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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멀'이 뭐예요? 그게 뭐길래 컨퍼런스 이름에까지 쓰고 있는 거지요? 이런 말을 여러 사람으로부터 들었습니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는 이름도 대중적이야 합니다. 컨퍼런스라는 말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하는 회합(회의)'의 뜻이 있잖아요. 그런데 코미멀이라니! 듣는 이들이 궁금해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부터 해명하고 참석을 요청하고, 또 형편이 좀 돌아가는 목회자들에게는 후원도 부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차분하게 이 코미멀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바나바훈련원 초대 원장을 역임한 이강천 목사님이 쓴 책의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2011년 10월이니까 만 3년이 되어 갑니다. 이 목사님은 은퇴를 앞두고 두 권의 책을 출판했습니다. 흑백으로 조화를 이룬 이 두 권의 책 이름이 <코미멀>입니다. 상권에 해당하는 검은 색 표지의 코미멀엔 '교회 성장, 본질이 묘책이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고, 하권에 해당하는 흰 색 표지에는 '김 집사의 목양행전'이란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제들을 본제목이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코미멀은 영어 단어의 두문자(頭文字)에서 차용해 온 글자입니다. 교제 또는 친교를 뜻하는 'Koinonia', 선교 또는 전도를 뜻하는 'Mission', 그리고 증가 또는 번식을 뜻하는 'Multiplication'의 한글 번역 첫 글자를 따서 조합한 단어입니다. 처음 이 말을 대하는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 책은 기독교도서 전문 출판사인 쿰란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나왔습니다. 영성의 대가로 알려진 이강천 목사님이 기도하면서 하나님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쓴 책이어서 세인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지금까지 전도와 선교 그리고 교회 부흥에 대한 책들은 많았습니다. 또 양육 교재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종류가 많다는 것은 그것의 중요성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생각과 행동을 분산시켜 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을 말해 주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책들을 애써 피하면서 독자적 노하우를 개발했다고 호언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기존의 것에 혼란을 하나 더 더하는 역할을 할 뿐일 때가 많습니다.

이강천 목사님은 적어도 이런 책은 쓰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교회 성장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 혼란을 정리할 수 있는 책, 그것이 바로 <코미멀>이라는 것입니다. 고희의 연치가 목전에 다가왔으니 그가 인생을 짧게 살았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 신학대학을 나오고 석박사를 받고 대학 교수의 일과 교회 목회 나아가 20여 년의 바나바훈련원 원장으로 사역을 했으니 그 영역과 기간도 결코 좁고 짧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바나바훈련원은 목회자 영성 훈련의 장이니 그는 이론과 실천에다 영성이 강하게 뒷받침되는 목회자입니다.

이강천 목사님은 요즘 이 '코미멀'을 가지고 국내뿐 아니라 세계를 누비고 다닙니다. 묶여 있던 날개가 풀려 공중을 자유롭게 날아다는 비둘기처럼 그는 요즘 코미멀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다니는 선교사입니다. 가는 곳마다 은혜와 감동의 바다를 이룬다고 합니다. 여기 그쳐서는 의미가 크지 않을 것입니다. 당장 코미멀을 실천으로 옮겨 선교 현장에서 가시적인 열매들을 맺고 있다고 합니다. '코미멀'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선한 바람을 넓고도 크게 일으키고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 하나 못하는 제가 어떻게 하다 보니 이번 '바나바 총동문회 코미멀 컨퍼런스' 연락과 재정 그리고 홍보 등 중요한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떠밀리다시피 맡은 일을 순종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인 것은 이 일에 하나님의 뜻이 계실 것 같다는 개인적인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교계는 침체 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제일 원리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교회 전반에 전이되어 큰 교회는 더욱 크게, 작은 교회는 더욱 작아지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큰 교회 목회자들은 국민들뿐만 아니라 같은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들에게도 실망을 안겨 주는 처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신앙을 이데올로기와 정치에 종속시키는 일을 아무 부끄러움 없이 하고 있으며, 재벌 기업도 자기 아들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쉽지 않은 세상인데 주님의 몸된 교회를 거리낌 없이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교회 재정을 농단해서 세상 법정까지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성 추행의 가운데 서서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의 주인공들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것은 영성의 결핍에서 오는 현상이요, 사람이 예수님을 대신하려는 욕심에서 오는 현상에 다름 아닙니다. 말씀보다도 세상 물질에 편향된 타락의 어두운 그림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강천 목사님은 그의 역작 <코미멀>에서 말씀과 영성에 기반한 교회 성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이 빠지기 쉬운 관념 위주의 내용이 아니라 실천을 강조하기 위해 가상 인물을 내세워 실제보다 더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개해서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번 '바나바 총동문회 코미멀 컨퍼런스'의 강사는 이강천 목사님입니다. 많은 목회자들을 참석시키고 싶은 마음이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없지 않습니다. 실무 책임을 맡은 저도 전화로 휴대폰 문자로 또 이메일로 계속 연락을 취했습니다. 여러 가지 일정들이 겹쳐서 컨퍼런스에 참석률이 예상한 것보다 많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감성에 호소하는 방법을 구사해 보기도 했습니다. 즉 이강천 목사님의 마지막 강의가 될지도 모르는 컨퍼런스라고요. 그랬더니 여러 교회에서 이강천 목사님을 강사로 가까운 시일 안에 부흥회가 잡혀 있다고 하더군요.

