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 한석규, 왕의 여유 18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대기획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제작발표회에서 영조 역의 배우 한석규가 손인사를 하며 웃고 있다.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은 사도세자의 가파른 삶과 함께 왕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의 답을 찾아가는 궁중미스터리 드라마다. 22일 월요일 밤 10시 첫방송.

▲ '비밀의 문' 한석규, 왕의 여유 18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대기획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제작발표회에서 영조 역의 배우 한석규가 손인사를 하며 웃고 있다.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은 사도세자의 가파른 삶과 함께 왕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의 답을 찾아가는 궁중미스터리 드라마다. 22일 월요일 밤 10시 첫방송.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연신 "말이 많죠? 말이 많으면 재미가 없는데"라고 탄식하면서도, 배우 한석규의 이야기는 한동안 계속됐다. 22일 첫 방송되는 SBS 새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극본 윤선주, 연출 김형식, 이하 <비밀의 문>) 속 영조를 연기하게 된 것에, 한석규의 마음도 들뜬 듯 보였다.

언젠가부터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속 리어왕을 연기하게 되길 꿈꿨다는 한석규는, 또 언젠가부터 눈을 돌려 영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영조는 늘 마음에 품고 있었던 인물"이라고 운을 뗀 그는 "한 50대 후반이나 60 즈음에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보다 빨리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조는 자신이 늦게 낳은 외아들을 죽인 아버집니다. 거기서부터 (호기심이) 출발했죠. 왜 그 사람은 그 때 그 일을 했을까,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하고요."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는 비극의 모든 요소를 다 갖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사실 가짜 이야기잖아요? 하지만 우린 그걸 훌륭하다고 하죠. 저도 대학교 땐 그걸 통해 '비극'이 무엇인질 배웠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 보니 전혀 공감되는 이야기가 아니더라고요. 그 비극적인 요소 자체엔 공감이 가지만, 인물엔 공감이 안 되는 거예요. 저는 한국인이니까…그 시대 영국을 상상할 뿐이지 마음에 오진 않았죠.

그런데 영조와 아들의 이야기는 훅훅 들어오더군요. 아마 저와 같은 욕심을 후에 태어날 후배들도 두고두고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영조를) 상상하듯, 후배들도 계속해서 상상하겠죠. 그럼 셰익스피어 작품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배우들과 연출자들에 의해 창조되듯이,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도 많은 연출가와 배우들이 평생을 통해 또 하고 또 할 겁니다. 충분히 그런 의미가 있는 이야기고요."

"영조, 사람이 가진 모든 것을 가진 인물"

'비밀의 문' 한석규, 왕의 미소 18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대기획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제작발표회에서 영조 역의 배우 한석규가 미소를 짓고 있다.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은 사도세자의 가파른 삶과 함께 왕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의 답을 찾아가는 궁중미스터리 드라마다. 22일 월요일 밤 10시 첫방송.

▲ '비밀의 문' 한석규, 왕의 미소 18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대기획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제작발표회에서 영조 역의 배우 한석규가 미소를 짓고 있다.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은 사도세자의 가파른 삶과 함께 왕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의 답을 찾아가는 궁중미스터리 드라마다. 22일 월요일 밤 10시 첫방송. ⓒ 이정민


'비밀의 문' 파이팅! 18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대기획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제작발표회에서 사도세자 역의 배우 김민종, 한석규, 박은빈, 김유정, 이제훈, 최원영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은 사도세자의 가파른 삶과 함께 왕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의 답을 찾아가는 궁중미스터리 드라마다. 22일 월요일 밤 10시 첫방송.

▲ '비밀의 문' 파이팅! 18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대기획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제작발표회에서 사도세자 역의 배우 김민종, 한석규, 박은빈, 김유정, 이제훈, 최원영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은 사도세자의 가파른 삶과 함께 왕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의 답을 찾아가는 궁중미스터리 드라마다. 22일 월요일 밤 10시 첫방송. ⓒ 이정민


조선왕조에서 가장 오랜 통치 기간을 자랑하며 정치적 균형을 꾀했던 왕이자 무수리의 소생이라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군주, 그리고 하나 뿐인 늦둥이 아들 사도세자(이제훈 분)를 스스로 죽인 비정한 아버지. 이렇듯 엇갈리는 영조를 향한 시선 속에서, 한석규는 무엇보다 '사람' 그 자체를 보고 싶어 했다.

