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아이스쇼에서 18년 간의 선수 생활을 공식적으로 마감한 김연아가 오랜만에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18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세빛둥둥섬에서 열린 프로스펙스 런칭쇼에 참석한 김연아는 300여명의 팬들과 만나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지난 9월 고려대 일반대학원에 입학해 체육학(Physical Education)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연아는 현재 학생과 코치의 삶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9월부터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스포츠 경영학과에 들어갔는데 이제 시작한 지 몇 주 안 됐어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데, 일단 대학원 생활에 적응하는 게 제일 먼저인 것 같아요. 공부하면서 관심이 더 많이 가는 분야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2주 전 생일을 맞았던 김연아는 "생일에도 학교에 갔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학교 수업과 저의 생일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학교에서 수업을 들은 뒤 푹 쉬며 생일을 보냈다"고 답했다.

"미래에도 후배 선수들과 함께 하고파"

일주일에 세 번 학교에 가는 대학원생 김연아는 수업이 없는 날에는 태릉선수촌에 가서 후배들의 연습을 도와준다고 말했다.

"몇 달 전부터 틈틈이 하고 있는데요. 안무나 스케이팅 스킬 위주로 도와주고 있어요. 많이 걱정을 했는데 후배들이 잘 따라와주고 있어요. 시합에 출전한 선수들이 성과를 내기 시작한만큼 더 많이 도와줘야할 것 같아요."

 사인 중인 김연아 선수

사인 중인 김연아 선수 ⓒ 정혜정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 키즈'의 활약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김연아와 함께 소치올림픽에 출전했던 박소연(17·신목고)은 지난 3월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176.61점을 획득, 9위에 올랐다. 김연아를 제외하고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위 안에 입상한 한국 여자 선수는 박소연이 처음이었다.

같은 대회에 출전한 김진서(18·갑천고)는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최초로 200점을 돌파하는 성과를 얻었다. 지난달 말, 주니어 선수 이준형(18·수리고)은 한국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서 주관하는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남녀 선수들의 고른 활약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피겨스케이팅 '팀코리아'가 출전할 가능성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김연아는 후배들의 빠른 성장에 일방적인 기대감을 보내기보다는 조용한 응원을 부탁했다.

"지금 후배 선수들이 정말 잘 해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그냥 선수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0년 뒤의 꿈을 묻는 질문에 김연아는 "꿈이요? 꿈이라기 보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하나 있는데요. 후배 선수들과 함께 있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10년 후 목표가 명확하지 않아서 저도 어떻게 지낼지 궁금한데요. 일단 피겨와 관련된 일을 계속 하고 있지 않을까요? 후배 선수들과 같이 있고 싶어요."

10년 뒤의 일상을 묻는 질문에도 김연아는 국가대표 출신답게 후배 선수들을 먼저 떠올렸다. 이외에도 김연아는 사소한 것을 묻는 질문에 일명 '어뷰징' 기사를 의식한 탓인지 속시원히 대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 등을 묻는 질문에 김연아는 "요즘은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프로그램명을 집요하게 묻자 한참을 고민하더니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본다"고 답했다. 자신이 특정 프로그램이나 영화 제목 등을 거론하면 자칫 비슷한 기사가 동시에 수백 개씩 쏟아질 걸 의식한 듯했다.

또 은퇴 후 가장 원없이 해보고 싶었던 것으로는 "잠 자는 것"을 꼽았다.

"제가 잠이 많은 편이 아닌데요. (은퇴하고 나니까) 많이 자더라고요. 자다보니까 많이 자게되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많이 잘 수 있는지 몰랐어요. 최근에는 12시간 동안 잔 적도 있어요. 다른 분들에게는 쉬운 일일지 모르지만 저는 오래 자는 체질이 아니었는데, 잘 수 있더라고요(웃음)."

근황토크, 선수와 팬이 함께한 텔레파시 게임, 팬 사인회 등으로 구성된 이번 행사는 반차를 내고 참석한 직장인과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온 아주머니 등 300여 명의 팬들이 참석했다.

김연아는 자신의 팬들 앞에서 "올해 남은 3개월 동안 무엇을 하든지 간에 재밌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며 "대학원 생활을 막 시작한 만큼 무사히 잘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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