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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이 금강하구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
▲ 철새투조투어 철새들이 금강하구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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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맘 때였다. 예쁜 소녀들을 만난 건. 철새보호를 외치며 피켓을 들고 거리를 확보했던 소녀들. 그 이름도 생생히 기억한다. 원더버즈. 군산중앙여자고등학교(아래 중앙여고) 2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원더버즈는 2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철새보호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아니 더 절실해졌다. 절실해진 만큼 괄목할만한 성과와 결과물로 지역사회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

먼저 철새모이 600kg기부가 화제다. 그동안 철새보호기금 마련을 위한 일일찻집 운영, 아름다운 가게 판매활동, 희망의 빵 판매 등 꾸준한 모금활동을 이어온 결과, 군산시 철새조망대에 철새모이 600kg(누적금액 250만 상당)를 기부할 수 있었다.

또한 대한민국 창의적 체험활동경진대회에서 2013년 대상(환경부장관상)을 받은 데 이어 2014년에는 최우수상(전라남도지사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창의적 체험활동 경진대회는 지난 달 4일부터 6일까지 전국의 중·고등학생 7천여 명이 참여하는 전국 규모의 대회로 개인부문과 중·고등학교 동아리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시상식은 지난 달 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철새가 좋아 시작한 일로 수상까지 하게 기쁘다는 임소정(2학년) 학생이 대표로 소감을 전했다.

"아직 학생 신분이라 우리들이 펼치는 활동이 작은 움직임일 수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들이 모인다면 분명 철새들은 조금 더 살기 좋은 환경이 될 것예요. 철새와 인연을 맺은 만큼 대학에서 가서도 생물 관련 분야를 계속해서 연구하고 싶어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을 만큼 철새의 매력에 푹 빠진 원더버즈. 이 소녀들과 함께 지난 달 28일 철새탐조투어 동행에 나섰다. 장소는 금강하구와 장항 송림 부근. 이곳엔 '철새박사님'으로 통하는 주용기 교수가 동행해 더 자세하게 철새생태교육을 배울 수 있었다.

주용기 철새박사님이 원더버즈 학생들에게 철새교육을 하고 있다
▲ 철새생태교육 주용기 철새박사님이 원더버즈 학생들에게 철새교육을 하고 있다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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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 저 새 검은가슴물떼새 아니에요?"

소정 학생이 먼저 철새를 찾았다.

"이야, 탐조투어 몇 번 했다고 잘 아네."

박사님은 학생의 관심에 고무된 듯 연신 철새 설명에 열을 올린다. 사실 기자의 무식도 탈로 났다. 철새는 겨울에만 오는 건지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지역 가까운 곳에서 이렇게 철새를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왜 원더버즈 학생들이 철새들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지 알듯하다. 박소현 학생도 "예전에 무심코 봤던 새들이 이젠 소중하게 다가온다"며 철새 서식지 마련에 목소리를 높였다.

철새들의 서식지 인근을 청소하는 있는 원더버즈 학생들
▲ 환경정화활동 철새들의 서식지 인근을 청소하는 있는 원더버즈 학생들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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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들이 외치는 철새서식지 마련은 어떤 내용과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철새도래지, 군산을 많이 찾는 도요물떼새(아래 도요새)는 우리나라를 장거리 여행 중 먹이 섭취를 위해 거쳐 가는 중간기착지로 활용한다.

바다를 건너 지구반대편까지 쉬지 않고 날아야 하는 도요새들에게 중간기착지의 구실은 매우 중요하다. 제대로 된 휴식과 먹이 보충을 하지 못한다면 이동 도중에 변을 당할 수도 있고 번식지에서 번식성공률도 저하되기 때문이다. 또한 번식성공률 저하는 집단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중간기착지 군산은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까. 당연히 충분한 먹이 보충과 안락한 휴식처 마련이다. 그러기위해선 먹이의 종류가 풍부하고 다양한 갯벌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지역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갯벌이 감소됐고, 이로 인해 도요새 개체수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현재 갯벌의 감소로 무려 5종의 도요새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철새보호의 심각성을 인식한 호주에서는 이동하는 도요새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환경보호 및 생물다양성 보전법(1999년)을 제정하여 국가차원에서 나서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철새보호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미흡한 실정이다. 지금부터라도 인식을 달리해 철새 서식지 마련에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철새보호동아리 담당교사 이태현씨와 원더버즈 학생들은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철새지킴이를 자처한 것이다. 그리고 철새 서식지 마련의 필요성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다음의 메시지를 전했다.

"돈을 주면 물건을 쉽게 소유하는 데 익숙해진 우리는 자연도 소유하려고 합니다. 자연이 인간만의 것일까요? 인간이 생기기도 전부터 자연은 새들의 것이고 개미의 것이었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이 소유한 자연을 새들에게 돌려주려고 합니다. 인간의 방식을 써서 즉 돈을 주고 사서 새들의 영토를 만들어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말합니다.

도요새가 멸종되어도 사람은 멸종되지 않는다고요. 도요새를 보호하는 것이 하루치의 식량을 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냐고…. 도요새를 보호하는 것이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고…. 하지만 도요새가 멸종된다면 그만큼 사람도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나비효과라는 것이 있지요.

나비의 날개 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키는 현상을 말하지요. 도요새가 멸종된다면 그것은 인류의 멸종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나비효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도요새를 보호하는 것은 노아가 방주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장항 송림 부근 철새탐조투어 중에 이태현 교사와 학생들
▲ 군산중앙여고 원더버즈 장항 송림 부근 철새탐조투어 중에 이태현 교사와 학생들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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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들었던 말이지만, 다시 들어도 깊은 울림을 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군산은 대표적인 철새의 도시다. 이 철새의 소중함을 알고 4년이 흐른 지금도 꾸준히 철새지킴이 역할을 자처하는 원더버즈 학생들이 갸륵하게 기특하다. 이제 곧 있으면 더 많은 철새들이 군산을 찾을 것이다. 더 반갑게 맞아주는 그리고 알아봐주는 시민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원더버즈 학생들과 가져본다.


태그:#원더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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