바나바 훈련을 받을 10 개월 동안의 행복한 시간을 떠올려 봅니다. 참으로 친정과도 같은 포근함이 있던 공간이었습니다. 같이 훈련 받은 동역자들은 친 형제자매보다 더 의지하는 관계였습니다. 아무한테도 할 수 없는 얘기를 털어 놓고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께 매달린 것은 모든 이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그 약효가 1년 정도는 가는 것 같더군요.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습니다. 바나바훈련원에서 배운 대로 목회에 임하지 못하는 죄과는 그대로 굴레로 작용했습니다. 대부분 그랬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10개월 훈련 때로 돌아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주위엔 훌륭한 많은 강사들이 포진해 있지만 과거 10 개월의 분위기에 젖어 영성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기에는 초대 원장 이강천 원장님만한 분이 없으리란 확신을 공통적으로 가졌습니다. 추석도 지나고 가을 단풍의 계절이 다가오기 전 중간쯤에 '바나바 총동문회 코미멀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로 한 것입니다. 총회에 노회 그리고 감찰회에 교역자회 모임까지 바쁠 때인 줄 압니다. 그래도 1박의 시간을 이번 컨퍼런스에 할애한다면 건강한 목회에 꼭 필요한 영적 유익을 선물로 가져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참가 회비 1만원은 그야말로 의무감을 가지라고 책정한 금액입니다. 회비로 컨퍼런스를 치르기 어렵다는 것은 잘 알 것입니다. 임원들이 재정을 갹출하고, 평소 바나바에 애정을 갖고 있는 목사님들께 후원을 요청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분들이 적지 않은 액수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아직 행사를 치르기엔 충분한 재정이 확보되지 않았지만 남은 기간 중 하나님께서 선한 분들을 통해 부족하지 않게 채워 주시리라 믿으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회비를 내지 않고도 참가할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모임이 있는 반면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회비라도 보내고 싶은 모임이 있습니다. 이번 코미멀 컨퍼런스가 후자의 모임이 되기를 원합니다.

목회자에게도 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에는 올림픽 정신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여기에 하나 더 첨가해야 하겠지요. 영적 건강을 위해서는 육체의 건강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목회자들끼리 하는 우스갯소리로 영성 없이는 목회할 수 있어도 건강을 잃으면 목회할 수 없다는 말을 뒤에서 하기도 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육체와 정신의 건강은 영적 건강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번 컨퍼런스가 그런 쉼의 자리가 되도록 준비했습니다. 서로 만나 부족한 것을 나누며 기도로 채우고, 목회 경험을 공유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자리, 예수님은 큰 교회 하나를 통해 그 지역을 지배하시지 않고 작은 교회 여럿을 통해 선한 역사를 이어나가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확인하고 힘 얻는 자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작아서 주눅 드는 것이 아니라 작으니까 더 커질 수 있는 교회라는 것을 다짐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작은 교회가 힘을 모아 쓰러져 가는 교계를 다시 세우자고 외치는 현장이 되면 좋겠습니다. 바쁘시겠지만 보다 많은 목회자들이 참석해서 명실이 상부하게 은혜와 감동이 하수같이 넘쳐 대해로 흘러가는 자리가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태그:#코미멀, #바나바훈련원, #이강천 목사, #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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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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