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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파리경제대 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파리경제대 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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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이 나오면 한국 내용도 포함하겠다."

'피케티 신드롬' 주인공이 한국에 왔다. <21세기 자본>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토마 피케티 파리 경제대 교수가 19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국내외 석학들과 열띤 논쟁을 벌였다.

피케티 교수는 지난 수백 년간 미국과 유럽 20여 개 국의 소득세 자료들을 토대로 1980년대 이후 부의 불평등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며 '1%' 최상위계층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적 부유세'를 제안했다. '자본수익률(R)'과 '경제성장률(G')의 격차가 커져 이른바 '피케티 비율(자본소득비율)'이 높아질수록 부의 불평등이 심각해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누진적 부유세' 도입 놓고 국내 학자와 논쟁

하지만 선진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를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국내외 학자들과 의견이 갈렸다. 매경 세계지식포럼 사전 행사로 열린 이날 토론회엔 로렌스 코틀리코프 미국 보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를 비롯해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유종일 한국개발원(KDI) 교수, 신관호 고려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피케티 교수는 "안타깝게 내가 책을 쓸 때는 한국 데이터가 없었다"면서 "요즘 한국 자산 상태와 부에 대한 데이터들도 수집하고 있어 다음 판이 나오면 한국 데이터를 포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불평등 문제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신관호 교수는 "한국 같은 개발도상국에는 누진적 부유세를 도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고, 조원동 전 수석 역시 "자본에 불이익을 주면 한국 경제 전체에 손해가 될 수도 있다"면서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경제 규모가 작고 외국 자본과 경쟁하려면 더 많은 경쟁을 도입해 어떻게 하면 성장률을 높일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피케티 교수는 "신흥국은 성장이 최우선이지만 누진적 부유세와 둘 다 할 수 있다"면서 "한국처럼 성숙한 개발도상국도 영원히 고도성장만 할 순 없고, 중국도 불평등 문제가 나오고 있어 부정을 단속하기보다는 누진세 적용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피케티 교수는 오히려 "누진적 부유세는 자본 축적에 불이익을 주는 게 아니고 부의 이동성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에선 자본을 계속 유치하려고 다국적 기업에 매력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해 왔지만 장기적으로 가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나친 금융 규제 완화는 불평등을 심화하고 실물경제 성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면서 금융산업 규제 완화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사교육비 지출 높은 한국, 공공 교육 투자 늘려야"

<21세기 자본>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 경제대 교수가 19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부의 불평등 문제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21세기 자본>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 경제대 교수가 19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부의 불평등 문제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 매경 세계지식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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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 교수는 소득 불평등을 줄일 대안으로 공공 교육 강화를 주문하면서 한국의 사교육 열풍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피케티 교수는 "공공 교육 투자가 불평등을 해소하는 가장 장기적 방법"이라면서 "한국은 OECD에서도 사교육비 지출이 높은 국가여서 교육 분야에 공공 투자를 더 많이 늘려 교육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케티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도 최상위계층 소득 비중이 증가하고 있지만 세율은 감소하고 있다"면서 "1990년부터 2010년 사이 한계세율이 굉장히 내려와 부의 불평등과 최상위 계층 부의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케티 교수의 주장을 옹호하는 학자도 적지 않았다. 유종일 교수는 "재계에선 자본에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할 경우 투자를 줄여 성장이 주춤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IMF 국장도 조세와 소득 재분배로 형평성을 높이면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봤다"면서 "한국도 재분배를 통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거들었다.

유종성 호주국립대 교수 또한 "과거 경험을 보면 부의 불평등은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고 (성장과 분배가) 상호 배제적인 개념이 아니다"라면서 "한국이 저성장을 경험하고 있고 부의 불평등 문제도 나오고 있어 평등을 높이는 게 성장을 촉진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엔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과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 등 정관계와 재계 인사들이 참석했고 700여 명이 청중석을 가득 채워 '피케티 열풍'을 입증했다.

지난해 프랑스어로 출간된 <21세기 자본>은 지난 4월 영어판 출간 이후 세계적 화제가 됐고 피케티 방한에 맞춰 나온 한국판 역시 5천 부 예약 판매에 이어 이미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했다.    

2박 3일 방한 일정 동안 한국의 피케티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피케티 교수는 20일 오후 3시 신촌 연세대 백양콘서트홀에서 대중 강연을 열고, 지난 5월 한국의 '피케티 비율'을 분석했던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 원장도 같은 날 오후 4시 서울시청에서 '교황과 피케티의 경제학'이란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태그:#피케티, #21세기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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