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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특강 - 김종인이 말하는 박근혜 경제'가 열리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특강 - 김종인이 말하는 박근혜 경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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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정치의 역사예요. (세금을) 잘 못 건드리면 (정권 차원에서) 굉장히 어려움을 겪게되는데 말야. 지금 주민세, 자동차세, 담뱃세 등 올린다고 하는데, 미련한 행동을 하는 거예요. '복지를 하려면 증세를 해야 한다'고 떳떳하게 이야기를 해야지, 다른 핑계를 대면서…."

거침없었다. 그의 말대로 '누구의 눈치를 보는 사람'이 아니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75)이다. '김종인'이라는 이름 석자 앞엔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재벌개혁론자'부터 '경제민주화' '복지' 그리고 '킹메이커' '소방수' 등.

그가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섰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특강 자리였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 선 그는 "최근 몇년 새 외부 강연 등은 도통 하지 않는데..."라며 운을 뗐다. '박근혜 정부의 한국경제'를 주제로 한 강연이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경제멘토'였던 그의 평가는 '실망', 그 자체였다.

김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1년은 '창조경제'라는 말만 듣다가 지나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올해 들어선 '혁신'이라고 했다가, 요즘 들어선 '경제활성화'로 가 버렸다"면서 "경제는 일관성이 중요한데, 이런 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정책을 이끄는 사람들을 의사에 비유하면서 '신뢰'를 강조했다.

"의사가 말이에요. 환자를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으면 처방을 못 해요. 잘못된 진단은 오히려 병을 더 악화시키는데, 경제정책을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진단하고, 처방을 내야하는데 엉뚱하게 하는 거예요.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경제 주체들이 확신을 갖고 행동하지 않는 거지요."

"2005년 담뱃값 500원 올릴 때도 '국민건강' 이야기했지만..."

최경환 경제팀이 추진중인 경기부양책 역시 진단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돈을 쏟아붓고, 부동산 경기를 띄운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현 경제팀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들먹이며 국민들을 협박하는데, 그런 식으로는 절대 성공할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근 독일과 일본의 경제발전 과정을 연구해 온 그는 "1990년대 초 이미 저성장, 노령화의 구조적인 문제로 들어선 일본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10년 동안 1조 달러 이상 쏟아부으며 경기를 살리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정부 빚만 잔뜩 늘었다. 현 아베정권이나 최경환 경제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9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경찰 관련 정책을 발표하는 가운데 배석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이 박 후보를 쳐다보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9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경찰 관련 정책을 발표하는 가운데 배석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이 박 후보를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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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 역시 연 3%대의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가계와 기업의 빚이 굉장히 많다"면서 "정부가 지금 돈을 집어넣고, 투기로 아파트값 좀 올리는 손쉬운 정책을 쓰는 정책으로만 가면 결국 중장기적으로 경쟁력만 떨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비판은 최근 담뱃세를 비롯한 주민세 인상 등으로 향했다. 김 전 수석은 지난 2005년 정부가 담뱃값 500원 인상할 때를 회고하면서 "그때도 국민건강 운운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옮겨본다.

"그때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정부 500원 인상안을 두고, 야당인 한나라당은 반대였고, 여당(당시 열린우리당은) 찬성이었는데, 찬반이 동수였다. 내가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었는데, 복지장관에게 '국민건강 때문에 담뱃값 올린다고 하면 찬성 못한다'고 했다. '솔직하게 국민건강보험 적자 메우기 위해서라고 인정한다면 (찬성)하겠다'고 했더니, 김근태 장관이 시인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정부가 정직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신뢰가 생기기 않아요."

특히 그는 세금과 정치의 연관성을 말하면서 "세금은 바로 정치의 역사"라고도 했다. 김 전 수석은 과거 1980년 말 정부의 재산세 개정 사례를 들면서 "세금 잘못 건드리면 정권 차원에서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홍은 예견된 일"

그는 "주민세 등은 집안에서 주부들이 가계부에서 직접 나가는 세금"이라며 "세금은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국민들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각종 서민증세 등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했다.

또 일부에서 거론되는 '부가가치세 인상'에 대해선 "부가세를 건드리려면 내년 정기국회에나 돼야 하지만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2016년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데, 과연 어느 국회의원이 부가세를 손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의 1시간여 넘는 강연이 끝난 후, 현 정치 상황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한때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그다. 최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비상대책위원회를 둘러싼 내홍과 역할을 묻는 질문에, 그는 조심스러워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그는 "아직은 그런 복잡한 당을 이끌 정도로 성숙이 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새정치연합 비대위를 둘러싼 내홍은 어느정도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의 역할에 대해서도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따로 새정치연합에 무슨 조언을 할 입장도 아니어서 별 말을 하지 않았지만, 우리 여야관계라는 것이 모든 것을 합의하면서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공동정부가 되는 거예요. 여당이 잘하면 야당은 집권할 기회가 없게 돼요. 여당은 여당대로 하고, 야당은 반대하면서, 그러다가 여당이 실패하면, 그 실패를 먹고사는 것이 야당이예요. 꼭 무엇을 합의해야 한다고 하니까, 저런 문제가 생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한나라당 비대위원 경험을 바탕으로 현 야당 비대위에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비대위의) 성격이 전혀 달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한나라당 비대위 시절에는 당시 박근혜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기정사실화 됐었고, 총선을 앞두고 당이 매우 위축돼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때문에 비대위 결정 사안에 대해 의원총회 등에서 별다른 이견이 나오질 않았다"면서 "그래서 비대위 활동이 가능했었다"고 말했다.

"재벌들, 탐욕 심한 사람들... 현대차 땅 매입으로 충격받았을 것"

김 전 수석은 "새정치연합은 계파가 많은데다, 아직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2년 가까이 남아 있다"면서 "당권에만 몰두해 있으니까, 비대위가 효율적으로 갈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자와 따로 만난 자리에서 "새정치연합의 내홍도 어차피 터질 것이라면 빨리 터지는 게 낫다"면서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봉합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향후 대선 과정에서도 양극화와 경제민주화 요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연 당일 발표된 현대자동차그룹의 한전부지 매입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그는 "오늘 현대차가 강남에 3조5000억원짜리 땅을 10조 원 이상 주고 낙찰받았다고 하더라"면서 "아마 상당수 사람들에게는 큰 충격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과거 노태우 정부 시절 재벌 소유의 부동산 매각을 유도한 정책을 펴기도 했다. 그는 "현대차 입장에서야 사내유보금으로 땅값 내는데 문제없을 수 있다"면서 "아무리 탐욕이 심한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제조업의 경쟁력을 위해 투자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마 외국 동종업계의 경쟁사들이 이 소식을 들었으면 코웃음을 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 막바지에 "다음 대선에서는 누구를 도울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옅은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그는 "이제는 더 이상... 내 나이가 70 중반이나 됐는데, 그만하려 한다"면서 "사람들의 정직성에 대해 회의가 들어서..."라고 말했다. 그의 마지막 말을 옮겨본다.

"지금 경기상황을 핑계로 경제민주화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킬지 몰라도, 그것을 하지 않을수 없어요. 양극화가 극도로 심화되고, 국민들 사이의 갈등구조가 이루말할 수 없어요. 정말 현명한 지도자라면 이것을 무한정 방치할 순 없을 거예요. 사회를 통합하고, 혁신을 통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국민적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거예요."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특강 - 김종인이 말하는 박근혜 경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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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종인 전 수석, #박근혜?정부, #최경환 경제팀,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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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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