 'VIP·귀빈'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후원사로 보이는 'OO모터스' 차량이 주차해 있었고, 나머지는 텅텅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장애인 주차장이 없다는 말에 이들 부부는 타고 온 차량을 경기장 바깥에 주차한 뒤 불편한 다리로 10여분을 걸었다. 하지만 경기장에 도착해보니 입구 바로 앞에 휠체어 표시가 그려진 장애인 주차장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해당 주차장 입구에는 'VIP·귀빈' 표지판과 함께 출입제한 지역을 표시하는 헤비콘(원뿔형 표지판)들이 놓여 있었고, 경호업체 소속으로 보이는 직원이 주차를 통제했다고 한다. 화가 난 서씨와 남편 김씨가 "어떻게 된 거냐"고 강하게 항의했지만, 직원은 "어제(19일)는 주차가 가능했지만 오늘은 귀빈용이라 쓸 수 없다, 저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말만 반복했다.

서씨에 따르면 또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돼 있던 OO모터스 차량 안에는 운전자로 보이는 남성이 타고 있었다. 서씨 가족과 직원이 실랑이하는 걸 지켜본 그는 조용히 차를 빼 일반인 주차구역에 주차했다고 한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장애인자동차표지를 부착하지 않은 자동차가 이용할 경우, 불법으로 간주해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지시한 적 없는데..." 해명하던 조직위, 결국... 

장애인 주차장이 없다고 해 장애인인 서아무개씨(지체장애 5급)와 김아무개씨(지체장애 2급)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10여분을 걸어왔지만, 경기장에 도착해보니 바로 앞 입구에 휠체어 표시가 그려진 장애인 주차장이 있었다고 한다. 조직위 안전부 김아무개 담당관은 "일부러 (장애인 주차를) 막거나 한 건 아니다"라며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제가 사과드린다. 앞으로는 절대 같은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 '장애인 주차장 없다더니, 이제는 VIP 전용이라 안돼?' 텅텅 빈 장애인주차장 장애인 주차장이 없다고 해 장애인인 서아무개씨(지체장애 5급)와 김아무개씨(지체장애 2급)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10여분을 걸어왔지만, 경기장에 도착해보니 바로 앞 입구에 휠체어 표시가 그려진 장애인 주차장이 있었다고 한다. 조직위 안전부 김아무개 담당관은 "일부러 (장애인 주차를) 막거나 한 건 아니다"라며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제가 사과드린다. 앞으로는 절대 같은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 서모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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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실은 서씨가 친구인 우현주(43)씨에게 하소연하고, 이를 우씨가 SNS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우씨는 "제 장애인 친구는 심지어 신랑도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데 그 먼 길을 걸어가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졌고, 항의를 해도 꿈쩍도 않는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며 사진과 함께 이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인천시 120미추홀콜센터에도 전화해 항의했다.

민원사항을 접수한 지 이틀이 지난 21일 오후, 우씨와 서씨에게 연락을 한 인천AG 조직위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VIP용으로 사용하도록) 지시한 적이 없는데 해당 직원에게 전달이 잘못됐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씨는 "전 (해명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많은 직원들에게 한꺼번에 전달이 잘못됐을 리 없고, 실수라면 직원들이 그렇게 단호하게 말할 리도 없지 않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서씨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초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우루과이 축구대표팀 평가전을 보러 갔을 때도, 주최 측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VIP용이라며 이용을 제한했다고 한다. 서씨는 "이런 일이 많다보니 매번 얼굴 붉히고 싸우기도 힘들다,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관행화돼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우리가 휠체어를 타고 갔으면 아예 관람을 포기하고 돌아왔을 것"이라며 "현장 직원은 (장애인 표지가 붙은 차량을 탔는데도) 내가 휠체어를 타는지 물어보지도 않더라, 대회를 운영하다보면 실수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건 기본적인 철학의 문제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 내 홍보부는 이런 일이 벌어진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 홍보팀의 한 직원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며 "책임 소재가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그쪽으로 문의해보셔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문학경기장 내 구역 안전요원 배치를 담당하고 있는 조직위 안전부 김춘만 담당관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일부러 (장애인 주차를) 막거나 한 건 아니다, 저희는 장애인 보호가 우선"라며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제가 사과드린다. 앞으로는 절대 같은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태그:#인천아시안게임, #인천 장애인 주차, #아시안게임 장애인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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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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