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MLB)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먼저 시즌 20승 달성에 성공했다. 커쇼는 한국시각으로 20일 오전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경기 초반부터 힘겨운 모습을 보였지만, 팀 동료들의 넉넉한 득점 지원을 받으며 승리를 챙겼다.

다저스 타자들의 분발, 그러나 커쇼의 출발은 불안했다

다저스는 1회 초 1사에서 2번 타자 야시엘 푸이그가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서 3번 타자 아드리안 곤잘레스가 끈질긴 승부 끝에 우전 안타를 기록했다. 발이 빠른 푸이그는 이 틈에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서 4번 타자 맷 켐프가 배트를 바꾸면서까지 승부에 집중한 끝에 3점포 홈런(22호)을 작렬하며 커쇼가 마운드에 오르기 전부터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다저스의 공격은 매서웠다. 5번 타자 헨리 라미레스의 타구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다가 우측 담장을 때리는 2루타를 기록했고, 6번 타자 칼 크로퍼드의 내야 땅볼 때 라미레스는 3루까지 진루하며 추가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7번 타자 후안 우리베의 적시타로 다저스는 1점을 추가해 4-0으로 달아났다.

결국 시카고 컵스의 선발 에드윈 잭슨은 35개의 공을 던지며 0.2이닝 4피안타 4실점으로 1회도 채우지 못하고 에릭 조키슈로 교체됐다. 그러나 8번 타자 A. J. 엘리스까지 본인의 시즌 2호 투런 홈런을 기록하며 점수는 6-0으로 벌어졌고, 컵스의 악재는 계속됐다. 설상가상으로 컵스의 포수 웰링턴 카스티요는 수비를 하다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결국 1회 말 타석에서 라파엘 로페즈로 교체돼 컵스는 1회부터 투수와 포수가 모두 교체됐다.

다저스는 1회에만 타자가 일순했다. 커쇼는 공을 던지기도 전에 먼저 방망이를 붙잡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하지만 동료들의 공격이 너무 길었던 탓인지 커쇼는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커쇼는 1회 말 선두타자 아리스멘디 알칸타라를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하비에르 바에즈를 범타 처리한 커쇼는 앤서니 리조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실점했다. 호르헤 솔레어에게 3루타를 허용하면서 리조까지 홈으로 들어와 6-2가 됐다. 커쇼는 이어진 로페즈 타석에서 중견수 희생 플라이를 허용해 1점을 더 내줬다. 하지만, 이어진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더 이상 실점하지는 않았다.

다저스는 2회 초 발 빠른 선두타자 고든이 유격수 앞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고든은 주저하지 않고 바로 2루를 훔쳤다. 시즌 63호, 고든은 도루 부문 선두를 굳혔다. 그러나 푸이그와 곤잘레스 그리고 켐프가 모두 범타로 물러나며 추가 득점은 없었다.

커쇼는 2회 말에도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이번에는 타구가 깊어 잡기 힘든 타구였으나, 2루수 고든의 글러브에 맞아 타구가 외야로 뻗지는 않았다. 커쇼는 주니어 레이크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또 다시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조키슈의 번트 실패로 커쇼는 간신히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클레이튼 커쇼

클레이튼 커쇼 ⓒ 위키백과


커쇼는 이후 알칸타라의 타석에서 투수 앞 땅볼로 병살타를 유도했다. 1루 주자는 2루에서 아웃됐으나 타자는 비디오 판독 챌린지를 통해 출루했다. 커쇼는 다음 타자 하비에르 바에즈를 내야 뜬공으로 잡아내며 더 이상의 흔들림 없이 이닝을 마쳤다.

3회 초 2사 상황, 컵스의 3루수가 수비 실책을 범하며 유리베가 출루했다. 이어진 타석에서 엘리스가 연타석 홈런이자 시즌 3번째 홈런포를 작렬해 8-3 리드를 굳혔다. 이 경기 전까지 시즌 1개의 홈런에 그쳤던 엘리스는 처음 두 타석에서 모두 홈런을 기록, 4타점을 쓸어 담으며 그 동안의 부진을 만회했다.

커쇼는 3회 말 수비에서도 선두타자 리조를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키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솔레어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1루에 출루해있던 리조까지 견제로 잡아냈다. 다음 타자 로페즈가 데뷔 첫 안타를 중전 안타로 장식하며 출루했지만, 커쇼는 그 다음 타자 조키슈를 다시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다저스는 4회 초 공격에서 푸이그의 약간 빗맞은 타구가 나왔을 때 특유의 주루 플레이로 2루타를 만들었다. 이어서 푸이그는 곤잘레스의 유격수 땅볼로 3루까지 진루했다. 그러나 켐프의 3루 땅볼로 추가 점수는 나오지 않았다.

