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측면 미드필더 전가을의 드리블 순간

왼쪽 측면 미드필더 전가을의 드리블 순간 ⓒ 심재철


언제 첫 골이 터지고 또 얼마나 많은 골이 만들어지느냐가 궁금한 경기였다. 두 팀의 실력 차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할 것이어서 몰디브 선수들도 체념한 상태로 수비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1일 저녁 5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A조 몰디브와의 세 번째 경기에서 필드 플레이어들이 돌아가면서 골을 골고루 터뜨리는 조직력을 자랑하며 13-0으로 대승을 거두고 당당히 8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정설빈부터 조소현까지 득점자 제각각

많은 골이 터질 것이라 예상된 이 경기에서 8분 만에 그 신호가 들려왔다. 왼쪽 수비수로 나온 송수란이 높게 띄워준 공을 골잡이 정설빈이 솟구쳐 머리로 방향을 바꿔 몰디브의 그물을 흔들었다.

 8분, 송수란의 왼쪽 크로스를 받은 공격수 정설빈이 머리로 선취골을 터뜨리는 순간

8분, 송수란의 왼쪽 크로스를 받은 공격수 정설빈이 머리로 선취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정설빈으로부터 시작된 골 잔치는 경기 끝무렵까지 줄기차게 이어졌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득점자가 모두 10명이나 되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몰디브가 매우 약한 상대라 해도 이 기록은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식 축구 경기에서는 선수 교체를 최대 3명까지 허용한다. 그러니 필드 플레이어 3명이 더 들어와도 경기 경험을 모두 14명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득점자가 10명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고른 실력을 갖추었다는 뜻이다.

더 놀라운 일은 74분에 미드필더 조소현이 이마로 슬쩍 방향을 바꾸는 골을 터뜨리며 10-0을 만들 때까지 모두 득점자가 달랐다는 점이다. 두 번째 골(23분)이 왼쪽 코너킥으로 만들어질 때 몰디브 문지기 리자의 자책골로 기록된 것을 제외하더라도 10-0을 모두 다른 선수 9명이 공식적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은 축구사에 길이 남을 일이라 할 수 있다.

한국 문지기 전민경과 수비수 김도연, 임선주 그리고 후반전 교체로 들어온 수비수 이영주가 생각하면 서운할 정도로 교체로 들어온 선수들(유영아, 최유리)까지 포함하여 나머지 모든 선수가 득점에 성공한 것은 8강전을 앞두고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

 36분, 송수란의 왼발 추가골 순간

36분, 송수란의 왼발 추가골 순간 ⓒ 심재철


전민경보다 더 많이 뛴 들것 자원봉사자들

이렇게 신나는 골 잔치가 벌어지는 동안 몸에 땀이 식어갈 정도로 뛰지 못한 선수가 있다. 바로 우리 문지기 전민경이었다. 그녀는 이 경기를 통틀어 볼 터치를 단 세 번만 할 수 있었다. 그것도 멀리서 몰디브 선수들이 무모하게 차 올리는 공이었으니 위협적인 장면은 결코 생각할 수도 없었다.

1만11명의 관중들은 색다른 장면에서 환호하기도 했다. 몰디브 선수들이 한국의 위력적인 공격을 막아내느라 수시로 쓰러졌는데 이들을 들고 나오기 위해 달려가는 들것 자원봉사자들을 향한 응원의 박수였다.

한국 문지기 전민경의 세 차례 볼 터치보다 훨씬 더 많은 횟수를 들락날락했으니 들것 자원봉사자들이 전민경보다 훨씬 더 많이 뛰어다닌 셈이다.

 경기중에 다친 몰디브 선수를 들것으로 옮기는 자원봉사자들

경기중에 다친 몰디브 선수를 들것으로 옮기는 자원봉사자들 ⓒ 심재철


한편, 같은 시각 남동 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 인도의 맞대결은 10-0으로 태국의 승리로 끝나 한국과 함께 태국이 8강에 직행했다. C조의 북한과 B조의 일본, 중국 등이 8강에 올라올 것이 확실하기에 이제부터 진정한 명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8강 일정부터는 잉글랜드 첼시 레이디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간판 골잡이 지소연이 합류하게 되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직까지 B조, C조의 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한국의 8강 상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9월 26일(금)에 열리는 8강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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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A조 3라운드 결과(21일 저녁 5시, 문학경기장)

★ 한국 13-0 몰디브 [득점 : 정설빈(8분,도움-송수란), 리자(23분,자책골), 이소담(32분,PK), 송수란(36분), 박희영(37분), 신담영(60분), 전가을(61분), 권하늘(66분), 유영아(69분), 조소현(74분), 유영아(81분), 권하늘(84분), 최유리(87분)]

◎ 한국 선수들
FW : 정설빈(46분↔유영아), 권하늘
MF : 전가을, 조소현, 이소담, 박희영(46분↔최유리)
DF : 송수란, 김도연(79분↔이영주), 신담영, 임선주
GK : 전민경

◇ 여자축구 A조 최종 순위표
한국 9점 3승 28득점 0실점 +28
태국 6점 2승 1패 20득점 5실점 +15
인도 3점 1승 2패 15득점 20실점 -5
몰디브 0점 3패 0득점 38실점 -38
[2위까지 8강 직행, 각조 3위 세 팀 중 가장 성적이 좋은 두 팀 8강 오름]

◇ B조 현재 순위
일본 4점 1승 1무 12득점 0실점
중국 4점 1승 1무 4득점 0실점
대만 1점 1무 1패 2득점 6실점 -4
요르단 1점 1무 1패 2득점 14실점 -12

◇ C조 현재 순위
북한 6점 2승 10득점 0실점 +10
베트남 0점 1패 0득점 5실점 -5
홍콩 0점 1패 0득점 5실점 -5
여자축구 인천아시안게임 윤덕여 정설빈 몰디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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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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