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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SBS 보도에는 이런 말도 나왔다.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약 0.14 그램의 분변이 항문 주위에 있다. 그런데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샤워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이 분변이 수영장 물에 씻겨 물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러 쉬야를 하지 않아도 이물이 떠다니게 된다는 것 아닌가. 그러니 수영장이나 목욕탕에 들어가기 전에는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대소변을 미리 가려야 한다. 그게 시민의식이다. 특히, 이 세상에 '여자 화장실'이라고 표시된 곳 외에는 다 남자화장실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조심을 해야 한다.-<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말라>에서

이 책 <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말라>(열린책들 펴냄)에서 두 번째로 읽은 '수영장에서 쉬하지 마시옷~!' 일부분이다.

수영장에서 '응가' 했는데 '괜찮다'고?

<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말라> 책표지.
 <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말라> 책표지.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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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아마도 모 방송 프로그램을 보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 썼을 이 글의 시작은 한 기자가 수영장에서 목격한 어떤 충격적인 일로 시작한다.

방송 2주전 그 기자는 우연히 한강의 어느 수영장에 갔단다. 옆에서 물놀이를 하던 한 아이가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나 응가 했어". 이에 그 엄마는 당연하다는 듯 답하더란다. "어, 괜찮아. 수영장에선 원래 쉬하고 그래도 돼"라고.

그 기자는 조금 후 아이가 싼 것으로 추정되는 분변이 떠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아이가 쉬야가 아닌 정말 응가를 한 것. 어이없고 놀랄 일이었다.

"원래 수영장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잖아요? 그냥 저쪽에 아이들 없는 수영장으로 가세요!"

그런데 더욱 어처구니없고 놀라운 것은 이 같은 구조요원의 대답과,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수시로 있는 일인데 새삼스럽게 웬 호들갑이냐?'와 같은 반응이었다.

그 기자는 '다른 수영장도 그런가? 수영장에 자주 가는 사람들은 수영장을 어떻게 이용하며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등이 궁금해 한강 수영장 여러 곳을 가보았다고 한다. 평일과 휴일, 오전과 오후 이렇게 나흘을 지켜봤고, 수영장을 찾은 시민 50여 명을 인터뷰하게 된다.

이후 본격 취재에 나서 수중카메라를 이용해 물속을 들여다봤다. 바닥에 잔뜩 끼어 있는 물이끼, 희뿌연 물 사이로 보이는 쓰레기, 종잇조각, 머리카락, 음식물, 심지어 과일껍질까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이물이 있었다. 방송 리포트에는 사용할 수 없었지만, 앞서 말한 '분변'으로 추정되는 이물질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수영장에서 이미 봤을 것이고, 그리하여 알고 있을 공공연한 사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아마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다들 그러려니 하면서 무심히 넘긴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 의식이 없거나, '다들 그러니까' '귀찮다' '번거롭다' 등과 같은 이유로 지나친 사람들이 많아서 말이다.

저자 역시 그냥 보는 것으로, 방송을 보지 못해 모르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면? 나 같은 사람들은 수영장은 물론 자주 가는 대중사우나 온탕 등의 위생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하튼 조만간 수영장에 갈일은 없으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사우나의 뜨끈뜨끈한 온탕을 즐기는 딸 때문에 겨울이면 특히 더 자주 대중사우나에 가는지라 특히 인상 깊게 읽은 글이었다. 

"니가 그럼 효자손으로 맞으면 효자 되니?"

남편을 여읜 뒤 식당 일을 하며 혼자 남매를 기르는 A씨는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불량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여중생 딸 때문에 늘 속이 상해 있었다. 딸은 담배도 피웠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듣지 않고 뻗대기만 해 A씨는 혼자 울기도 많이 했다. 어느 날 딸과 말다툼 끝에 도저히 참지 못하게 된 A씨는 파리채로 아이를 마구 때렸다. 딸내미가 울면서 대들었다.

"내가 파리야, 파리? 왜 사람을 파리채로 때려?" A 씨는 그때 이렇게 말했다. "야, 이년아, 니가 그럼 효자손으로 맞으면 효자 되니? 효자 돼?"
-<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말라> '파리채와 효자손'중에서

이 에세이집의 부제는 '팍팍한 삶에 위트로 맞서는 생활밀착형 유머에세이'다. '수영장에서 쉬하지 마시옷~!'과 위 '파리채와 효자손'처럼 무심코 보아 넘길,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경험과 유머를 섞어 그냥 재미삼아 읽고 말 수 없는 깊은 메시지들을 들려준다.

수영장 이야기처럼 알아야 할 것들이나, 파리채와 효자손 이야기처럼 두고두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알 것들과 여운이 깊은 메시지들을 말이다.

'김포시장 애인단체' 이게 뭐지?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마니산에 가는 길에 아주 기묘하고 해괴한 간판을 보았다. <김포시장 애인단체>. 그걸 보고 나도 모르게 "얼라라? 김포시장은 애인이 몇 명이나 되길래 이런 단체까지 생겼으까? 애인단체 노존가?" 그랬다. 하지만 그렇게 말을 하는 동안에 '아차, 내가 착각했구나' 하고 알게 됐다. 골프 칠 때 티샷을 하면서 잘못된 걸 금세 알 듯. 친구들은 그 간판이 <김포시 장애인 단체>라는 걸 내가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웃기려고 그렇게 말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원래 싱거운 소리 잘 하는 나는 잠깐 사이에 바보가 되고 말았다. -<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마라> -'착각은 자유라지만'중에서

이 글도 재미있게 읽은 것 중 하나. 책이 담고 있는 글은 100여 편. 무엇보다 매일 쥐고 살다시피 하는 스마트폰, 매일 소소하게 벌어지는 가족들 간의 일, 자주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나 매일 스치게 되는 풍경 등을 주제로 한 글들이라 읽는 맛과 책을 읽은 후 남는 여운이나 두고두고 새기게 되는 의미가 남다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목차에서 제목만으로 재미있어 보이고 뭔가 궁금해 먼저 뽑아 읽다가 다음 글이 재미있어 계속 이어 읽는 식으로 읽다가 나중엔 읽지 않은 글을 찾아 읽은 특별한 방법으로 읽은 책이 되고 말았다.

외에도 ▲ 컴퓨터 자판을 이용해 글 쓰는 사람들이라면 종종 실수하고 마는 오타 이야기인 <ㄱ>과 <ㅅ>사이 ▲ 남자들의 생리적 구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는 남자들이 많은 배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 시리즈인 '앉아서 쏘세요'▲ 된소리와 못된 소리 등, 우리들 일상의 언어 그 잘못 ▲ SNS나 소셜을 통해 재미삼아 읽고 웃고 넘기고 마는 엄마 아빠들의 문자나 카톡 실수 분석 ▲ 술자리에서 흔히 벌어지는 건배사를 둘러싼 이야기인 건배사 만들기 시리즈 등, 재미로 읽고 길게 생각할 글들이 대부분.

특히 일상이 지루하다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냥 무심코 넘기고 말거나 스치고 말던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준 저자 덕분에 요즘 잠시 잊고 있었던 소소한 일상의 풍경이나 일들이 달리 보이고 느껴진다. 무엇보다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말라(임철순) / 열린책들 / 2014-08-08 12,800원



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말라 - 팍팍한 삶에 위트로 맞서는 생활밀착형 유머 에세이

임철순 지음, 열린책들(2014)


태그:#에세이, #수필, #위트, #효자손, #임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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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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