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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여성이 안전한 주거 환경을 찾기란 너무도 힘든 게 현실.
 1인 가구 여성이 안전한 주거 환경을 찾기란 너무도 힘든 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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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다. 직장인, 특히 20대의 사회 초년병들이 좋은 '원룸'을 갖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이 전쟁은 어렵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100(만 원)에서 200여 발의 실탄과 매월 30발의 실탄을 충전할 수 있다는 것뿐. 최근에는 실탄이 500 이상 필요하다 하니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찾아야만 한다. 안 그러면 이 전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으니까. 이제 그 전쟁을 치르려는 20대 직장인과 함께 동행해 보려 한다. 그 전쟁의 실상을 함께 알아보자.

방? 알아봐 줄게

전쟁의 기미는 전역과 동시에 온 전화와 함께 보였다. 경북 예천에 거주하다 서울에 직장을 잡은 친구의 전화.

"아, 살기 힘들다~ 뭔 방값이 이렇게 비싸냐~"

현재 이 친구는 흑석동 반지하에서 월세 오십을 내며 살고 있다. 그나마 대학가라서 싼 값에 구했다고 한다. 이 친구의 월급은 대략 140만 원 정도. 월세로 오십은 너무 비싸니 아는 언니와 둘이서 반씩 나눠내고 있단다. 그래도 25만 원이면 세후 130만 원 이하로 떨어질 월급에서는 부담이 크다.

"집 좀 알아봐 줘~ 너네집 근처는 좀 싸지 않냐?"

인천에 거주하고 있던 나는 그 친구의 말을 듣고 결심했다. '시간이 있으면' 집을 알아봐 준다고. 그러나 전역한 사람이 무슨 시간이 있겠는가. 그저 기억의 저편으로 묻어서 고이 모셔뒀다. 그런데 친구에게 전화 또 왔다. 한창 자고 있던 토요일 오후.

"야. 집 구하러 가자. 너 같이 간다며..."

친구의 여자친구가 집을 구한다는 말에 불현듯 예천 친구의 얘기가 생각났다. 그 친구를 위해서 동행하며 알아봐준다고 했는데 이렇게 급작스러게 갈 줄은 몰랐다. 대충 씻고 나와 펜과 수첩을 들었다. 나의 무기는 다 챙겼으니 이제 전쟁터로 갈 시간이다.

외지에서 야간 근무하는데 불안해서요

이 전쟁을 치를 20대 직장인은 울산에서 올라온 초년병이다. 평균 급여는 140여만 원 정도. 세금을 떼고 나면 남는 건 130만 원여 정도 된다. 근근히 실탄을 받아 살아가는 초년병에게 이번 전쟁을 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집을 살고 있는데 계약기간이 거의 끝나가요. 그런데 회사에서 야간으로 일을 하다 보니 출퇴근이 어렵더라구요.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회사에서 가깝고 치안이 좋은 곳으로 가려고 해요."

처음 입사했을 때는 주간에서 일했지만 막내라는 이유로 야간으로 급하게 바뀌었다. 교수의 추천으로 들어가게 된 회사인데 갑작스런 야간 통보. 막내의 설움을 느꼈다. 개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막내라는 이유로 바뀐 것이다. 여자이기에 걱정되는 불안과 외지에서 일한다는 갑갑함을 호소하려해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주간일 때는 별 문제 없던 출퇴근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같이 출근하고 퇴근할 때는 그렇게 걱정이 없었어요. 동네가 약간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조금 무서운 것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야간으로 바뀌니까 거의 혼자 다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무섭더라고요."

최근에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발생한 적이 있는 동네였다. 속칭 '바바리맨'이나 '몰카족'들이 돌아다녔고 실제로 직접 목격한 적도 있었다. 그녀의 불안은 커졌고 결국 이사를 결정했다.

실탄 200으로는 어려워요

초년병은 실탄 200을 준비했다. 예전 원룸은 실탄 100에 30이었다. 싸게 구한 편이었다. 그나마 야간으로 바뀌면서 월급이 조금 올라 실탄 200을 준비할 수 있었다. 일단은 적진을 정찰하는 게 우선이다. 동네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원룸가를 탐색했다.

동네 주변에 세운 건물은 많지만 목 좋은 곳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빌라와 오피스텔이다. 도로를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찾았지만 결국 원룸 대신 빌라와 오피스텔이다. 결국 원룸 찾기에 실패한 초년병은 작전지도를 가지고 있는 '정보사령부'인 공인중개사를 찾았다. 공인중개사는 능숙한 솜씨로 초년병이 찾으려하는 원룸 조건을 물어본다.

"전에 살던 집은 100에 30이었는데 이번에는 200에 30~33을 생각하고 있어요."

공인중개사의 표정이 묘해진다. 마치 '이 가격에 원룸이 있으려나'란 표정. 한창을 작전지도를 뒤적이던 중개사가 몇개의 목록을 적어 왔다.

"일단은 원하는 곳은 있어요. 한 번 가볼까요?"

해당 작전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최근 원룸 시세에 대해 물었다.

"최근 이 지점들은 실탄 300에 30으로 형성돼 있어요. 솔직히 200으로 구할 수 있는 원룸은 그다지 질이 안좋아요. 그나마 괜찮은 집이 있으니 거기로 가보죠."

