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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과 조퇴 투쟁을 주도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과 이영주 수석부위원장 그리고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을 선언하는 글을 올려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민숙 교사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권의 무차별적인 전교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시국선언과 조퇴 투쟁을 주도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과 이영주 수석부위원장 그리고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을 선언하는 글을 올려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민숙 교사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권의 무차별적인 전교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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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24일, 전교조는 '법외노조'가 되었다. 고용노동부(노동부)가, 해직교원 9명을 노조원으로 끌어안고 있는 전교조를 향해 "교원노조법상 노조로 보지 않는다"며 법외노조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교원' 자격이 없는 해직자들을 조합원으로 가입 시켜서는 안 된다는 교원노조법 제2조 규정을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로 들었다.

교육부가 교원노조를 교육의 한 파트너로 여겼다면 노동부를 향해 해당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폐를 주장하는 것이 순리다. 문제의 조항은 교원노조의 단결권을 침해할 수 있는 일종의 독소조항이었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노동 기본권의 기준에도 맞지 않아 국제적인 비난을 불러올 수 있는 문제였다.

유감스럽게도 교육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동부 장단에 발맞춰 전교조 법외노조화 작전을 성공 시키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전교조를 법외노조화려는 작업은 이명박 정부조차 본격적으로 실행하지 못한 난제 중 하나였다. 법률 조항과는 별개로 법적 쟁점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논란과 혼란을 우려해서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반(反)전교조'를 노골적으로 외쳤다. 그런 대통령의 소신 때문이었을까.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는 이명박 정부 때와는 확실히 달라졌다. 오직 '법대로'를 외치며 전교조를 향해 일관되게 날카로운 사정 칼날을 들이댔다. 법 밖으로 밀려난 전교조는 막다른 벼랑으로 몰렸다.

하지만 이제 전교조는 다시 '법내노조'가 되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민중기 부장판사)가, 전교조가 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항소심 판결 전까지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사건'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지난 19일 2심(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은 교원노조법 제2조가 헌법상 평등권과 단결권,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그간 전교조가 강조해온 주장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였다.

항소심 재판부가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에 따라 전교조 법외노조화와 관련된 2심 판결은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미뤄지게 됐다. 헌재법 제38조에 따르면 헌재는 사건 접수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를 하도록 돼 있다고 한다. 실제로는 180일보다 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전교조로서는 천금 같은 시간을 얻게 된 셈이다.

헌재 결정 기다리는 '법외노조 문제'... 무책임한 교육부

법원의 이번 판결로 교육 현장에는 다시 한 번 상당한 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시민단체는 법외노조 문제를 순리대로 풀어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국내 노동 인권의 일반적인 수준이나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조항들의 개폐를 주장했다. 법외노조화에 따른 후속조치를 법적 판단 이후로 미루자고 주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좀 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작년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이후 법원 판단은 법내노조(1심 가처분)-법외노조(1심 본안)-법내노조(2심 가처분) 등으로 계속 뒤집히고 있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과 관련한 법률적 쟁점 판단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법률적 판단에 이어지는 후속 조치 이행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그 모든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 최근에는 일부 교육청을 상대로 현장 복귀를 거부한 전교조 전임자들에 대한 직권면직 행정대집행을 강하게 밀어붙이려 하기도 했다. 인사 문제로 행정대집행을 한 적이 없다는 지적도 무시한 채로였다. 교육부가 '법대로'를 외치며 내보인 모든 태도가 '전교조 죽이기' 비판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서울고법의 판결 이후 교육부는 1심 판결 후 진행해온 후속 조치와 절차를 중단·취소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전교조와 몇몇 시·도교육청과 맞서면서 불러일으킨 갈등과 혼란에 대해 그 어떤 반성과 사과의 말도 없이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한다. 번연히 혼란이 예상되는 일을 저지르고도 무책임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외노조 철회, 전교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전교조 조합원들이 6월 27일 조퇴를 한 뒤 서울역광장에 집결해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법외노조 철회, 전교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전교조 조합원들이 6월 27일 조퇴를 한 뒤 서울역광장에 집결해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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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교육부가 고작(!) '체면'을 구겼다고 적고 있다. 머쓱해했다는 말도 보인다. 2년 가까이 교육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든 책임은 따져 묻지 않은 채 전교조를 압박하는 일에 대해 흥이 꺾이거나 무안을 당해 쑥스럽고 어색한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온당한 논평일까. 교육적인 수단과 방법을 고려하지 않고 사법적 판단에만 기대는 행태에 대해 제대로 된 비판을 한 언론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런 우호적인 여건 탓일까. 교육부의 무리수는 끝이 없다. 끊임없이 비교육적인 행태를 내보이면서 비난을 자초한다. 며칠 전 교육부는 교원 복무관리와 관련한 공문을 내려보내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1일 단식이나 1인 시위, 리본 달기 등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금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매정한 선긋기를 강조한 직후 나온 조치였다. 당연히 교육부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중진인 이재오 의원조차 "이 정부가 정신이 있는 것이냐"라며 교육부의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크게 꾸짖었다. 교육부는 비난이 거세지자 리본 달기와 관련한 지시는, "몸에 부착하는 노란 리본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 건물이나 나무에 부착하는 노란 리본을 금지한 것"이라는 식의 황당한 해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과거 조퇴·연가투쟁 전력까지 조사... 과도한 정치적 압박

