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태극 세리머니  21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구본길(오른쪽)이 은메달 김정환과 함께 태극기 세리머니를 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아시안게임> 태극 세리머니 21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구본길(오른쪽)이 은메달 김정환과 함께 태극기 세리머니를 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면서도 따뜻했다.

'동료이자 맞수' 구본길과 김정환이 21일 고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숨 막히는 라이벌 대결을 펼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를 선사했다.

찌르기 공격만 가능한 플뢰레, 에페와 달리 사브르는 찌르기와 베기가 모두 가능하다. 그만큼 화려하고 다양한 공격을 볼 수 있지만 최근에야 여자부 종목이 채택됐을 정도로 경기가 거칠다.

오랜 시간 한솥밥을 먹으며 2012 런던올림픽에서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함께 일궈냈던 구본길과 김정환이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만났다. 우정 아닌 자존심을 걸고 맞선 두 남자는 펜싱의 진수를 보여줬다.

1라운드 초반부터 수많은 동시타와 무효를 쏟아내며 불꽃을 튀긴 끝에 김정환이 먼저 점수를 올렸지만, 곧바로 구본길이 만회했다. 이렇듯 김정환이 달아나면, 구본길이 따라잡는 접전으로 1라운드는 김정환이 8-7로 앞선 채 마쳤다.

2라운드가 시작되자 구본길이 마침내 9-9 동점을 만들었고, 연거푸 2점을 따내며 11-9로 달아났다. 하지만 김정환도 다시 반격에 나서 다시 12-12 동점이 되며 경기를 지켜보는 누구도 승패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공격을 시도하던 김정환이 몸의 중심을 잃고 넘어지자 구본길이 일으켜주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면서도, 수차례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정도로 예민한 신경전을 벌이며 서로 1점씩을 주고받았다.

막다른 길에 도달한 승부에서 구본길이 김정환의 옆구리를 찌르며 먼저 매치포인트를 올렸고, 곧이어 동시타가 나왔으나 비디오 판독 끝에 구본길의 득점으로 인정되면서 경기는 15-13으로 마무리됐다.

아시아 무대가 좁은 세계 최고의 검객

금메달이 확정되자 김정환을 포옹하며 위로와 격려를 전한 구본길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월드컵 무대를 모두 휩쓸며 세계 정상에 오른 한국 남자 펜싱이 자랑하는 '에이스'다.

세계유소년선수권과 세계청소년선수권 개인전 우승을 휩쓸며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성인 무대에 데뷔했다. 펜싱이 강한 유럽 선수들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 큰 체구와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이 구본길의 강점이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중만(중국)을 물리치고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구본길은 마침내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한국 펜싱 사상 최초의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이날 김정환의 거센 공격에 수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던 구본길은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고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점수를 쌓으며 아시안게임 2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생애 첫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한 김정환은 목표를 눈앞에 두고 구본길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며 은메달을 따고도 웃을 수 있었다. 개인전에서 잠시 적이 되었던 두 선수는 이제 사브르 단체전을 위해 다시 동료가 된다.

메달 휩쓰는 펜싱 코리아, 전 종목 석권?

한국 펜싱은 이번 대회에서 현재까지 금메달 4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휩쓸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앞서 펼쳐진 여자 플뢰레 결승에서도 전희숙이 러후이린(중국)을 15-6으로 꺾고 생애 첫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전 광저우 대회에서 '선배' 남현희에게 14-15로 1점 차 석패를 당하며 동메달에 머물렀고, 단체전 금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전희숙은 드디어 혼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한을 풀었다.

한국은 대회 첫날에도 이라진이 여자 사브르에서, 정진선이 남자 에페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정환, 김지연, 박경두가 은메달을 따냈고 '땅콩 검객' 남현희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랜 노력 끝에 꽃을 피우고 있는 한국 펜싱은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로 펜싱의 세계 최강인 이탈리아에 이어 종합 2위에 오르며 새로운 '메달밭'을 일궈냈다.

한국의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펜싱은 이 기세를 몰아 금메달 7개를 따냈던 광저우 대회를 넘어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펜싱 종목에 걸린 금메달은 총 12개다. 과연 한국 펜싱이 앞으로 몇 개의 금메달을 더 찌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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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안게임 구본길 펜싱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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