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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빛과 그늘이 차이
▲ 어리연꽃 이파리 빛과 그늘이 차이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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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꽃 쑥부쟁이
▲ 쑥부쟁이 가을꽃 쑥부쟁이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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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가을 하늘이 높고 맑습니다. 아직 완연한 가을은 아니라서 가을 빛을 찾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나섰지만 한낮이라 컬러 사진의 색감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자연의 시간을 '매직 아워'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신비한 시간'입니다. 그 시간의 빛은 개인적인 경험상 해뜨기 전후와 해진 후의 15분 어간이더군요. 그리고 아침 나절에도 제법 사진의 색감이 좋습니다.

좋은 사진을 담고 싶으시다면 부지런해야 합니다. 매직 아워를 놓치지 않는다면 좋은 사진을 담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줄기마다 잔가시가 가득한 환삼덩굴
▲ 환삼덩굴 줄기마다 잔가시가 가득한 환삼덩굴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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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섶 사이로 피어난 꽃
▲ 쑥부쟁이 풀섶 사이로 피어난 꽃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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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이런저런 일로 시간을 놓쳤고, 오랫동안 사진을 담지 못했기에 한낮에 산책 겸 출사를 나갔습니다. 하늘에 뭉게구름이라도 많으면 하늘을 배경으로 풍경사진을 담으면 좋겠는데 그마저 아쉽게도 햇살만 쨍합니다.

컬러 사진을 담으니 그저 모두 밋밋하게 나옵니다. 카메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흑백사진(모노크롬) 모드가 있습니다. 메뉴에서 모노크롬을 선택한 후 세부메뉴로 들어가면 샤프니스, 콘트라스, 색조 효과 등이 있습니다. 저는 이번 기사에 소개된 사진들은 포토샵에서 사이즈만 줄인 것입니다. 

샤프니스와 콘트라스를 높여주고, 색조 효과는 세피아로 설정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색조 효과도 있고, 샤프니스와 콘트라스 등을 어떻게 조절하는가에 따라 색다른 모노크롬 사진이 나옵니다.

하얀눈 내린 듯 피어난 미국쑥부쟁이
▲ 미국쑥부쟁이 하얀눈 내린 듯 피어난 미국쑥부쟁이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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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누워버린 수크령
▲ 수크령 바람에 누워버린 수크령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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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밋밋할 때 혹은 고전적인 맛을 내고 싶을 때, 이렇게 모노크롬으로 사진을 찍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흑백사진을 담다 보면 빛과 어둠의 미세한 차이에도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어차피, 사진은 빛을 어떻게 요리하는가의 문제입니다. 거기에 작가의 시선이라 할 수 있는 프레임도 포함되겠지만, 흑백사진의 장점은 '사진과 빛'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일정한 패턴을 발견하는 눈을 가질 수 있습니다. 컬러에서는 보이지 않던 패턴들이 보이는데, 주로 인공적인 것들이 아닌 자연에서 동일한 패턴들을 보게 됩니다.

누웠다 다시 일어나는 풀
▲ 풀 누웠다 다시 일어나는 풀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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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위에서 바라본 풀입니다. 여러가지 풀들이 섞여 있지만, 가장 강렬하게 보이는 것은 선이 분명한 풀잎입니다. 작은 풀잎들의 일부분은 빛을 받고 있으며, 어떤 것들은 그늘에 있습니다. 컬러 사진이었다면 노출과다가 일어날 확률이 많은 사진이지만, 흑백 사진에서는 노출과다에 해댕하는 부분들이 하나의 패턴이 되었습니다.

인공적인 것에서는 동일한 패턴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만, 자연에서 동일한 패턴을 발견하는 눈을 키우는 것은 사진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거미줄이 가을햇살을 붙잡았다.
▲ 거미줄 거미줄이 가을햇살을 붙잡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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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진은 빛입니다.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면 거미줄은 밋밋하지만, 역광에서 45도 정도의 각도로 바라보면 햇살에 빛나는 거미줄을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사진은 피사체와 같은 눈높이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파격적일 때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빛을 읽는 것입니다. 빛의 각도는, 저의 경우 15도 정도가 좋습니다. 일몰 혹은 일출의 시간에 좋은 사진이 담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 정도의 각도가 자연스럽게 잡히는 것이지요.

같은 것 같지만 모두 다르다.
▲ 나팔꽃 이파리 같은 것 같지만 모두 다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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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의 패턴은 동일합니다. 그러나 자연의 패턴은 얼핏 보면 동일한 것 같지만, 같은 것은 단 하나고 없습니다. 행여 같은 것이라도 빛의 각도와 카메라의 각도에 따라 또 다르게 표현됩니다. 어쩌면, 인공의 패턴도 그런 점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팔꽃의 덩굴, 그 이파리들을 보십시오. 그렇게 자연의 패턴을 찍어놓고 각기 다른 모습들을 찾아보는 것은 숨은그림 찾기와도 같습니다. 그러다 뜻하지 않은 것을 찾아낼 수도 있는 것이지요.

저는 저 나팔꽃덩굴의 이파리에서 시든 이파리들을 몇 장 찾았습니다. 이른바 상처지요. 사진만이 아니라 사진과 어우러진 글을 쓰고 싶으시다면 이런 부분들을 잘 살피면 도움이 됩니다.

길고양이가 경계를 하며 지켜본다.
▲ 길고양이 길고양이가 경계를 하며 지켜본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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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행운이 따라줘야 합니다. 오늘 사진에는 사람이나 동물들을 포함 시키지 못했습니다만, 단순한 풍경사진이 아니라 차별성 있는 풍경사진을 담으려면 사람이나 동물을 포함시키면 됩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는 않지요. 그래서 연출사진이 아니라면 행운처럼 만나는 것이고, 그래서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진을 오래 찍다 보면 그런 순간들을 놓치지 않는데, 그 순간을 '찰나의 순간'이라고 합니다. 까르띠에 브레송의 사진이나 유명작가들의 사진을 보면 그 찰나의 순간을 기가 막히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작가의 노력에 행운이 더해진 것입니다.

요즘 디지털카메라의 성능은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그냥 자동설정으로 컬러사진만 담지 마시고, 그 안에 들어있는 다양한 기능들을 익혀 보십시오. 그 중 하나가 흑백, 모노크롬 기능입니다. 카메라는 흔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값도 싸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값싼 물건만은 아닙니다. 다양한 기능들을 사용하시면서 사진담는 재미에 빠지신다면 분명, 당신은 본전을 뽑을 것입니다.


태그:#디지털카메라, #흑백사진, #어리연꽃, #길고양이,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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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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