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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광고 카피 중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도덕경>이야 말로 좋긴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는 내용입니다.
 한 때, 광고 카피 중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도덕경>이야 말로 좋긴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는 내용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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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64cm, 몸무게 69Kg….

소위 '쭉쭉빵빵'으로 표현되는 서구적 미인관에 익숙해진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위와 같은 신체적 조건을 가진 여성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대표적 미인이었다는 사실에 선뜻 수긍되지 않을 것입니다.

키가 164cm, 몸무게가 69Kg인 사람은 당나라 때 현종이 빠져들어 국정을 팽개치게 했던 절세미인 양귀비입니다. 

이미 그 내용이 널리 알려져 있거나, 무수한 저자들에 의해 다양하게 발행된 내용을 다시 책으로 출판한다는 건 저자로서 뿐만이 아니라 영리를 전제로 하는 출판사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종류의 출판은 아주 잘해야 본전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 내용이 부드럽지도 않고 달콤하지도 않은 고전이라면 더더욱 그럴 겁니다.

내용이 널리 알려지고, 발행된 책만도 무수한 고전이 누군가에 의해 다시 출판되며, 기존의 책들을 재탕이라도 한듯 그 내용이 비슷하다면 독자들에게 금방 외면받을 게 뻔합니다. 그러기에 익히 알려진 고전을 다시 책으로 펴내려면 읽을 만한 거리를 제공하거나, 기존의 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뭔가를 담지 않으면 곤란할 것입니다.

한·중·일 노자 번역의 최종 완결판 <처음부터 새로 읽는 노자 도덕경>

<처음부터 새로 읽는 노자 도덕경> (옮긴이 문성재 / 펴낸곳 책미래/2014년 9월 3일 / 값 1만 8000원)
 <처음부터 새로 읽는 노자 도덕경> (옮긴이 문성재 / 펴낸곳 책미래/2014년 9월 3일 / 값 1만 8000원)
ⓒ 책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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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새로 읽는 노자 도덕경>(옮긴이 문재성/ 펴낸곳 책미래)은 이미 <도덕경>을 읽은 사람일지라도 새롭게 읽고 새겨야 할 거리가 넘쳐납니다. 기존의 도덕경을 1/3쯤은 완전히 재해석하고 있으니 이미 <도덕경>을 읽은 사람일수록 반드시 다시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됩니다.

<도덕경>은 도가(道家) 철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노자, 초나라 사람으로 주나라 왕실도서관을 관장하는 사관으로 일하던 노자가 주나라를 떠나며 변방의 관문을 지키고 있던 윤희의 요청으로 최초로 저술했습니다. 5000여 자로 저술된 <도덕경>은 2500여 년 동안 그와 관련한 출판물이 세계적으로 1800여 종에 달할 만큼 널리 알려지고 많이 읽힌 고전입니다.  

이토록 널리 알려진 <도덕경>이건만 <처음부터 새로 읽는 노자 도덕경>이 이미 <도덕경> 읽은 사람들에게조차 읽을거리가 될 수 있는 건 기존의 도덕경 내용을 1/3이나 완전히 재해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옮긴이)는 이미 출판된 책들에 실린 오역 등을 한대의 문헌들과 직접 대조·분석하면서 당시의 문법에 의거하여 한 글자 한 글자에 담겨진 의미를 당초의 의미에 최대한 가깝게 번역하였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도덕경>을 읽을 때 그 의미나 용법에 각별히 유념해야 할 용어가 있다면 '상(常)'과 '항(恒)'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통행본'으로 그 권위를 널리 인정받아 온 왕필본의 경우 '상'이 모두 27곳에서 사용되었으나 '항'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초간본·백서본·한간본 등 초기 판본들의 경우, 왕필본에 '상'으로 되어 있는 것들 중 21곳이 '항'으로 적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즉 원래는 '항'이었던 것이 나중에 일률적으로 '상'으로 고쳐졌다는 뜻이다. - 134쪽

<도덕경>은 '도경 37장'과 '덕경 44장', 총 81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도경' 첫 번째 나오는 내용이 바로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입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도가도 비항도'를 검색하면, 빨간 글씨로 '이것을 찾으시나요? 도가도 비상도'라는 안내 글이 뜰 정도로 <도덕경>을 대표하는 글귀가  '도가도, 비상도'입니다.

