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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고행인' 정청래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이 스스로를 소개하는 말이다. 정 의원은 지난 8월 22일 광화문에서 40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쓰러진 후 단식을 시작, 24일 만인 지난 15일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사실 정 의원은 진보진영에서 이름만 조금 알려졌을 뿐 당에선 비주류에 가깝다. 문재인 의원과 함께 단식을 시작했어도 그보단 문 의원에게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그럼에도 그는 유가족과 함께 묵묵히 광화문을 지켜왔다.

정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세월호 진상조사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새누리당과, 협상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여당에 끌려다니는 모양새의 새정치민주연합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정 의원의 근황과 함께 현안에 대한 견해를 지난 18일 서면으로 들어봤다.

국민단식에 동참했던 정청래 의원
 국민단식에 동참했던 정청래 의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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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단식 중단 후 3일 정도 지났다. 현 상태는 어떤가?
"묽은 미음 120g 정도로 식사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회복 중이다. 병원에서 단식을 한 기간인 24일간은 밥을 먹지 말라고 권했다. 단식 기간이 24일이니 복식 기간 24일은 밥을 먹을 수 없다."

- 20년 만에 단식을 한 것으로 안다. 광화문에서 단식하며 느낀 점도 많았을 텐데.
"정확하게 23년 만이다. 과거 학생 운동 시절 교도소에서 단식을 했었다. 김영오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그 빈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식하면서 유가족 분들의 고통과 조금이라도 함께하고 싶었고, 그런 모습이 유가족 분들에게 작게나마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에 분노하고 있는 유가족과 국민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기간을 정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추석 연휴 전까지는 하려고 했으나 막상 가보니 유가족들 중 어느 누구 하나 추석 명절을 쉬려고 하지 않으셨다. 혼자 추석 쇠러 가는 것이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연휴까지 계속 하게 됐다. 유가족 고통의 절반이라도 느껴보고자 유민 아빠의 단식 기간 중 절반 정도만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식 잃은 유가족의 아픔 절반이 아니라 100분의 1도 그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채 단식을 그만두게 됐다."

-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은 단식 등 장외투쟁을 주장하는 의원들에게 "국민의 70~80%가 장외투쟁에 반대하는데 강경파들은 똘똘 뭉쳐 함께 단식하자고 한다. 정권보다는 당권을 장악하려는 의중이 숨겨져 있는 대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의심병 환자가 아니라면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먼저 한 20일 밥이라도 굶어보고 말을 했으면 좋겠다. 단식 중인 유가족과 국민께 인간이라면 먼저 죄송한 마음부터 들어야 되는 것이 예의다. 일고의 가치가 없는 말이다. 심지어 어떤 의원은 분당과 탈당을 운운하는데 그것이 원하는 바라면 조용히 당을 떠나면 될 일이다."

- 새정치민주연합의 장외투쟁은 늘 용두사미다. 처음엔 요란하게 시작해 말없이 투쟁을 접다. 뭔가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이유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당의 정체성과 철학적 정치노선의 부재에서 오는 실패와 철학의 빈곤이 악순환되고 있다. 여당은 막강한 공권력과 언론 등의 조직력, 자본력에 의지해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야당은 국민의 지지밖에 없다.

여당의 잘못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투쟁하는 야당이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철학적 노선의 부재는 사변적 토론만 난무하는 과분수의 야당을 만들었고 손발이 작은 ET 정당을 양산했다. 머리만 큰 사변적 정당이 아니라 팔다리의 근육을 키우고 국민 속에서 부대끼며 투쟁하는 야당이 되지 않는다면 야당을 지지했던 국민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쳐다보지 않을 것이다."

- 새정치민주연합의 고질병으로 계파 정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말하자면 복잡하고 길어지는 문제다.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공천 혁명'이 해법이다. 계파에 줄서지 않고 눈치 보지 않아도 공천 과정이 공정하다면 굳이 계파 울타리 안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그래서 줄기차게 공천 제도 개선을 외쳐왔다. 예를 들면 현역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수백 가지의 매뉴얼을 만들어 의정 활동을 평가하고, 그 평가 결과 상위 30%는 단수 공천, 하위 30%는 낙천해 물갈이 한 뒤 중간 40%는 경선으로 공천한다면 계파에 몰두하기 보다 의정활동에 성실히 임하지 않겠나."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통령이 결단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불개입 방침을 재확인 한 것에 강하게 비판했다. 이유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실질적 협상 권한이 없는 새누리당과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한 것 자체가 애초에 수렁 빠진 프레임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과의 일대일 전선을 만들고 '특별법은 대통령이 책임지고 결단하라'고 결기 있게 투쟁해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눈물어린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대국민담화를 비롯해 크게 4가지를 말했다. '첫째, 세월호 참사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인 나에게 있다. 둘째,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하겠다. 셋째, 민간과 여야가 참여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겠다. 넷째, 유가족들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그러나 지금은 유가족들의 면담조차 거절하고 있는 상태다.

박 대통령은 본인 입으로 말한 대로 지켜야한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것은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을 실토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 빨리 정신을 차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본인이 말한 책임을 다하고 결단하길 바란다."

- 세월호 유가족의 수사권과 기소권 요구를 어떻게 생각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세월호특별법 준비위원회 준비위원이었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소권은커녕 수사권조차 법안에 포함시키는 것에 주저한 게 사실이다. 수사권의 요체인 특별 사법 경찰관 제도도 저를 포함해 몇몇이 강하게 주장해서 포함된 것이고. 기소권은 여러 이유를 들어 법안에 포함하지 못했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 협상 TF 당시 유가족들이 주장한 법안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돼 있었다. 처음부터 기소권 관철을 주장했어야 수사권에 대한 협상력 또한 생겼을 텐데 협상 TF가 해체되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 단식을 중단하며 "당을 수습하고 특별법 제정을 위해 국회로 돌아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제가 50일, 100일을 굶어서 세월호 특별법은 관철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저의 24일간의 단식은 유민 아빠의 빈자리를 지키겠다는 유가족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하겠다는 소박한 심정에서 시작했다. 24일간의 단식을 마치며 왜 정치가 존재해야 하는지, 국회의원은 무엇을 해야하는 사람인지 온몸으로 느꼈다.

정치 행위 이전에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나. 단식을 마치며 유가족의 아픔에 절반은커녕 100분의 1도 그 깊이를 다 헤아릴 수 없었다. 세월호 특별법은 한순간 전략 전술이나 정기 국회의 지렛대로 이용되선 안 된다. 생때 같은 아이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은 바로 사람의 생명보다 돈을 중시하는 대한민국의 토양을 갈아엎는 것이고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제가 국민으로서, 그리고 국회의원으로서 할 도리를 다하고자 한다. 국민의 바람에 한치의 어긋남이 없도록 몸과 마음의 자세를 바로 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 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청래, #새정치 민주연합,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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