"내가 생각하는 영조는 그냥 사람"이라고 강조한 한석규는 "배우를 하면 할수록 배우가 하는 일은 '사람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가장 평범하고 바보 같은 대답일지 몰라도, 그 작업이 가장 어려운 작업이다. 관객이 큰 거부감을 갖지 않는, 살아 생생한 인물로 만들어내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라고 털어놨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고 하면 그 안엔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감정이 다 포함돼 있어요. 미움, 증오, 질투, 그리움 등이 다 합쳐진 게 사랑이죠. 그것처럼 '사람'이라는 건 인간이 가진 모든 면을 담은 말이에요. 그걸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 영조고요. 그래서 정말 (연기)하고 싶었어요, 오래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으니 후회 없이 잘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사도세자에게 죽음을 명할 수밖에 없었던 영조에도 한석규는 나름의 해석을 갖고 있었다. "배우들은 궁금한 게 많은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엉뚱하다고 하겠지만, 사람이 저지른 일들이 궁금하다"는 한석규는 "영조 또한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인물이다. 아마도 영조가 사도세자를 너무 예뻐했기 때문에 그런 슬픈 일도 벌어진 게 아닌가 싶다"며 "정말 사랑했지만, 왕권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조가 다른 시대에 태어난 왕이었다거나 아예 왕이 아니었다면, 아들이라도 하나 더 있었다면, 사도세자를 죽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환경에 의해 그런 비극이 벌어진 거죠. 그 시대에 그 사람이, 바로 거기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거죠. 그런 궁금함으로 시작된 공상, 망상으로 작업을 해 나가고 있어요."

"허구의 시간을 진짜처럼 믿어야 하는 연기, 하면 할수록 어렵다"

'비밀의 문' 한석규-이제훈, 오랜만에 만나 즐거워 18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대기획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제작발표회에서 영조 역의 배우 한석규와 사도세자 역의 배우 이제훈이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은 사도세자의 가파른 삶과 함께 왕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의 답을 찾아가는 궁중미스터리 드라마다. 22일 월요일 밤 10시 첫방송.

▲ '비밀의 문' 한석규-이제훈, 오랜만에 만나 즐거워 18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대기획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제작발표회에서 영조 역의 배우 한석규와 사도세자 역의 배우 이제훈이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은 사도세자의 가파른 삶과 함께 왕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의 답을 찾아가는 궁중미스터리 드라마다. 22일 월요일 밤 10시 첫방송. ⓒ 이정민


"한국사회에서 아버지와 아들, 특히 장남과의 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 싶었다"는 그는 마지막까지 "영조와 사도세자라는 소재는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따라 멋진 주제로 승화할 수 있는 이야기라 욕심이 많다"며 눈빛을 빛냈다. 이어 영화 <명량>을 언급한 한석규는 "(이순신 장군은) 내가 60이 되면 한 번 해 보고 싶은 역할"이라며 "큰 꿈 중 하나다. 내가 생각하는 이순신의 삶이 있는데, 아직 구체적이진 않다"고도 말했다.

제작발표회 내내 여유로웠던 한석규의 얼굴에, 설핏 열정이 더해졌다. 동시에 현장에 자리한 출연진 모두 자세를 바로 하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떻게 연기를 안 할지'를 생각하는 게 어렵다"는 한석규의 고백이 이어졌다. 데뷔 25년차를 맞은 이 배우의, '시간이 갈수록 연기가 어렵다'는 토로에는 큰 울림이 있었다.

"연기자라는 게 곧 허구의 시간을 사는 직업이거든요. 그게 참 어렵더라고요. 세트도 가짜고, 이야기도 가짜고, 모든 게 허구인데 그걸 우리가 진짜라고 믿고 해야 보는 분들도 진짜라고 생각하며 볼 테니까요. 이렇게 가짜의 일들을 진짜처럼 살아가는 일이 배우의 일이고, 그게 참 어려워요. (가짜의 삶을) 살아내면서도 그걸 어떻게 하면 덜 (연기)해야 하나…."

비밀의 문 한석규 이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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