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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하늘
 청명한 가을하늘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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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늘 내 마음 밭을 촉촉이 적셔 주는 단비와 같다. 일상이 왠지 시들시들하고 재미가 없을 때 산을 찾으면 어깨가 들썩들썩 절로 신명이 난다. 팍팍한 삶에서 오는 온갖 투정을 달래 주는 듯한 자연의 드넓은 품속에서 살맛을 얻고 다시 든든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지난 14일, '경남 산 사랑회' 회원들과 함께 영덕 칠보산(810m, 경북 영덕군 병곡면) 산행을 나섰다. 오전 7시 40분 마산역서 출발한 우리 일행이 꼬불꼬불 굽이진 길 따라 유금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10분께. 산행에 앞서 유금사 삼층석탑(보물 제674호)을 볼 설렘에 잰걸음으로 경내로 올라갔다.

유금사 삼층석탑(보물 제674호)
 유금사 삼층석탑(보물 제6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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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행길, 힐링이 따로없다

이중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려 통일신라 시대 석탑의 전형적 양식을 따르고 있는 유금사 삼층 석탑은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이뤄져 있다. 또한 층마다 모서리에 기둥 모양이 새겨져 있을 뿐 다른 꾸밈은 없어 소박한 느낌을 준다.

탑신부의 지붕돌은 4단의 층급 받침을 두고 있는데, 네 귀퉁이에서 살짝 추켜올려져 있었다. 상륜부는 없어져 후대에 와서 다시 복원해서 그런지 탑과 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본디 이 탑은 대웅전 앞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대웅전이 무너져 버려 지금의 위치로 옮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탑 속에서 금동주악천상이 발견돼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유금사 경내를 벗어나 산행을 시작했다. 칠보산이라 하면 충북 괴산 칠보산을 떠올리는 산객들도 있다. 불교 경전인 무량수경이나 법화경에 나오는 금, 은, 마노, 유리, 거거 등 일곱 가지 보물을 의미하는 괴산 칠보산과 달리 영덕 칠보산은 더덕, 황기, 산삼, 돌옷, 멧돼지, 철, 구리 등 일곱 가지 동식물 및 광물이 풍부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정말이지 세월이 많이도 흘렀나 보다. 요즘 세상에 멧돼지를 보물이라 여기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테니까 말이다.

영덕 칠보산은 힐링 산행에 딱 안성맞춤이다. 숨 가쁘게 헐떡거릴 만큼 가파른 오르막도 없고, 산들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나뭇잎들의 잔잔한 떨림이 보기에 좋다. 무엇보다 산행 내내 보들보들한 흙길을 밟을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했다. 한마디로 일상에 찌든 피로를 싹 씻어 주고, 삶에 지친 마음마저 토닥토닥 달래 주는 힐링의 시간이다.

그렇게 1시간 10분 남짓 걸어갔을까. 억새풀이 피어 있는 헬기장이 나왔다. 전망이 탁 트여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생기는 곳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여기저기 구름들이 파란 하늘을 뛰놀듯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직 흐드러지게 피지는 않았지만 억새와 어우러져 하늘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나는 잠시 넋이 빠져 있었다. 그리고 우리 곁에 가을이 와 있음을 진하게 느꼈다.

영덕 칠보산 정상
 영덕 칠보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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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넉넉잡고 15분 정도 올라가면 칠보산 정상에 이른다. 정상 표지석을 보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정성이 묻어나 언제나 반갑다. 정상부에 벌써 도착해서 도시락을 먹고 있던 몇몇 회원들이 나를 보고는 같이 밥 먹자며 정답게 불렀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도시락을 싸지 못했는데, 알뜰한 회원들이 이것저것 맛난 음식을 챙겨줘 고마웠다. 산행 길에 여러 사람들과 함께 먹는 음식 맛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거리다.

정상에서 내려와 일행은 칠보산과 이어져 있는 등운산(767m)으로 향했다. 오후 2시쯤 팔각정에 도착해 잠시 담소를 나누며 휴식하다 보드라운 흙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다. 여기서 20분 남짓 더 가면 등운산 정상이다. 번듯한 정상 표지석 없이 정상임을 알려 주는 허름한 표지판만 하나 달랑 있어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언젠가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예쁜 정상 표지석을 세우는 날이 오길 마음으로 빌어 본다.

등운산 정상에서 칠보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길은 다소 지루했다. 게다가 점점 가파른 내리막 길이 이어져 조심스러웠다. 힐링 산행으로 적극 권하고 싶은 영덕 칠보산. 보드라운 흙길, 군데군데 피어 있는 가을꽃, 구슬땀을 시원하게 날려 주는 산들바람, 억새풀과 어우러진 멋진 하늘을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팔각정에서
 팔각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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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칠보, #힐링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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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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