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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면목화공원에서 만난 목화 솜꽃. 옛 추억을 떠올려주는 초가을의 서정이다.
 겸면목화공원에서 만난 목화 솜꽃. 옛 추억을 떠올려주는 초가을의 서정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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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높고 구름도 많다. 바람결에서도 가을이 잔뜩 묻어나는 요즘이다. 이 초가을에 꽃무릇과 함께 이 초가을에 만나는 남도의 서정이 있다. 애잔한 추억이 서려 있는 목화다.

목화가 가장 아름다울 때가 지금이다. 꽃도 미백색과 연분홍색으로 남아있다. 목화 다래도 많이 달려 있다. 이파리가 불그스레 물들기 시작하면서 목화솜도 방글방글 피어나고 있다. 남도의 애틋한 초가을 분위기를 목화밭에서 만난다.

아무데서나 쉽게 만날 수 없는 목화이기에 더 색다르게 다가선다. 기억 저편에서 잠자고 있던 옛 추억도 끄집어내 준다. 아이들도 책 속에서만 봤던 목화를 보면서 신기해한다. 목화 다래가 주렁주렁 열려있고 목화솜도 활짝 피어있는 곡성으로 간다. 지난 14일이다.

겸면목화공원의 목화밭. 겸면천변 둔치에 펼쳐져 있다.
 겸면목화공원의 목화밭. 겸면천변 둔치에 펼쳐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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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 꽃. 미백색과 연분홍 빛깔이 조화를 이뤄 아름답다.
 목화 꽃. 미백색과 연분홍 빛깔이 조화를 이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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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는 문익점과 한 묶음으로 연결된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다. 붓대롱 속에 씨앗을 숨겨 가지고 들여와서 심었기 때문이다. 이 목화는 오래전 정말 귀한 대접을 받았다. 딸을 시집보내려면 제일 먼저 준비하는 혼수품이었다.

농촌에서 목화를 많이 심은 이유다. 딸이 많은 집안에서는 다른 집보다 더 심었다. 그만큼 목화솜을 넣은 누비이불은 일등 혼수품이었다. 집집마다 이 목화솜을 타서 만든 이불 몇 채씩 없는 집이 없었다. 솜을 타는 집도 마을마다 있었다. 푹신푹신한 이 누비이불 덕에 추운 겨울밤도 거뜬했다.

목화 꽃과 다래. 초가을 서정을 노래하며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목화 꽃과 다래. 초가을 서정을 노래하며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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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 꽃. 초가을에 만나는 남도의 서정이다.
 목화 꽃. 초가을에 만나는 남도의 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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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 다래도 훌륭한 주전부리였다.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학교 다녀오는 길에 친구들이랑 다래를 따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래의 맛은 떨떠름하면서도 달큼했다. 지금도 입안에 그 맛이 남아있는 것 같다.

목화 다래 하나를 따서 입 안에 넣었다. 어릴 때 먹던 그 맛이 아니다. 먹을거리가 풍족해지면서 입맛이 변한 것 같다. 기억 저편에 자리하고 있던 옛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 다래가 터지면서 부풀어 오른 하얀 솜꽃도 예쁘다. 화사하다.

추억의 목화밭. 전남 곡성군 겸면천변에 자리하고 있다.
 추억의 목화밭. 전남 곡성군 겸면천변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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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면목화공원의 조롱박터널. 수세미와 조롱박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겸면목화공원의 조롱박터널. 수세미와 조롱박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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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화가 사라져 간 게 1970년대 후반이다. 수입 원면과 화학섬유가 들어오면서부터다. 집집마다 누비이불을 치우면서 화학솜을 넣은 이불로 바꿨다. 당시 '카시미론' 이불솜은 눈송이처럼 부드럽고 가벼웠다. 퀴퀴한 냄새도 나지 않았다.

시나브로 목화를 구경하기 힘들어졌다. 장롱을 지키고 있던 누비이불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차츰 잊혀져 갔다. 지금은 추억 속에서나 만나는 농작물이 됐다. 아이들은 교과서에서나 사진으로 볼 수 있을 뿐이다.

목화전시관 전시물. 겸면목화공원에 자리하고 있다.
 목화전시관 전시물. 겸면목화공원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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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겸면천. 겸면목화공원이 자리하고 있는 천이다.
 곡성 겸면천. 겸면목화공원이 자리하고 있는 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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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밭이 넓다. 목화공원에 1000여 평이 심어져 있다. 공원 밖 논에도 9000여 평이 심어져 있다. 모두 1만여 평이나 된다. 주변의 토속 농작물도 볼거리다. 조롱박과 수세미가 주렁주렁 걸린 조롱박터널도 볼만하다. 원두막도 정겹다.

천변을 가로질러 놓인 징검다리와 나무다리도 멋있다. 냇가에 송사리와 다슬기도 많다. 이것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9월 20∼21일에는 목화축제도 열린다. '손으로 만지는 목화의 추억, 가슴으로 느끼는 어머니의 사랑'을 주제로 한 축제는 목화공원에서 열린다. 목화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목화전시관이 개방된다. 주민들의 물레 돌리기, 베 짜기 시연도 펼쳐진다.

관광객들이 직접 목화솜을 타고, 베를 짜볼 수도 있다. 물레를 돌려보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천변에서 민물고기를 잡고, 떡메를 치고,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작지만 알토란 같은 축제다.

겸면천 돌다리와 나무다리. 천변 둔치에서 목화공원으로 건너는 길이다.
 겸면천 돌다리와 나무다리. 천변 둔치에서 목화공원으로 건너는 길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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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옥과나들목으로 나가 순창과 곡성으로 갈라지는 평장 삼거리에서 곡성읍 방면으로 27번국도를 탄다. 겸면사무소를 지나서 오른편 천변 둔치에 목화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에는 ‘전남 곡성군 겸면 칠봉리 42-2’를 입력하면 된다.



태그:#목화, #목화다래, #목화솜꽃, #겸면목화공원, #겸면목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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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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