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작 전 국기를 향해 서서 국가를 부르고 있는 북한 여자축구 선수들

경기 시작 전 국기를 향해 서서 국가를 부르고 있는 북한 여자축구 선수들 ⓒ 심재철


전반전에 겨우 한 골만 터져서 좀 답답했나보다. 선수들을 응원하던 북한 임원진들은 전반전 종료 직전에 "2분 남았어. 밀어!"라는 큰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렇게 밀어붙이라는 주문이 통한 것일까? 후반전에 그녀들의 공격 실력이 시원하게 통했다.

김광민 감독이 이끌고 있는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이 20일 오후 7시 인천 남동 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C조 두 번째 경기에서 홍콩을 5-0으로 물리치고 2승(10득점 0실점)의 기록으로 8강 토너먼트에 당당히 올랐다.

위종심 오른쪽 날개 공격 위력적

역시 북녀들의 축구 실력은 아시아권에서 최정상급이었다. 경기 시작 7분만에 위종심의 왼발 슛으로 선취골을 넣고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추가골을 터뜨리지 못해 조급한 마음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들이 준비한 선 굵은 축구는 후반전에 진짜로 빛났다.

선취골을 터뜨린 위종심이 북한 여자축구의 중심이었다. 북한 공격의 70% 정도가 그녀가 주로 뛴 오른쪽 측면에서 이루어졌고 후반전에 얻어내고 싶은 추가골이 대부분 오른쪽에서 올라왔다.

후반전에 터진 네 골 중에서 세 골이 모두 머리로 넣은 것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위종심의 오른쪽 측면 띄워주기는 홍콩 선수들이 감당해내기 벅찬 수준이었다. 56분에 두 번째 골이 터지면서 북녀들은 그 조급함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북한의 주장 리예경이 56분에 이마로 두 번째 골을 터뜨리는 순간

북한의 주장 리예경이 56분에 이마로 두 번째 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선취골의 주인공 위종심이 오른쪽 끝줄 앞에서 올려준 공을 왼쪽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맡고 있는 주장 리예경이 이마로 받아 넣어 그물을 흔든 것이다. 리예경은 주장답게 그로부터 7분 뒤에도 정확한 위치 선정 능력을 자랑하며 이마로 한 골을 더 보탰다. 하프 타임에 김광민 감독이 좀 더 정확한 측면 크로스를 주문한 것이 눈에 띄는 순간이었다.

하나 된 관중석, "우리는 하나다!"

리예경의 연속골에 완승의 자신감을 얻은 북녀들은 67분에 간판 골잡이 허은별이 특유의 골 감각을 자랑하며 네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중심을 낮춰 절묘하게 머리로 돌려넣는 기술이 탁월했다.

김광민 감독이 숨겨두었던 또 하나의 골잡이가 대승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후반전 시작 후 3분만에 김윤미 대신 달려들어간 라은심이 82분에 홍콩 골문 바로 앞에서 오른발 대각선 슛을 왼쪽 구석에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선취골의 주인공 위종심이 전반전에 짧은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고 있다

선취골의 주인공 위종심이 전반전에 짧은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고 있다 ⓒ 심재철


이렇게 일방적인 북한의 공격을 당하며 다섯 골을 얻어맞은 홍콩 선수들은 전반전 17분에 체응 와이 키가 시도한 중거리 슛을 유일한 공격 기록으로 남기고 물러났다. 그러나 8강 진출에 대한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 홍콩 선수들은 23일 오후 5시 같은 장소(남동 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베트남과 C조 마지막 경기를 펼쳐 2위 자리를 다투게 된다. 여자축구의 8강 토너먼트는 9월 26일에 일제히 네 경기(문학, 안산, 고양, 화성)가 열린다.

한편, 마가렛(호주)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북한 선수들은 관중석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며 끝까지 큰 목소리로 응원해준 남북공동응원단 시민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며 감사의 뜻을 표현했다. 일부 관중들은 선수들에게 물을 주고 싶어서 물병을 내밀기도 했지만 가까이 다가설 수는 없는 분위기였다.

 북한 임원들이 7분에 터진 위종심의 선취골에 기뻐하고 있다

북한 임원들이 7분에 터진 위종심의 선취골에 기뻐하고 있다 ⓒ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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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C조 결과(20일 저녁 5시, 남동 아시아드 럭비경기장)

★ 북한 5-0 홍콩 [득점 : 위종심(7분), 리예경(56분), 리예경(63분), 허은별(67분), 라은심(82분)]

◎ 북한 선수들
FW : 김윤미(48분↔라은심), 허은별
MF : 리예경(주장/65분↔김수경), 전명화(58분↔정유리), 김은주, 위종심
DF : 윤성미, 리은영, 김남희, 김은향
GK : 조윤미

◇ 여자 축구 C조 현재 순위
북한 6점 2승 10득점 0실점 +10
홍콩 0점 1패 0득점 5실점 -5
베트남 0점 1패 0득점 5실점 -5
여자축구 북한 김광민 위종심 인천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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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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