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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수 중위가 운영하는 육군제7보병사단 신병교육대 인터넷 카페.
 문일수 중위가 운영하는 육군제7보병사단 신병교육대 인터넷 카페.
ⓒ 7사단 신교대 인터넷 카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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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크고 작은 군부대 사건·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부 언론에선 군부대 관련 작은 안전사고도 특종이란 이름으로 포장한다. 진위 여부가 세상에 알려져도 사실 인정에 인색한 군대의 습성. 국민들이 군을 불신하는 이유다.

"몇몇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 군 전체의 일인 것처럼 비춰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다수의 군인들은 성실하게 국방의무에 충실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지난 9월 13일, 강원도 화천 최전방 부대인 육군제7보병사단 신병교육대 정훈직책을 맡고 있는 문일수 중위를 만났다. 그는 지난해 3월 소위로 임관했다고 한다. 신교대 정훈업무란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정신교육 등 지휘관 특별참모 역할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실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의 마음은 '건강하게 주어진 복무기간 잘 마치고 부모님 품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모두 한결같을 거다."

장병과 부모의 소통, 한 장교가 나섰다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를 비롯한 친지들을 다소나마 안심시킬 수 있는 제도는 없을까. 문 중위가 고민 끝에 시도한 것이 훈련소 인터넷 카페운영이다. 군부대 특성상 인터넷을 통해 훈련병들이 카페에 글을 올리거나 자신의 근황을 알릴 수는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그 역할을 대신하자'였단다.

입대한 장병(장병보다 용사로 표현해 달라는 문 중위의 요청에 따라 이하 용사로 쓴다)들의 일상과 교육에 임하는 모습 등을 카메라에 담에 카페에 올리는 것. 그의 새로운 일과 중 하나다. 부모들이 군에 입대한 아들에게 편지를 남길 수 있는 메뉴도 신설했다. 그 글들을 출력해 일과를 마친 용사들에게 배달하는 일도 문 중위의 몫이다. 군사우편 배달부인 셈이다.

군이란 조직은 일반 사기업체나 단체와는 달리 자신이 담당한 일 외에는 나서지 않으려는 속성이 강하다. 계급사회라는 군대 특성상 개별적 융통성이 결여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7사단훈련소 카페지기인 문일수 중위을 통해 카페운영에 대한 부모들의 반응 등 용사들의 호응에 대해 물었다. 

훈련소 인터넷 카페, 인기 비결은?

문일수 중위. 그를 통해 인터넷 카페를 통한 부모와 용사 간의 소통에 대해 들었다.
 문일수 중위. 그를 통해 인터넷 카페를 통한 부모와 용사 간의 소통에 대해 들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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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카페를 통해 부모들에게 자식 소식을 전해주는 방법.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하는지 설명 부탁한다.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훈련병들은 인터넷 접근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장병들의 생활상과 사진 등을 (훈련병 본인들이 올릴 수 없기 때문에) 대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부모 혹은 여자친구가 보내는 편지메뉴도 만들어서 그들이 올린 글을 출력해 일과시간 이후 개별적으로 전달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일반우편이나 군사우편으로 보내면 보통 3일에서 4일 정도 소요되는데 바로 그날 전해주게 되니까 부모들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젊으신 부모나 여친이 영상편지를 올렸을 땐 대상자의 동의를 얻어 공개적으로 보여 줄때도 있다. 그러면 부대전체 분위기가 달라진다. 또 '이번 주에는 화생방 교육이 있다든가, 부대홍보, 그리고 훈련퇴소 후 면회를 왔을 때 화천 어디가 좋다, 내지는 어느 집 음식이 맛있다' 등 나름 화천의 홍보맨 역할도 하고 있다."

- 화천군 홍보. 화천주민 한사람으로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화천은 수복지구이기 때문에 안보의식 고취를 위한 관광지가 많다. 파로호가 그렇고, 많은 전적비들이 그렇다. 평화의 댐, 감성마을, 연꽃단지, 파호로 카페리, 붕어섬 등 손꼽히는 관광지도 많다. 그러나 실상 제대할 때까지 이런 곳을 가 본 용사들이나 가족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거다. 면회를 왔을 때 무료하게 보내는 것 보다 지역 관광지를 답사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란 생각이다."     

- 훈련소 인터넷 카페 운영에 대한 용사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기대 이상으로 인기가 높다. 하루 평균 6천여 명 정도 접속하고 훈련병들 또한 인터넷 편지를 기다릴 정도로 인기 카페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제도에 대한 부모들 반응 또한 뜨겁다. 칭찬코너에는 부대장에 대한 감사의 글도 많고, 부모가 인터넷을 잘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직접 전화를 해 카페 가입을 유도한다. (부모님들은)군에 보낸 자식의 근황을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인지 더 적극성을 보이신다." 

훈련병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건 '여친에 대한 그리움'

- 신병교육대 훈련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군 입대를 앞둔 장정이나 가족들이 궁금 할 것 같다. 간단한 소개 좀 부탁한다.
"먼저 입대를 하면 보충대에서 군복과 필요한 보급품을 지급받고 사단이 지정된 이후 사단훈련소에 입소를 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논산이 아닌 사단훈련소 입소에 해당되는 경우다. 훈련기간은 5주이다. 처음 2주간은 군 기본자세, 군인정신 확립, 경례하는 방법, 정신교육을 받고, 3주에서 5주 기간에는 화생방이나 사격, 각개전투, 행군 등 군인으로서 기본훈련을 받는 것으로 진행된다."  

- 훈련병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첫 번째는 이성 즉, 여자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다. 아마 한동안 못 보게 되니까 혹시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으로 생각되는데, 특별히 카페에 그 병사와 관련된 사진 등 근황을 많이 올려주고 있다.(웃음)

두 번째는 바뀐 환경에 쉽게 적응을 하지 못하는 문제. 즉 사회에선 자신이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는데, 군에서는 똑같이 취급되는 데 대한 상실감 같은 것을 들 수 있겠는데, 그것은 시간이 경과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마지막으로 '이제 입대했는데 언제 제대하나'하는 자포자기 의식을  들 수 있겠는데, '군대라는 건 남자들에게 있어 진정한 성인으로 가는 축복받은 과정이다'는 말을 자주 해 주고 있다."            

- 신병훈련 수료 후 부모가 오지 못한 병사들에 대해서 부대에서 각별한 관심을 보인다고 들었다.
"신병훈련이 끝나면 부모나 친지, 친구들이 면회를 오는 제도를 시행하는데,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부모가 못 오는 병사들이 꼭 몇몇 있다. 부모들이 수료식에 참석해 하는 일 중 하나는 자식의 군복에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주는 것인데, 부모가 오지 못한 병사들은 괜히 기가 죽어 보이더라. 그래서 우리 부대에서는 이런 병사들에겐 대대장이나 연대장이 계급장을 달아 주는 게 아니라 사단장이 직접 달아주는 제도를 추진한다.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대할 때까지 사단장 얼굴한번 제대로 본 사람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데 사단장이 직접 계급장을 달아주니까 그 병사들에겐 평생 개인적 영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문일수 중위, #육군제7보병사단, #7사단신교대, #7사단 신병교육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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