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남자축구 대표팀이 라오스를 2-0으로 제압하고 예선 3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며 조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앞서 말레이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격파하고 이미 2승을 올린 터라 9월 21일 오늘 열린 경기에서는 김승대와 박주호를 비롯한 주전선수들을 대거 빼고 새롭게 엔트리를 짰다. 16강 진출을 확정한 터라 동기부여가 어렵다는 점에서 이광종 감독은 그동안 출전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거나 교체출전을 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이 날 라오스는 예상대로 수비라인을 최대한 내리고 역습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박스 진영에만 무려 9명의 선수가 포진했고 한 명의 선수는 그나마 하프라인 아래쪽에 배치해 이른바 '텐 백'을 선보이며 대한민국 대표팀의 공격을 무디게 했다. 수비가 밀집된 공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뚫을 것이냐가 가장 큰 과제였지만 전반에는 이를 잘 풀지 못하고 답답한 모습이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점유율을 무려 70%나 가져가며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지만 라오스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라오스는 30%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한두 차례의 공격기회에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 15분에는 역습에 성공하며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만들어냈다. 18분에는 수크아폰의 슈팅이 골대 옆 그물을 맞고 나갔다. 그러다 전반 41분 대한민국 대표팀의 이종호가 침착하게 인사이드로 찬 슛을 성공시키며 1-0으로 앞서나갔다.

후반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한 골차 리드를 지켰지만 추가득점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앞선 두 경기에서 후반 30분을 전후로 떨어진 체력으로 인해 대량실점을 했던 라오스는 결국 후반 43분 김승대에게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허용하며 0-2로 패배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두 골차 승리는 거뒀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의 승리지만 이 날 경기력은 아쉬웠다. 약체로 평가되는 라오스를 두고 최선을 다해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겠다던 이광종호의 모습은 날카롭지 못했고 기회를 한 번에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못했다. 물론 상대가 굉장히 수비적인 모습으로 나섰으나 그런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역량은 부족했다. 어쨌든 2-0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피파랭킹 169위(2014년 9월 기준). 대한민국 대표팀과의 평균 신장 차이는 약 20cm. 아무리 봐도 맞수라고 보기에는 객관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조건이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대표팀의 일방적인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라오스는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에게 0-3과 말레이시아에게 0-4로 크게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늘 우리나라 대표팀의 훈장처럼 따라붙었던 '한국판 붕대투혼'까지 재현해냈다. 라오스의 사이손은 골 경합과정에서 생긴 부상에도 불구하고 붕대를 감고 경기에 임했다. 또한 경기매너도 좋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다소 비신사적인 플레이와 중동의 '침대축구'와 같은 비매너와도 거리가 멀었다.

전반전에 한 골을 내주고 다시 후반 막판에 한 골을 더 내줬음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따라붙은 그들의 모습에서는 아무리 약체라도 배울 점은 분명히 있었다. 그만큼 오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괴롭혔던 그들의 자세는 분명히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이로서 A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대한민국 남자축구 대표팀의 다음 경기는 25일에 예정되어 있다. B조 2위팀과 8강 진출을 두고 펼칠 맞대결에서 과연 승기를 잡고 웃을 수 있을지. 목표인 금메달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지 지켜보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남자축구 아시안게임 김승대 라오스 16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