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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골 보이는 상의.'
'몸 부분의 망사 및 시스루 등의 옷차림.'
'허벅지 50% 이하 길이의 치마.'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가 공지한 축제 의상 제재안의 일부다. 숙대 총학생회 '라잇업(Light up)'은 지난 17일 공식 인터넷 카페에 '2014 청파제 규정안'을 공지했다. 오는 24일부터 시작되는 축제에서 위의 의상을 입는 학생에게는 축제 스태프와 단과대학 학생회장의 권한으로 벌금 10만 원을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총학생회와 각과 학생회장단의 논의기구인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마련한 이 제재안은 꽤 구체적이다. '손을 들었을 때 살이 드러나는 크롭티'는 입을 수 없고 짧은 하의를 입었다면 이를 가릴 수 있는 담요를 마련해야 한다. 또 옆트임 의상 안에는 비치지 않는 검은 스타킹을 신어야 한다.

축제 기간 중 지나친 호객 행위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각 과마다 마련한 부스에서 손님을 끄는 호객행위를 할 때 '오빠' '자기'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 선정적 단어나 콘텐츠를 이용한 홍보도 마찬가지다. '교복'을 착용해 선정적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도 금지다. 총학생회는 위의 규정을 3회 이상 위반하면 부스를 즉시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방문객들이 몰래 촬영한 뒤 인터넷 올리는 일 발생"

숙대 '축제 의상 제재안' 지난 17일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는 '축제 의상 제재안'을 내놓았다. 제제안에는 가슴골과 시스루, 망사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제재안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대체로 황당하다는 입장이었고, 일부에서는 이를 도입한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 숙대 '축제 의상 제재안' 지난 17일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는 '축제 의상 제재안'을 내놓았다. 제제안에는 가슴골과 시스루, 망사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제재안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대체로 황당하다는 입장이었고, 일부에서는 이를 도입한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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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 학생들이 이런 결정을 한 배경은 날로 심해지는 대학 축제의 선정성 때문이다. 22일 박신애 숙대 총학생회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축제 기간에 학생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로 (제재안을)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박 총학생회장은 "여대라 해마다 많은 남학생이 방문하는데,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여학생의 사진을 찍은 뒤 인터넷에 올리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제재의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일부 학생 사이에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에 이견이 있지만 대체로 (제재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공감한다는 김민지 숙명여대 교육방송국(SBS) 국장은 "다른 여대에서는 짧은 옷을 입고 서빙을 하는 여학생에게 '술을 따라보라'고 요구한 일도 있었다"라면서 "이번 제재안으로 이런 축제 문화가 개선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선정적 포스터에 성적 문구도... 대학 축제는 야해지는 중

숙명여자대학교 주점 홍보 포스터 '축제 의상 제재안'이 나온 숙명여대 미술대학 공예과의 주점 포스터. 포스터 속에는 허벅지와 엉덩이를 노출한 채 청소를 하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있다.
▲ 숙명여자대학교 주점 홍보 포스터 '축제 의상 제재안'이 나온 숙명여대 미술대학 공예과의 주점 포스터. 포스터 속에는 허벅지와 엉덩이를 노출한 채 청소를 하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있다.
ⓒ 숙명여자대학교 공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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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축제의 선정성을 우려하는 것은 숙대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17일 서울 건국대학교 축제에서는 여학생들이 검은색 핫팬츠를 입고, 검은색 망사스타킹을 신은 채 학과 주점을 홍보했다. 이들 중 한 여학생이 든 피켓에는 가수 현아의 사진과 함께 '오빠, XX주점 빨개요♡'라고 적혀 있었다. 같은 학교 화학공학과는 '오빠, 우리 집 비어(Beer)'라는 이름의 주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축제 의상 제재안'을 내놓은 숙명여대에서도 비슷한 주점 홍보물이 올라왔다. 이곳 미술대학 공예과의 홍보물에는 '메이드복'을 입은 여성이 허벅지와 엉덩이를 드러낸 채 청소를 하고 있는 그림이 등장한다. 여성의 허벅지를 따라 쓰인 글귀는 'Maid(메이드)가 나눠주는 사탕을 가져오면 음료 한잔 Free(프리)♥'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한양대학교 작곡과 주점 포스터에는 '작곡'이라는 글자를 세로로 배열한 뒤 '오빠 여기서 자고 갈래?'라는 문구를 걸어놨다.

지난해 5월 고려대학교에서는 한 학과가 운영한 주점의 메뉴판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메뉴판 속 '소세지', '마른 안주', '홍초 소주' 등에 붙은 설명이 문제였다. 마른 안주 메뉴 앞에는 '핡… 나 지금 급해…'라는 설명이 붙었고, '홍초 소주'를 두고는 '박시후가 타맥인 언제 갈지(취할지 - 기자 주) 모른다'라고 표현해놨다. 박시후는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가 무혐의로 결론이 난 남자 배우다.

같은 해 강원대학교 축제에서는 '커플 우유 마시기' 행사가 선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행사는 여학생 몸에 우유를 붓고 남학생이 이를 핥아먹거나, 여학생 티셔츠 안에 남학생이 얼굴을 넣어 마시는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논란이 일자 총학생회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누리꾼들, '숙대 제제안' 두고 "무리수지만 취지 공감"

2013년 고려대 축제 메뉴판을 비판하는 트위터 이용자 지난해 고려대에서는 한 학과 주점 메뉴판을 두고 선정성 논란이 일었다. '소세지'와 '홍초소주' 등 메뉴 앞에 덧붙인 설명이 문제가 됐다. 사진은 한 트위터 이용자가 이를 비판하는 트윗.
 지난해 고려대에서는 한 학과 주점 메뉴판을 두고 선정성 논란이 일었다. '소세지'와 '홍초소주' 등 메뉴 앞에 덧붙인 설명이 문제가 됐다. 사진은 한 트위터 이용자가 이를 비판하는 트윗.
ⓒ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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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숙대의 '축제 복장 제재안'에 대해 대체로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취지는 공감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트위터 이용자 '@com****'은 "숙대 축제 의상 가지고 뭐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니 이제껏 축제에서 성적 페티시(집착)를 매매하는 것에 대해 별 문제의식이 없었나 보다"라고 평했다. '@kor****'은 "여대 축제에서의 여성의 상품화(주점에서의 호객행위)가 문제가 되기는 하는데, 의상에 대한 제재안을 내놓은 데다 이를 어길시 학생회장 권한으로 '벌금'을 물린다는 건 무리수 같다"라고 말했다.

대학 축제가 선정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문제이지만, '축제 복장 제재안'이 대안이 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김소영 한양대 총여학생회 회장은 "복장 규제는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여성의 탓으로 돌릴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야한 옷을 입은 여성의 몸을 도구로 호객행위를 하는 안 좋은 문화를 대학생들이 그대로 답습할 게 아니라 대안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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