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HAFU' 포스터 2013년에 일본을 비롯한 세계각지에서 상영하게 되었던 영화 'HAFU'.
'HAFU'는 '혼혈'라는 뜻의 HALF의 일본어화된 표현이다.

▲ 영화 'HAFU' 포스터 2013년에 일본을 비롯한 세계각지에서 상영하게 되었던 영화 'HAFU'. 'HAFU'는 '혼혈'라는 뜻의 HALF의 일본어화된 표현이다. ⓒ 영화 'HAFU'


"한국 상영을 기대하는 것은 일본에도 저같은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있어서 입니다. '일본은 미워해야만 할 나라가 아니다'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인천시의 자매 도시인 고베시에서 태어났으며 2013년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지에서 상영되어온 다큐영화 <HAFU>('혼혈'이라는 뜻의 일본어 '하프')에 출연한 미야코 후사에씨는 이렇게 이번 한국에서의 상영에 대한 기대를 밝혔습니다.

이 영화 <HAFU>는 일본에서 살아가는 다문화가정 출신의 청년이나 부모들의 실정을 다룬 다큐영화입니다. 이 영화에는 후사에씨와 같은 고베 출신으로, 다문화 1~4세가 참여하고 있는 'MIX ROOTS(믹스 루트)'라는 자조모임의 대표자이며, 베네수엘라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에드워드 스모토씨도 출연하고 있습니다.

스모토씨는 2년 전에 고베시에서 'Roots2 Film Festival'를 개최하였습니다. 다문화 2세들을 중심으로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제작한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상영한 영화제였습니다. 그 당시 한국에서도 이 영화제를 하자는 제안을 받아서 한국이주인권센터 내 다문화교육센터 주최로 영화작품 상영과 토론 등의 행사를 마련한 적이 있었습니다.

영화 'HAFU'중에서 고베시 길거리에서의 에드워드씨 모습.

▲ 영화 'HAFU'중에서 고베시 길거리에서의 에드워드씨 모습. ⓒ 영화 'HAFU'


그 당시 SNS 등을 통해서 <HAFU>를 촬영하기 위한 지원금을 모으고 있고 그것이 잘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번에 2년 만에 이 작품을 한국에서 상영하게 될 기회를 주신 이주민문화예술제의 주최자인 'AMC FACTORY'의 정소희 국장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열심히 상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문화가정 출신이 대거 참여한 <HAFU>

"촬영 기간이 2년 정도 걸렸어요. 모든 스태프가 저희 집에 머무르며 촬영해서 즐거웠어요. 'MIX ROOTS'(믹스 루트)의 활동을 이어받고 싶었기에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냈어요."

촬영시에 'MIX ROOTS'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었던 후사에씨가 이렇게 실제 촬영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 영화의 출연자는 후사에씨를 비롯해 배경이 전혀 다른 일본과 관련된 다문화가정 출신 2세 청년들입니다.

출연진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는 니시쿠라 메구미 감독, 공동 제작자인 타카기 라라 감독을 비롯한 음악감독 등 다문화가정 출신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답니다.

이 영화 속에 가끔 나왔던 고베시의 풍경도 깊이 인상에 남습니다. 후사에씨의 어린 시절, 할머니가 전화를 받으시면 "여보세요"라는 낯설은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는데 일본인 어머니는 그게 할머니의 사투리라고 하셨습니다. 식탁에는 항상 김치가 있었기에 다른 가정에서도 그렇다고 생각해왔다고 영화 속에서 고백한 장면도 인상에 남습니다.

그러다 중학생 시절, 후사에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와 결혼해서 일본 국적을 갖게 된 한국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때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린 시기를 지냈던 모습은 저희 아이들에게도 있을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베시에서의 후사에씨 결혼식. 다문화 자녀들과 함께

고베시에서의 후사에씨 결혼식. 다문화 자녀들과 함께 ⓒ 후사에씨 페이스북


후사에씨는 저와의 페이스북 인터뷰에서 "혹시 고베시의 추천 장소를 소개한다면, 고베시 나가타구의 신나가타 상점가를 소개하고 싶네요. 고베의 코리안 타운이라서요"라고 전했습니다. 후사에씨는 "고베시는 좋은 곳이라서 기회가 되면 꼭 와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후사에씨는 2011년 카메룬 출신의 재일 외국인 남성과 결혼했으며, 현재도 고베시에서 둘이서 살고 있답니다. 그 부부가 아름다운 항구도시 고베시에서 살아가면서 원하는 자녀도 갖게 되며 더욱 행복하게 살았으면 했습니다.