흔들거리는 싱크대, 갑갑하게 작은 방

첫번째로 방문한 곳은 깨끗했다. 조그마한 TV에 인터넷이 무료. 그러나 여자가 혼자 써야할 방으론 조금 작았다. 두번째로 방문한 곳은 같은 건물의 다른 방. 구조는 똑같았다.

"이 집은 앞서 봤던 집과는 같아요. 그런데 문제가..."

공인중개사가 싱크대를 잡고 흔든다. 그러자 흔들거리는 싱크대. 앞서 집도 마찬가지로 흔들린단다. 실탄 200에는 이유가 있었다.

"300짜리 방이 있어요. 거기도 한 번 가보죠."

시세가 300에 형성돼 있다니 한번 다른 방도 보기로 했다. 그 곳은 여자 혼자 살기에는 좋았다. 집 주인이 직접 거주하고 CCTV도 달려 있었다. 외적 조건은 좋으니 내부는 어떨까? 내부는 전망을 제외한 모든 것이 실망이었다. 앞서 두 집들보다도 작은 방. 작아도 너무 작았다. 침대 하나 놓으면 집에 더이상 다른 것을 둘 수 없었다. 공인중개사도 작전 지역이 생각보다 작았는지 당황한 눈치였다. 좀 더 큰방을 알아봐주겠단다.

"여기로 한번 가보시죠. 신축인데 아직 공사도 안 끝났어요."

실탄은 매달 140받는데... 월세가 500에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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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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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를 걸어가니 1층짜리 주택들이 보인다. 그중 하얀 주택으로 들어간 공인중개사. 해당 지역은 아직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해 진지공사 중이었다. 초년병이 방안을 둘러봤다. 복층 구조에 꽤 넓은 방. 마당까지 있어 혼자 살기에도 좋았다.

"여기는 얼마나 해요?"

꽤나 마음에 들었나 보다. 가격부터 물어본다. 공인중개사는 잠시 기다려 달라는 말과 함께 해당 진지 담당 중대장에게 전화를 건다.

"예, 사장님. 예, 500에 40이요?"

초년병은 바로 의지를 접는다. 40은 자신의 월급 사정을 훨씬 뛰어 넘는다. 매달 받는 실탄이 140정도인데 월세로 40을 내면 저축조차 하기 힘들다. 아무리 생각해도 40은 안 된다.

"더 이상 작전을 수행할 지역이 없네요."

해당 진지가 마지막 지역이란 말과 함께 공인중개사는 돌아가자 한다. 작전 실패다.

좋은 집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이 주변은 대부분 항공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공단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많이 살고 있다 했다. 이전 원룸보다 사는 사람들이 괜찮은 편이었다. 외진 곳이긴 하지만 바로 초등학교도 있어 사람 유동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가격이 문제다. 적당한 집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가격이 괜찮은 집은 시설이 안 좋았다.

"전세자금 대출이라도 받아서 들어오는 방법은 있는데 문제는 주인들이 그걸 허락해 주지 않는다는 거죠. 전세자금 대출은 집주인 허락이 있어야 하거든요."

200에서 집을 구한다는게 어려운 일이란 설명이었다.

"워낙에 종잣돈이 적어서요. 이곳 대부분이 300에 30부터 시작하게 형성돼 있거든요. 저희도 이런 분들에게 맞춰 드리고 싶은데 워낙 집주인들끼리 단합이 잘돼 한쪽 입장만을 들어줄 수가 없어요. 저희도 가운데서 최대한 중재를 해드리려고 하는 거죠."

전쟁의 패배가 눈에 선했다. 이대로는 무조건 '필패'다. 원룸은 대부분 이사 가기 1주 전에 계약한다는 말과 함께 공인중개사는 작전상 후퇴를 하자고 제안했다. 초년병도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후퇴를 결정했다. 한 달여 남은 기간이 있으니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인천도 구하기 힘든데 서울은 더하랴

문득 친구가 생각난다. 예천 친구도 140여만 원의 실탄을 지급 받는다. 그 중 세금을 제하고 나면 남는 돈 130만 원. 통신비 10, 교통비 10, 용돈 30, 식비 20이 빠지고 나면 남는돈은 50여만 원. 그나마 방세를 내고 나면 남는 25만 원이 저금을 할 수 있는 돈이다. 그 돈도 그나마 경조사가 없을 때나 저금할 수 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기타 비용으로 고스란히 나가 저축하기도 힘들다. 둘이 살았을때 겨우 25만 원으로 집값을 맞추는 서울이다.

그나마 집값이 싸다는 인천도 이 지경인데 그 친구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집을 구해 달라던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 소식을 알려줘야 겠다. 씁쓸한 후퇴 소식을. 원룸구하기도 어려워진 지금. 이제는 사원들에게 점심식사를 주고 기숙사를 제공해 주는 것이 최고의 복지라는 우스개소리가 절실히 느껴진다. 과연 작전상 후퇴를 통해 우리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작전사령관의 현명한 작전이 시급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집을 구하는 20대 직장인들과의 동행 취재를 각색한 것입니다.



태그:#원룸, #집, #월세, #20대,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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