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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나 거대 자본이 독점하던 미디어의 영역이 인터넷의 발달로 개인도 어렵지 않게 다양한 형태의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동안의 우려와는 달리 글씨를 인쇄한 종이신문이 건재한 것처럼, 영상매체의 홍수 속에서도 소리를 듣는 라디오는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실시간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청취자와 문자와 전화로 소통하기도 하며, 직접 방송제작에 참여하기도 한다.

지난 2005년 제한된 거리(5km이내)에서 청취가 가능하도록 하는 소출력 1와트(W) 라디오방송의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지역의 소식을 전하고 주민들의 공동체를 활성화 시킨다는 취지에서 '공동체 라디오'라고 부른다.

여덟 곳의 비영리법인이 심사를 거쳐 사업자로 선정되었으며, 4년간의 시범방송을 거쳐서 2009년 정규사업으로 전환을 하였다. 현재는 일곱 개의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이 전파를 보내고 있다. 공동체라디오가 지향하는 방송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마포FM을 지난 18일 찾았다.

마포FM스튜디오
 마포FM스튜디오
ⓒ 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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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언론이 하지 못하는 것, 우리는 한다

120명의 시민자원활동가들이 참여하여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제작까지 하고 있는 마포FM은 상근직원과 인턴을 포함하여 아홉 명이 근무를 한다. 'ON AIR' 빨간불이 켜진 스튜디오에서는 아침 9시~10시에 진행하는 <송덕호의 마포속으로>가 생방송으로 전파를 보내고 있었다.

방송을 마친 송덕호 본부장은 마포FM을 만들게 된 동기에 대해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생산자가 되는 공동체라디오의 필요성을 느끼고 지역의 시민단체들에게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스무 곳이 넘는 지역단체들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꾸려지고 준비를 한 후에 마포FM이 탄생하였다. 그 당시 송 본부장은 미디어연대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던 때였다.

초창기에서는 라디오에서만 청취가 되었지만 지금은 인터넷, 스마트폰 앱에서도 들을 수 있다. 지역소식과 문화, 음악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편성이 되는 공동체라디오는 지역 소식외에는 보도프로그램이 금지되어있다. 지금의 시스템에서는 지역소식을 모으고 보도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자원이 부족하여 심층보도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공동체라디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방송사례로는, 2012년 마포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자살이 사회문제가 되었던 사건이 있다. 마포FM에서는 이를 보도로만 끝내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기획하고 방송을 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 주민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방송을 만들어서 보도를 하고, 영구임대아파트 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다.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아파트에서 공개방송을 했다. 그후로 다양한 활동들이 있었다. 방송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후에 좋아진것은 사실이다."

송 본부장은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방송으로 철거에 맞서 전기와 수도가 끊긴 상황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식당 '두리반'에 생방송으로 매일 전화연결로 상황을 전달한 것, 그리고 마포구 아현3구역 철거지역에 남은 이들에게 전화연결을 했을 때라고 한다.

재개발조합에서는 사람이 살고 있는 집 대문을 용접으로 막았고, 길을 파헤쳐서 다니지 못하게 두 가족을 고립시킨 일이 있었다. 행정기관에 민원과 진정을 넣었지만 무소식이었다.

"5분 정도 전화통화를 했다. 가스가 떨어지고 전기가 끊어져서 감기에 걸렸다, 펜스 넘다가 넘어져 다쳤다는 등의 이야기를 매일 전했다. 2주일간 소식을 전했을 쯤, 조합에서 문을 열어주고 길을 복구해줬다면서 방송으로 도움이 되었다며 울었다. 매일 전화연결을 한 것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누군가가 용기를 주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송덕호 본부장, 생방송<마포속으로> 진행을 맡고 있다.
 송덕호 본부장, 생방송<마포속으로> 진행을 맡고 있다.
ⓒ 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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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약한 수익구조, 시민참여로 극복

송 본부장은 "마포FM이 추구하는 것은 라디오를 통해서 지역공동체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동체라디오는 아직 자산과 자원이 부족하여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며 "지역의 단체와 개인들의 역량을 모아서 하지 않으면 지역라디오는 어렵다"고 했다. 후원회원 구조로 운영을 하고 지역의 네트워크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마포FM이 마포구 전체의 공동자원이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지만 세 명의 일자리 지원 외에 사업비와 같은 직접적인 지원은 없다. 2009년 정규사업으로 전환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원도 중단되어서 자립구조로 운영을 하고 있지만 아직 적자운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운영이 어렵다. 긴축해서 운영을 하지만 역할을 충분히 하려면 어느 정도 수익을 만들어야 하지만 쉽지가 않다. 상근 직원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대체로 다른 곳들도 비슷하다."

마포는 홍대 앞이라는 규모가 큰 문화적인 현상을 갖고 있는 지역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런 문화와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다른 지역보다는 조금 더 개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와 다양한 시민단체가 많이 모인 것도 방송의 질을 높이는 기반이 되었다.

라디오 매체의 중심은 음악이다. 홍대 인근에 기반을 두고 인디음악을 하는 가수들이라면 마포FM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마포 FM은) 인디밴드의 산실이고 유명해진 사람들이 있다. 옥상달빛은 밴드 초창기부터 3년 정도 진행을 했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게스트로 참여했었고, 인디뮤지션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2개다. 저녁에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게릴라디오'의 진행을 싱어송라이터 가수 김거지씨에게 제안했더니 흔쾌히 받아들였다. 모두가 자원봉사로 재능기부를 해준다. 뭘 줄 수도 있는 상황이 아니다."

수익사업을 목적으로 만든 라디오PD 양성교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라디오PD를 지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현직 PD가 전문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이 끝난 후에도 실습과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 언론을 지망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지원을 하고 있다.

내년이면 공동체라디오 출범 10주년이다. 마포FM은 10주년 위원회를 결성하여 그동안의 운영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비전이나 위상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주민밀착형으로 소통을 전달하는 조직으로 개편을 하고, 타운미팅(town meeting, 주민직접참여방식)으로 지역의 의제를 모으고, 공동체를 확인해가는 마을학교, 마을대학으로 주민들이 직접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으로까지 활동영역이 넓어진다.

모든 운영시스템은 공중파와 같지만 다른 점은 소유와 운영을 시민들이 한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공중파 방송이 갖지 못하고, 하지 못하는 것을 공동체라디오가 하고 있다. 지역과 주민에 꼭 필요한 방송이 더 활성화 되도록 규제완화와 지원이 이뤄지고, 시민들의 적극참여가 살기좋은 우리동네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마포FM 100.7 Mhz http://www.mapofm.net



태그:#마포FM, #공동체라디오, #옥상달빛, #김거지, #타운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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