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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차대한 시기에 심려 끼쳐 진심으로 송구하다, 의원 총의 모아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라며 탈당 결심을 철회하고 당무 복귀 의사를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차대한 시기에 심려 끼쳐 진심으로 송구하다, 의원 총의 모아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라며 탈당 결심을 철회하고 당무 복귀 의사를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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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에 막장을 거듭했던 새정치민주연합 판 정치드라마가 일단락됐다. 탈당 카드까지 거론했던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3박 4일간 잠적은 당무복귀로 마무리됐다.

이 사건을 두고 언론은 '계파주의가 낳은 참사, 계파정치의 생얼'이라는 프레임을 걸었다. 다음 총선 '공천권'을 거머쥘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계파 간 신경전이 빚어낸 참극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보수-진보언론에서 모두 보인 시각이다.

그러나 당 안팎의 목소리는 조금 결이 다르다. 물론 계파 간 복잡한 셈법이 사건 이면에 있지만 그것만이 본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리더십-팔로우십'의 부재 및 공통된 이념 혹은 가치의 실종이 더 근본 문제일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되고 있다.

[계파 이기주의] "집권 의지보다는 본인 배지 다는 데 혈안"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장파 긴급 의원모임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모임 결과 설명하는 유승희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장파 긴급 의원모임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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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세월호 특별법 협상 실패에서 보여준 독단적 리더십과 이를 수습하지 않은 무책임성,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영입하면서 제기된 소통 부족은 공개적으로 '박영선 퇴진 요구'가 터져 나온 표면적인 이유다.

여기에 '계파' 논리가 끼어든 것은 조직 재건을 담당하는 당직에 박 원내대표 측근이 임명된 뒤부터다. '박영선 퇴진'에 앞장섰던 계파의 한 의원은 공공연하게 "박영선 대표가 왜 측근을 조직부총장에 임명하나, 당 장악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가 당을 좌지우지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박 대표 퇴진에 열을 올렸다는 해석이 가능한 말이다.

수도권 지역 한 재선 의원은 "이 당이 집권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나를 죽여서라도 집권해야겠다는 자세가 상당히 부족하다"라며 "그보다는 본인이 의원 배지 다는 것에 혈안이다, 그래서 공천을 잘 받기 위해 줄을 서는 계파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당직자는 "18대의 뼈아픈 기억이 지금 상황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17대 때 대거 국회에 들어왔으나 18대 때 줄줄이 낙선한 의원들을 지켜본 19대 국회의원들이 무엇보다 '명줄'에 집착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계파 싸움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특정 계파 일부가 정치적으로 판단한 건 사실이지만, '박영선 사퇴파'의 대부분은 세월호 협상을 잘못하고 이상돈을 상의 없이 끌어들이려 한 점에 분노했다"라며 "이 과정에서 계파들이 움직인 건 사실이지만 계파 이익을 위해서 싸운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영선 자체가 계파 수장이 아니"라며 "계파가 무계파인 당 대표를 흔든 것일 뿐 '계파 싸움'으로 번진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실제 박 원내대표 사퇴를 가장 강하게 촉구한 '긴급의원모임'에는 정세균계, 민주평화국민연대, 486, 친노 등 다양한 계파의 의원들이 모두 참여했다. 그렇다고 해당 계파들이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낸 것도 아니다. 상대적으로 강경한 목소리를 낸 몇몇 의원들이 의원모임을 조직했을 뿐이다. 계파논리가 작동하긴 했으나 그것이 모든 것을 꿰뚫는 핵심은 아니었던 것이다.

[리더십·팔로우십의 부재] "모두가 전략가"...'싸가지 없는 진보'와 맞닿아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문희상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인채 답변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문희상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인채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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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당의 리더십은 열린우리당 이래 실종됐다. 정확하게 시대 정신을 읽고 방향을 제시하고, 필요할 땐 대안을 말하고, 돌멩이를 맞더라도 돌파해야 하는데 그런 확고한 리더십이 사라진 게 이번 사태의 원인이다."(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

이번 사건을 겪으며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폭락했다. 지난 대선 이후 새정치연합은 계속 패배와 후퇴를 반복하고 있다. 이 같은 지리멸렬함의 이유를 민병두 원장은 리더십의 부재에서 찾았다. 또 민 원장은 "중간층 유권자들은 당 결정의 신속성·일관성·책임성 등을 기반으로 '신뢰할 수 있는 집단이냐' 등 당의 태도와 문화를 많이 본다"라며 "지난 십여 년 동안 당 대표를 수시로 갈아치우고 당명을 바꾸고 분열하는 동안 국민들은 '진보는 폼이 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훌륭한 지도자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지도자를 뒷받침할 '좋은 팔로우'들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 안팎의 협상에 임했던 한 의원은 "지도자로 누군가를 만들었으면, 그의 결정이 때론 자신과 맞지 않아도 따라주는 팔로우십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우리 당에는 없다"라며 "우리 당 의총이나 카카오톡 방을 보면 나오는 발언들이 하나같이 단호하다, '내 판단은 무오류고 내가 옳다'는 게 너무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OOO의 의견도 타당하지만,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은' 으로 시작하는 정치적 문법이 없어, 당내 논의가 항상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항상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분열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당내 움직임이 '박영선 퇴진' 요구로까지 번진 것과 관련해 "우리 당 진보 성향 의원들에게 내면화 돼있는 정치 문화에서, 논쟁하면 사정없이 완승을 거두려는 속성이 드러난 것 아닌가 싶다"라며 "어떻게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지는 약한 것 같다, 정치력이 부족하다"라고 짚었다. 민 원장은 "당의 운영을 믿고 맡기는 모습도 보여야 하는데, 우리 당 의원들은 '모두가 전략가'"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싸가지 없는 진보'를 공론화 한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주장과도 맥이 닿아있다. 강 교수는 당 내에 '민주 대 반민주에 근거한 선악 이분법'을 토대로 도덕적 우월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의원들이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공유하는 가치의 실종] "통합 가치 부재...공동행동의 심리적 기반 없어"

계파주의의 폐해, 리더십·팔로우십의 부재는 당내 공유된 가치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당 내부의 공유된 공동 가치가 없으면, 남는 건 자리 보전하려는 사람들의 무한대 이익추구나 손해를 끼칠 사람을 향한 무자비한 공격"이라며 "야권은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공유된 가치 자체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안철수-김한길 통합만 봐도 '통합 가치'가 없었다, 공동행동을 할 만한 심리적 기반이 없는 것"이라며 "선거용으로 졸속 통합한 비용을 이자까지 쳐서 지금 심각하게 추징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치와 이념을 고민하지 않고 '선거용' 정당으로 거듭났던 것이 계파주의를 가속화시켰고, 공동의 가치로 뭉친 집단이 아니다 보니 '리더십·팔로우십'이 작동하지 않아 사분오열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번 사건이 새정치연합에 하나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새정치연합 계보라는 게 합쳐도 10명이 안 된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당내 문제를 대충 덮고 갔으면 몰랐을 일"이라며 "이번 사태는 새정치연합의 문제를 드러내는 데 기여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까지 새정치연합은 한 번도 제대로 된 위기 의식을 못 가져봤다, 모든 걸 걸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빠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여기서 시작한다면 실현 가능한 해결책이 모색될지 모른다"라고 전망했다.


태그:#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계파 정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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