황우여 장관이 이끄는 교육부의 무리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몇 달 전 교육부는 전교조 조합원들이 청와대 게시판과 일간지에 시국선언 글을 게시하고, 조퇴투쟁과 교사선언 등으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며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사전구속영장까지 청구하면서 전교조를 압박했으나 영장실질심사에서 모두 기각되었다.

최근 전북교육청은 지난 6월 27일의 전교조 법외노조 조퇴투쟁 참가자를 확인하기 위해 2차 현장조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공문에 따르면 1차 전화조사가 여의치 않았던 상황에서 2차 현장조사를 통해 사실을 확인한 후 집회 참여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조치를 이행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번 2차 현장조사는 교육부의 지시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계획안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현장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전북교육청의 최근 기조와는 무척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계획안에 명기된 비교육적인 조사 방법도 이번 현장조사 계획이 교육부 작품임을 방증하는 사례다.

현장조사팀은 당사자 확인서를 통해 조퇴(연가) 신청 여부나 허가 여부 등 기본 사항 외에 기존 조퇴·연가투쟁 전력까지를 조사한다고 한다. 과거 전력까지를 문제 삼겠다는 식이니 이를 통해 가중 처벌이라도 하겠다는 것일까.

공문에서는 당사자 확인서 작성을 거부한 교사를 압박하기 위해 그 거부 사실을 확인하는 또 다른 확인서를 교장이나 교감, 동료교사로 하여금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조서 작성을 거부하는 범죄자에게조차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현장조사와 관련하여 교육부는 교사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인사기록카드와 나이스 복무 관련 출력물까지 제출하게 해놓았다. 합당한 절차에 따라 신청하고 학교장의 결재를 얻어 실행한 조퇴 행위를 확인하는 데 인사기록카드와 나이스 복무 관련 기록이 필요한 까닭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2차 현장조사가, 조퇴투쟁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한 정치적 압박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세월호 리본 달기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면서까지 교사들의 복무를 관리해주려는 '친절한 교육부'는 전직 국회의원이자 정치인 출신인 황우여 장관이 이끌고 있다. 황 장관은 이즈음 교육 현장에 일대 혼란을 불러오고 있는 교육부의 책임을 과연 얼마나 통감하고 있을까. 황 장관이 이끄는 교육부가 '교육적'으로 처리해도 될 교육계 내부의 문제를 가장 부정적인 의미의 '정치 논리'로 풀어가고 있는 듯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blog.ohmynews.com/saesil)에도 싣습니다.



태그:#황우여 교육부 장관,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 #조퇴투쟁, #교원노조법 제2조, #위헌법률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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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민주주의의 불한당들>(살림터, 2017)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살림터, 2016) "좋은 사람이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도가 좋은 사람을 만든다." -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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