"영상을 통해서 세계가 더 연결되면 좋겠다"

"고베에서 중학교, 고교생활을 경험했으니, 고베는 나에게도 홈타운이지요. 친구와 하루종일 노래방에 가거나, '하바란도' (고베항의 관광지)에서 데이트하거나, 학생 시절의 추억이 가득 있습니다. 추천 코스는 산노미야의 '차이나 타운에서의 먹으러 돌아다니기'입니다.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이 많이 있습니다."

에마 라이안 야마자키씨는 고베시의 추억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영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그녀는 고베시에서 자랐습니다. 현재는 뉴욕에서 영상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9월 25일~28일에 서울에서 개최될 '이주민문화예술제'의 '씨네프리즘'에서는 <HAFU>와 함께 야마자키씨가 2년 전인 22살 뉴욕 대학 재학 중에 제작한 <NEITHER HERE NOR THERE>(안 중요해)라는 단편 영화도 상영될 예정입니다.

2년 전에 인천시에서 'Roots2 Film 상영회'를 준비했을 때는 예산이나 기술적인 문제로 자막을 올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아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상영할 기회가 생기니 저에게도 기쁜 일입니다.

지금은 거의 뉴욕에서 활동 중인 그녀에게 메일을 통해서 인터뷰도 부탁했습니다.

- 현재하고 있는 일과 하게 된 계기는?
"지금 현재는 제 작품을 감독합니다. 동시에 다큐멘터리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다른 사람의 영화를 편집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은 고교시절부터 있었지만, 다큐멘터리 영화와 편집의 일을 선택한 계기는 대학 재학 중의 만남과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Sam Pollard(샘 폴라드)라는 영화감독 겸 편집자를 만나고, 자신의 영화를 만들면서 다른 사람의 작품에도 종사할 수 있는 것을 알았어요. 또 하나의 계기는 대학 2학년의 여름을 케냐에서 보냈을 때인데요. '영상을 통해서 세계가 더 연결되면 좋겠다'라는 꿈을 품고, 그 목표를 가슴에 안고 지금의 일을 하고 있어요."

영화 'MONK BY BLOOD' (절의 아들) 촬영 현장중에서 MONK BY BLOOD (절의 아들) 은 교토의 절을 무대로 촬영이 진행되었다.

▲ 영화 'MONK BY BLOOD' (절의 아들) 촬영 현장중에서 MONK BY BLOOD (절의 아들) 은 교토의 절을 무대로 촬영이 진행되었다. ⓒ 에마씨의 FACEBOOK


- NHNT('NEITHER HERE NOR THERE')를 제작하게된 계기는?
"대학 시절 나 자신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 라는 혼란에 빠졌고,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어버렸지요. 졸업 작품의 주제를 정하기 직전에 'Third Culture Kid(제3 문화권의 아이)'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저와 공통점이 있는 분들이 어떻게 자랐는지를 인터뷰해 가면, 자신에 대해서도 뭔가 알 수 있게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고 취재를 시작했어요."

- 어려웠던 것과 보람을 느낀 것은?
"<Neither Here Nor There>는 2011년에 만든 영화입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첫 작품이었어요. 조명, 음성, 카메라워크를 걱정하면서 인터뷰가 잘 되도록 열심히 준비를 해서 촬영했고요. 제 자신을 영화에 넣는다는 판단은 편집 단계에서 정했으므로, 자신이 느낀 것을 잘 전달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하지만 완성 후, 가지각색인 곳에서 영화를 상영하게 돼서 다양한 반응을 많이 받고, '만들기 잘했구나'라고 느꼈어요. 나 자신의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영화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아이덴티티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녀는 <Neither Here Nor There> 완성 후에도, 미국 CNN, HBO등의 프로그램의 편집을 했습니다. 그리고 교토의 절을 계승해야 하는 젊은 일본 청년을 다룬 다큐멘터리인 <MONK BY BLOOD>(절의 아들)라는 영화도 감독했고, 알자지라 국제 위성 방송국을 통해서 2013년에 방송되었답니다. 현재도 편집자로서 여러가지 다큐멘터리 제작에 종사하면서, 첫 장편 다큐멘터리 작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희망 가득해 보여서 보기 좋았습니다. 앞으로 우리 인천 지역에서도 그들이 제작한 영화를 상영하게 될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상영정보(제3회 서울이주민문화예술제-씨네프리즘) >

장소: 한국영상자료원 2관
일정: 9월25일~28일
입장료: 무료
주최: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사) 한국노동복지센터
씨네 프리즘 공동주관
문의: 02) 3144-2028
www.amcfactory.org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시청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일본 고베시 다문화 혼혈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 이주민영화제(MWFF) 프로그래머 참여 2015~ 인천시민명예외교관협회운영위원 2016~ 이주민영화제 실행위원 2017.3월~2019 이주민방송(MWTV) 운영위원 2023 3월~ JK DAILY 명예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