4회 말 선두타자 크리스 발라이카의 타구가 수비하기 어려운 곳에 떨어지며 행운의 2루타가 됐다. 레이크를 파울 팁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대타 맷 시저의 타구를 좌익수 크로포드가 잡지 못하며 또다시 2루타가 됐다. 1사 주자 2·3루 위기에서 커쇼는 알칸타라와 바에즈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점수를 내주지는 않았다.

불안한 피칭에도 타선 도움으로 승리 거둔 커쇼

양 팀은 5회 초가 돼서야 이날의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커쇼도 4회 1사 이후에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며 점차 안정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5회 말 2사에서 로페즈를 볼넷으로 출루시키고 마이크 올트를 안타로 출루시켰다.

커쇼는 이날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며 17경기 연속 7이닝 이상 투구가 중단됐다. 106개의 공을 던지며 분발했지만 매 이닝 주자를 출루시키며 불안하게 경기를 진행했다. 커쇼는 이 경기에서 5이닝 7피안타 3볼넷 1몸맞는공 9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에도 실패했다. 커쇼는 결국 투구를 마치고 6회 초 공격에서 대타 작 피더슨으로 교체됐다.

다저스는 1회 6점 추가에 이어 6회에도 6점을 추가하며 또 한 번의 빅 이닝을 만들어냈다. 선두타자 엘리스의 볼넷과 고든의 안타 그리고 푸이그의 장외 3점포(시즌 15호)로 11-3, 승리에 쐐기르 박았다.

이어진 곤잘레스의 볼넷과 켐프의 안타로 1사 1·3루 기회를 계속 이어갔다. 라미레스의 적시 2루타가 터지면서 다저스는 1점을 또 추가해 12-3이 됐다. 다음 타자 크로포드까지 2타점 적시타를 추가하면서 14-3, 점수 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다저스는 선발투수 커쇼를 제외한 나머지 8명의 선발타자가 모두 안타를 기록하며 컵스 마운드를 맹폭했다. 다저스는 최근 들어 상하위 타선이 골고루 감각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선발진에서 류현진의 부상과 잭 그레인키, 댄 하렌, 로베르토 에르난데스 그리고 임시선발 카를로스 프리아스 등의 부진으로 인하여 경기 내용의 기복이 심했다.

점수를 여유 있게 벌린 다저스는 6회부터 제이미 라이트, 스캇 엘버트, 브랜든 리그 그리고 J. P. 하웰을 투입하며 승리를 지켰다. 9회에 등판한 하웰은 3피안타로 2점을 허용했으나,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크리스 페레스가 등판할 틈을 주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경기를 14-5로 끝냈다.

이 승리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굳게 지켰고, 워싱턴 내셔널스에 이어 내셔널리그 2위 자리도 지켰다. 다저스가 서부지구 우승을 위한 매직 넘버는 7로 줄어들었다. 이날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게 패하면 매직 넘버는 6으로 줄어들게 된다.

30경기 미만 등판에도 20승... 류현진 복귀는 불투명

커쇼는 이날의 부진으로 평균 자책점이 1.70에서 1.80까지 상승했으나 승리하기에 충분한 점수를 지원해 준 타선의 도움으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먼저 20승(3패) 고지에 올랐다. 또한 4점 이상을 지원받은 경기에서 통산 66승 무패 기록을 이어갔다. 메이저리그 선발투수가 2차 세계대전 종결 후 한 시즌에 30경기 미만을 선발 등판하고 20승을 거둔 사례는 1999년 페드로 마르티네스(당시 보스턴 레드삭스) 이후 처음이다.

페드로는 1999년에 31경기에 나왔지만, 그중 선발로 등판했던 경기는 29경기였다. 이 해에페드로는 23승 4패 방어율 2.07에 313탈삼진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커쇼는 올 시즌 초반 부상으로 결장하는 바람에 다소 적은 26경기에 선발 등판했고, 남은 시즌 일정을 감안했을 때 27경기 선발로 정규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커쇼는 자이언츠와의 홈 3연전 중 한 경기에 올해 정규 시즌 마지막으로 등판해 시즌 21승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면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도 확실하게 굳힐 수 있으며, 수상이 유력한 내셔널리그 사이영 상과 함께 리그 MVP 수상 가능성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커쇼는 2011년에 트리플 크라운으로 생애 첫 사이영상을 수상할 때 21승을 기록한 바 있다.

한편,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은 시카고에 합류하는 동안 예정된 항공편에 문제가 생기며 도착이 다소 늦어졌지만 팀에 무사히 합류했다. 돈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복귀 시점에 관하여 말을 아꼈다. 다만 "류현진이 괜찮다고 하면, 그때는 괜찮은 것"이라며 "그를 믿는다"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감독은 류현진의 상태가 완전해질 때까지 충분한 휴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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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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