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금빛 메달은 아니었지만 '마린보이' 박태환이 아시안게임의 전설이 되기 위한 의미 있는 첫 걸음을 힘차게 내딛었다.

박태환은 21일 인천 문학박태환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수영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5초85의 기록으로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 중국의 쑨양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박태환은 아시안게임에서만 개인통산 15개째의 메달을 수집했다. 그리고 명량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에게 12척의 배가 남아 있었듯 박태환에게는 아직 6개의 종목이 남아 있다.

박태환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수영 최고의 영웅이다. 특히 지난 두 번의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이 쌓은 업적은 그야말로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고등학교 2학년생 신분으로 참가했던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3개(자유형 200m, 400m, 1500m)를 포함, 혼자서 7개의 메달을 쓸어 담으며 대회 MVP를 차지했다. 박태환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자유형 100m, 200m, 400m 우승을 차지하며 혼자서 두 대회 연속 메달 7개 수확이라는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메달만 15개째, 역사를 쓰고 있는 '마린보이'

박태환의 도전은 2014년 인천에서도 계속됐다. 박태환은 21일 오전에 열린 200m 예선 경기에서 1분50초29의 기록으로 전체 4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1위는 중국의 쑨양(1분48초90),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는 1분 48초 99로 전체 2위에 올랐다.

결승 레이스에서 박태환이 배정받은 레인은 6레인. 중심에서 다소 멀어진 레인이라 실망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경쟁자들을 한쪽에 몰아놓고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나쁘지 않은 레인배정이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음악을 들으며 정신을 가다듬은 박태환은 가장 빠른 반응속도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첫 50m를 가장 먼저 턴한 박태환은 100m 지점에서 쑨양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경기 막판 '복병' 하기노 고스케가 무섭게 스퍼트를 했고 박태환은 하기노 고스케, 쑨양에 이어 3번째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물론 '라이벌' 쑨양, 신예 하기노 고스케와의 대결에서 패한 것은 두고 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박태환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메이저대회 자유형 200m 종목에서 단 한 번도 아시아권 선수에게 패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런던 올림픽은 쑨양과 무승부).

하지만 아시아 정상권에서 경쟁할 수 있는 박태환의 변함 없는 기량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메달은 상당히 의미 있었다. 이미 개인통산 15개의 메달을 따낸 박태환이 남은 6개의 종목에서 5개의 메달을 더 수집한다면 총 20개의 메달로 사격의 박병택(19개)을 뛰어 넘어 대한민국의 역대 아시안게임 최다메달 보유자로 등극할 수 있다.

이미 한국 수영계, 더 나아가 한국 스포츠계에 커다란 이정표를 세운 영웅이지만 박태환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태환은 오는 23일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 줬던 자유형 400m에서 개인통산 7번째 금메달, 그리고 16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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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안게임 박태환 박병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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