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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진주 엠비씨네 건물에서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 기자모습.
 <사진1>진주 엠비씨네 건물에서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 기자모습.
ⓒ 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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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5월 김해에서 일어난 여고생 살해사건으로 범인은 전과 25범의 20대 남성 세 명과 15살의 여중생 세 명이다. 이들은 가출한 윤 모(17)양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폭행을 서슴지 않았으며 끓는 물을 붓는 등 악랄한 수법으로 괴롭혔다. 시달리던 윤 모 양은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한창 순수하고 바르게 자랄 15살의 여중생이 그토록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고 시신을 유폐한 것은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어리고 철없는 청소년들이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도 채 알기 전에 이기적인 누군가에 의해 성매매를 하고 살해사건의 주범이 됐다. 그렇다고 가벼운 처벌로 넘기기에는 너무 늦었다. 분명 처벌이 필요하다. 지난 8월 12일 엠비씨네 로비에서 김해 여고생 살해사건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분노 섞인 사형, 무기징역 극형 요구 높아

김해여고생 살인사건의 피의자에 대한 처벌에 대해 물었다. 선택항목은 사형, 무기징역, 법에 의한 판결, 3가지로 나눴다. 범죄의 끔찍함에 대한 분노의 감정탓인지 결과는 사형이 총 득표수의 반을 넘게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무기징역이 많았고, 법에 의한 판결은 극소수의 선택을 받았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데 실제로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선고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스티커를 판넬에 붙이면서도 격한 감정을 쏟아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는데 피의자들이 15살 어린 여중생이라는 것에 놀라고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한편으로는 그 어린 청소년들을 어찌 해야 하는지 답답해 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한 어른은 "당연히 사형을 시켜야지. 어차피 실제로 집행되는 것도 아니고 극형을 내려야 다른 청소년들이 사람 목숨을 쉽게 생각하고 이런 범죄를 따라하지 않을 테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한 학생은 "사형은 좀 심한 것 같다. 물론 처벌을 내리는데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이 아이들보다도 범행을 주도한 전과범 세 명의 처벌이 더 급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

청소년 범죄 원인으로 불우한 가정환경 꼽아

이번 사건과 연관해 <이슈보트>에서는 청소년범죄의 원인에 대해서도 즉석 투표를 받아 보았다. 청소년 범죄원인으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것은 '불우한 가정환경'이었다. 즉, 가족 간 대화의 부족, 경제적 어려움 등의 문제로 이어진 정상적이지 못한 가정환경을 청소년범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아 절반이 넘는 표를 받았다.

그리고 '돈이 최고인 사회', '학교 교육의 문제점'이 그 뒤를 이었다. 이번 김해 여고생 살해사건의 피해자도 한 부모 가정의 자녀로 심리적 애정결핍 때문에 가출을 했고 사고를 당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인지 많은 사람이 가정환경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스티커 투표를 했던 한 학생은 "아무래도 가정환경 요인이 가장 크지 않을까요? 이전에 악명 높았던 범죄자들도 대부분 가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고 가족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면서 자란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물론 청소년을 돈벌이로 사용하려는 사람들도 처벌해야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가정에서 어떤 결핍 없이 자라도록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자신의 의견을 얘기했다.

마지막 투표로 문항으로 부모와 자녀간 대화를 얼마나 자주 하는지 물어 보았다. 결과는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 '대화를 자주한다'가 투표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티커 투표 결과로만 보면 우려했던 만큼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단절이 심각하지 않다고도 볼수 있다. 하지만 '대화가 가끔이다'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고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에도 소수지만 투표자가 있었다.

더구나 요즘 청소년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만 되어도 부모님과 대화가 쉽지 않다고 한다. 부모도 바쁘고 자녀도 바쁘다. 하지만 가족간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교육이자 우리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의 기본 조건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을 진리일 것이다.

실종신고된 가출 청소년의 수는 통계상 3만여 명, 하지만 실종신고가 되지 않은 가출 청소년의 수는 무려 20만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은 숙식을 해결할 능력이 없어 가출 하루만에 범죄에 노출된다. 최근 가출 청소년들은 가출팸이라는 집단을 결성해 제2의 가족을 만든다고 하지만 이 가족팸이 경우에 따라서 범죄의 온상이 되곤 한다. 이번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 역시 가족팸 내에서 이루어진 범죄행위였다. 만약 이들 가출 청소년들이 길위의 가출 패밀리보다 기존의 가정을 더 믿을 수 있었다면 이처럼 잔인한 일이 발생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떤 이유로든 김해여고생 살인사건을 저지른 청소년들의 잔악무도함을 비난하지 않을순 없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의 발생원인에 기성세대도 적지않은 영향을 주었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1년 여성가족부가 가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가출원인은 부모와의 갈등(51.3%), 자유로운 생활을 위해서(25.5%), 학교 공부가 하기 싫어서(18.5%)의 순이었다. 아이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갈등을 반복한 것도 자유로운 생활을 하지 못하게 억압한 것도 그리고 피를 말리는 학업스트레스를 준 것도 기성세대와 기성사회였던 셈이다.

한국은 OECD국가중 청소년 공부시간 1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청소년 행복지수는 최하위다. 끈기와 의지 역시 보통 이하다. 학업 능력은 뛰어 날지 모르지만, 다른 부분에선 특별히 뛰어나지 않다. 행복감 역시 느끼지 못한다. 이들이 삶에서의 일탈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것, 그리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감행하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구조하에서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해여고생 살인사건, 잔혹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이되었다. 끔찍한 청소년범죄에 분노하고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잘 살피는 일이다. 만일 우리 사회가 또 멀지 않은 미래에 비슷한 뉴스를 맞게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그것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가정환경을 살피고 학교교육에서 낙오하는 아이들과 가출청소년들을 구제할 방법을 마련하지 않으면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과 어른들을 강력하게 처벌만 하겠다면 우리는 지옥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을 반복해서 목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경남 진주 청소년신문 필통의 기사입니다. 취재는 지해인(삼현여자고등학교2), 김다솔(대아고등학교2)기자가 했습니다.



태그:#필통, #이슈보트, #지해인, #김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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