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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정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교육부와 전교조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조합원들이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다(자료사진).
 법원이 정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교육부와 전교조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조합원들이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다(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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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마녀사냥에 나섰던 박근혜 정부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고등법원은 19일 해직자 9명을 조합원으로 둔 전교조에 '노동조합(노조)이 아니다'라는 고용노동부 통보의 효력을 판결 선고 때까지 정지했다. 전교조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 6월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준 1심(서울행정법원) 판결 이후 법외노조로 전락해 위기를 맞았던 전교조는 4개월 만에 다시 노조의 지위를 회복했다.

이와 함께, 1심 판결 이후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전교조 전임자를 교단에서 쫓아내려 했던 교육부의 시도가 중단됐다. 교육 현장의 혼란을 우려해 법원의 판단 이후 미복귀 전임자를 징계하겠다는 시도교육청의 주장을 무시하면서 직권면직 행정대집행을 강행한 교육부는 난감해졌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해직자를 교원노조 조합원에서 배제하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때문이다.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공을 넘기면서 "교원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항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천당·지옥 반복하는 전교조의 운명은?

전교조는 지난해 9월 23일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의 전교조 사무실 방문 이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이들은 해직자를 조합원에서 배제하지 않으면 노동조합 설립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전교조는 이 같은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고용노동부는 결국 10월 24일 전교조가 법외노조임을 통보했다.

'전교조 죽이기'라는 비판이 컸지만, 이튿날 교육부는 전교조 노조 전임자 학교 복귀, 전교조 사무실 지원금 반환 요청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내는 등 재빠른 조치를 취했다.

벼랑 끝에 선 전교조는 서울행정법원에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1심 판결까지 통보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11월 13일 이를 받아들였다. 전교조 조합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교육부는 체면을 구겼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6월 19일 정부와 전교조의 입장은 또 다시 바뀌었다. 서울행정법원이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튿날 교육부는 전에 거둬들인 후속 조치를 재차 꺼내들었다. 전교조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하면서도 전임자 70명 중에서 39명을 학교로 복귀시켰다. 교육부는 복귀하지 않은 전임자에 대한 직권면직을 추진했다.

이날 서울고등법원이 전교조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전교조는 재차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법원의 재판은 중단된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전향적인 판단을 내릴 경우, 법외노조 논란은 과거의 유물이 된다. 전교조 법률대리인인 신인수 변호사는 "전 세계에서 해직교원의 단결권을 제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해직교원의 단결권을 제한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합리적인 결정을 해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에서 패소한 지난 6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정부의 전교조 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 전교조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은 민주주의 후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에서 패소한 지난 6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정부의 전교조 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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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로 촉발된 논란은 학교 현장에 큰 혼란을 끼쳤다. 전교조를 둘러싼 논란을 넘어, 교육부와 진보교육감이 충돌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가 갖은 우려에도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강행한 것을 두고,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10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조합원 자격 때문에 노동조합 자격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다"면서 "전교조가 노동조합의 지위를 상실함으로써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을 파기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국제적인 비판 여론도 컸다. 같은 달 존 에반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조자문위원회 사무총장과 레드 반 리우벤 세계교원단체총연합회(EI) 사무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교조의 노조 등록을 취소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퇴보를 의미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세계노동기구(ILO)도 "해직자들에게 노조원이 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법률 조항은 결사의 자유 원칙과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 같은 목소리를 외면했다. 지난 6월 1심 판결에서 고용노동부가 승소한 후, 교육부는 학교로 복귀하지 않은 전교조 전임자 징계에 목을 맸다. 진보교육감들이 법적 판단을 기다리자면서 직권면직 등 징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교육부는 지난 17일 강원·울산·경남교육청의 전교조 전임자 4명에 대한 직권면직 행정대집행을 강행했다.

박근혜 정부는 또한 지난 5월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전교조 소속 현직 교사인 이민숙씨와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을 구속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달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들어 이들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에서 "교육부는 청와대의 눈치만 살핀 채 오직 전교조 죽이기에만 혈안이 되어왔다"면서 "법외노조 후속조치를 강행하면서 전임집행인력을 빼내고, 예산지원을 끊고, 단체교섭을 중단하는 정부의 모습은 법외노조의 의도가 전교조 무력화가 아니고는 설명될 수 없는 행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는 전임자 직권면직, 직무이행명령, 행정대집행 등 학교현장에 혼란을 자초한 위법적인 전교조 무력화 시도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고용노동부를 향해서는 "더 이상 국민혈세를 낭비하며 소송을 끌고 가지 말고, 즉각 법외노조통보를 철회하고 법 개정에 동참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회에도 교원노조법 개정을 주문했다. 전교조는 오는 22일 공식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태그:#박근혜 정부, 철퇴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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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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