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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014년 9월 19일 오후 3시 5분]

지난 10년 간 이어져 온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싸움. 지난 2012년 1월,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한 70대 어르신이 송전탑을 머리에 이고는 살 수 없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그 이후로 한전과 경찰의 공권력에 맞서 치열하게 싸운 시간만 따져도 3년이 다 됐습니다.

그동안 우리 밀양 할매들이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가신 것만 117번이랍니다. 지난 6월 행정대집행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계신 분들이 30명이 넘고, 경찰에 연행되어 소환조사를 받은 이들만 해도 120명입니다. 여기에 부과된 벌금과 법률비용의 합이 2억 원 가까이 됐습니다. 평생을 살아 온 삶의 터전, 일상의 터전을 지키며 그냥 이대로 살고 싶다는 소망의 대가가 이만큼입니다.

한전이 세우는 송전탑은 밀양의 저 맑고 푸른 하늘을 산산 조각내며,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처럼 하늘을 찌르며 쑥쑥 올라갑니다.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철탑을 보며 밀양송전탑 싸움은 이제 끝난 것이 아니냐고, 송전탑이 다 세워지면 이제 더 이상 무슨 할 일이 남았냐고 물으시는 분들을 만납니다. 그 때마다 마음 한켠이 먹먹해져 옵니다.

밀양 할매들의 사진
 밀양 할매들의 사진
ⓒ 김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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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손 내밀어 준 밀양 할매, 그 손 잡아드리자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걱정했습니다. 행정대집행 이후, 밀양 할매·할배들과 활동가들은 이 답답한 마음과 허탈한 상실감을 어찌 견뎌내고 계실까요. 모르긴 몰라도 밀양에서 자신과의 고된 싸움을 계속하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우리의 이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오히려 밀양에서 먼저 우리에게 기운내자고, 다시 시작하자고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잠자리를 주고, 맛있는 밥을 지어 줄 테니 밀양으로 놀러오라고 하십니다. 100m 높이 송전탑이 밀양 하늘을 메우더라도 저 송전선로에 약간의 전기도 흐르지 못하게 할 테니 다시 힘내서 싸우자고 하십니다. 흔들리고 갈라진 마을 공동체를 다시 추스르겠답니다. 노후 원전을 폐쇄하고 신규원전을 중단해 탈핵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가겠다고 하십니다.

밀양의 할매·할배들은 밀양과 지역을 연결할 협동조합을 창립하고 전국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단단하고 따뜻한 연대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한 번이라도 이 분들을 만나 봤다면 원채 이런 분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맞잡은 손을 더 단단히 쥐고 할매·할배들과 함께 밀양을 살아가는 꿈을 꿀 수밖에 없습니다.

활짝 웃고 계신 밀양 할매
 활짝 웃고 계신 밀양 할매
ⓒ 김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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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전국에서 참으로 많은 분들이 밀양을 방문하고 후원해주셨습니다. 그 절절한 마음들이 모여 지금까지 버티며 싸울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감사한 분들께 다시 한 번 밀양에게 마음을 내어 달라 부탁드립니다. 오는 20일 토요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밀양 벌금 후원 주점을 열고자 합니다. 서울에서 열리는 후원주점이 잘 마무리 되면 전국 광역 시도를 중심으로 밀양을 후원하고 연대하는 다양한 형태의 행사들을 준비할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 할매들이 손수 요리 하신 음식도 사 드시고, 할매들 옆에 앉아 집회나 인터뷰에서 들어보지 못한 진솔한 이야기들도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밀양과 연대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쌍용·강정·용산·밀양이 한 자리에 모이다

특별히 이번 후원 주점은 그동안 'SKYM 공동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연대해 왔던 쌍용·강정·용산·밀양이 다시 모였습니다. 이후 함께할 싸움을 준비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쌍용이 나르고, 용산이 광내고, 강정이 만든다"는 정신으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음식과 술을 나르고, 용산참사 유족들이 회계와 총무를 담당하며, 강정주민들이 제주 갈치와 고등어를 들고 올라와 주방을 책임질 것입니다.

답답하고 캄캄한 시절입니다만, 부디 후원주점에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벌금 2억 원을 만들려면 후원금도 필요합니다. 10년을 싸운 우리 할매들이 벌금 폭탄을 안고 감옥에 가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함께 싸웠으니, 함께 책임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동안 밀양과 함께 무엇을 할까 고민하셨던 분들 모두 을지로에서 열리는 후원주점에서 만나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변에 널리 알려주세요. 있는 약속은 장소를 바꾸시고, 없던 약속은 새로 만들어서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밀양 법률지원기금 모금을 위한 후원주점 <손잡아 酒이소!>" 바로 오는 20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을지로입구 태성골뱅이 신사에서 시작합니다.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분들은 후원 계좌를 통해 정성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밀양은 여전히 싸우고 있습니다.

밀양 법률지원기금 모금을 위한 후원주점 <손잡아 酒이소!>의 포스터
 밀양 법률지원기금 모금을 위한 후원주점 <손잡아 酒이소!>의 포스터
ⓒ 김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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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밀양, #후원주점, #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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