이처럼 '도가도 비항도'를 검색하면 '도가도 비상도'가 당연한 것처럼 안내될 정도로 <도덕경>을 대표적하는 문구(내용)지만 <처음부터 새로 읽는 노자 도덕경>에서는 이 부분이 '도가도 비항도(道可道, 非恒常)'로 돼 있습니다. 책에서는 기존의 책들이 표기하고 있는 '비상도'가 사실은 '비항도'였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당시의 문법과 문헌 등으로 입증하고 있어 <도덕경>을 이미 읽었을지라도 다시 읽고 새길 거리를 곳곳에서 넉넉하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독하거나 오역하고 있는 기존 도덕경 내용의 1/3을 당시의 문법과 문헌적 고찰을 통해 이렇게 바로 잡거나 재해석하고 있어 이미 <도덕경>을 읽었을 지라도 이 책을 읽다보면 긴장감마저 들게 할 거라 생각됩니다.  

<도덕경>과 <군주론>, 둘 다 제왕학서이지만 근본적 차이 있어

<도덕경>은 왕들을 대상으로 한 제왕학서입니다.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이 서구적 가치를 갖고 있는 서구인이 서구적 관점에서 쓴 제왕학서라면, <도덕경>은 동양적 가치를 갖고 있는 동양인이 동양적 관점에서 쓴 제왕학서라고 해도 과언을 아닌 것입니다. 책에서는 두 책, <군주론>과 <도덕경>의 차이를 간략하지만 일목요연하게 구분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두 책의 가장 큰 차이는 그 저술 의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군주론>은 철저하게 '통치자의 시점'에 충실한 제왕학서이다. 마키아벨리는 이 책에서 오로지 "어떻게 하면 통치자의 권력을 수호·강화·존속시킬 수 있을까"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거기서 백성들은 그저 통치행위에서의 수동적인 '실험동물' 정도로만 치부된다. 그가 <군주론> 도처에서 통치자의 권모술수를 정당화하는 논조를 취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비하여 <도덕경>은 '백성들의 시점'에 입각해서 통치술을 온한 제왕학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노자의 주된 관심사는 "어떻게 해야 통치자의 권력을 축소·제한할 수 있을까"이며 이와 함께 "통치자와 백성들의 관계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겸허한 통치와 욕망의 절제, 전쟁의 최소화, 형벌의 간소화 등의 문제에 대한 논의들은 백성들의 민생, 복리에 대한 노자의 관심을 잘 보여준다. 게다가 백성들에 대한 통치자의 어떠한 권모술수나 폭정도 인정하지 않는 노자의 정치관은 마키아벨리의 입장과는 엄연히 구분된다. - 231쪽

원문과 번역에 이어지는 '해설'이야말로 <도덕경>을 제대로 새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화제,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감미료, 지식과 상식의 폭을 넓혀주는 백과사전 만큼이나 다각적이면서도 다양한 내용합니다.   

이 책, 참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어...

제왕학서라고 하니 왕쯤은 돼야 읽을 내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노자가 <도덕경>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말은 '무위자연'입니다. '무위'가 통치자의 가장 이상적인 통치방식이라면 '자연'은 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어떤 외압도 없이 이루어지는 백성들의 자발적·능동적 행위를 가리킵니다. 무위자연을 이해할 때쯤이면 작금의 통치자가 펼치는 정치의 실체를 가늠할 수 있는 가늠자가 생기고,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해야 할 행위가 무엇인가를 스스로 깨닫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좋은 건 시간이 지나고 말라도 좋습니다.
 좋은 건 시간이 지나고 말라도 좋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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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통치자가 훌륭한 인물인지 확인하려면 무엇을 보면 될까?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권력일까? 재산? 업적? 그것도 아니면 거창한 명예? 만일 이런 것에 귀가 간질거린다면 그 사람은 통치자나 지도자가 될 생각을 접는 편이 좋겠다. 진정한 통치자는 오로지 백성들만 마음에 품기 때문이다. - 138쪽

<도덕경>을 처음으로 읽는 사람에겐 미음처럼 부드럽게 읽힐 거며, 기존의 <도덕경>을 이미 읽었던 사람에겐 본의 아니게 잘못 알고 있었던 내용을 제대로 잡아주며, <도덕경>에 담긴 의미를 더 깊이 새기며 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한때, 광고 카피 '산수유가 남자한테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 널리 회자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새로 읽는 노자 도덕경>을 읽고 난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하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이 광고 카피를 패러디해 '<처음부터 새로 읽는 노자 도덕경>, 참 좋데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말로 정리해야 할 듯합니다.

덧붙이는 글 | <처음부터 새로 읽는 노자 도덕경> (옮긴이 문성재 / 펴낸곳 책미래/2014년 9월 3일 / 값 1만 8000원)



처음부터 새로 읽는 노자 도덕경 - 한.중.일 노자 번역의 최종 완결판!

노자 지음, 문성재 옮김, 책미래(2014)


태그:#처음부터 새로 읽는 노자 도덕경, #문성재, #책미래, #도덕경, #무위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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