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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 지음) 출간 기념 북콘서트가 17일 오후 서울 서교동 가톨릭청년회관 CY시어터홀에서 열렸다.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 지음) 출간 기념 북콘서트가 17일 오후 서울 서교동 가톨릭청년회관 CY시어터홀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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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간 취재했는데, 햇볕을 쬔 건 단 30분이었습니다. 덴마크는 행복지수로는 세계 1위인데, 날씨는 별로입니다. 날씨도 이렇게 안 좋은데 왜 행복한 것이냐고 물었더니, '우리는 날씨가 안 좋으니까 옆에 있는 사람을 본다'고 답하더군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전한 덴마크의 한 모습이다. 그는 지난 2013년 봄부터 올해 초 겨울까지 세 차례 덴마크로 떠났다. UN이 조사한 행복지수에서 2012년과 2013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행복사회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다. 덴마크 곳곳을 순회하며 300여 명의 덴마크인을 만나 그들이 행복한 이유를 묻고 또 물었다. 이렇게 취재한 기록을 책으로 엮었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오 기자는 덴마크에서 찾은 행복사회의 비밀과 책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그는 "애초에 오연호가 묻고 덴마크가 답을 해주길 기대했는데, 오히려 덴마크가 묻고 오연호가 답하는 처지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덴마크인들의 사는 모습을 보며 '나와 가족,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하는 스스로를 향한 물음이 계속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직후, 오 기자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가 타고 있던 택시가 폐차될 정도였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섰던 그는 "'사람이 이렇게 죽을 수도 있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뒤이어 벌어진 세월호 참사와 28사단 가혹행위 사망사건을 언급하며 그는 "개인만 행복해서는 안 되고, 행복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행복사회는 학교에서 시작된다"

오연호 기자가 교통사고 당시 사진을 보여주며 당시 느낀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오연호 기자가 교통사고 당시 사진을 보여주며 당시 느낀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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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기자가 덴마크에서 찾은 행복의 근원은 '학교'였다. 그는 "덴마크 사회에서 학교는 개인에게 자존감을 불어 넣어주고, 연대의식 기르는 것을 핵심으로 여긴다"고 전했다. 사립학교나 공립학교 둘 다 마찬가지다.

또한 덴마크 사람들은 늘 인생에서 휴식시간을 가진다. 학생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숙형 학교인 '인생학교'에 가서 6개월~1년 정도 보낸다. 그곳에서 휴식시간을 가지며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고민하고, 설계한다. 성인들도 인생학교에 간다. 직장을 옮기기 전이나 잠시 쉬어갈 필요를 느낄 때 이곳을 찾아 숨을 고른다.

덴마크는 학교에서 배운 것이 사회에서 통하는 나라다. 오 기자는 행복사회를 "학생 때는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고, 어른이 되어서는 동창회에 나가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 사회"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그의 눈에 비친 덴마크는 택시기사도, 식당 종업원도, 동창회 나가는 것이 떳떳한 곳이었다. 든든한 사회안전망이 사람들 사이에 격차를 줄여,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 기자는 덴마크 행복사회의 비결을 소개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에도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덴마크는 지구상에서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낸 최고의 모델 중 하나이지만 유토피아는 아니"라며 "우리가 자괴감을 느낄 게 아니라 우리 안에 이미 덴마크가 있다"고 말했다.최근 늘어나는 마을만들기 사업과 혁신학교 등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인 최인철 교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인 최인철 교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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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콘서트에는 책 추천사를 쓴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 교수 겸 행복연구센터장이 함께해 10분 특강을 열기도 했다. 그는 "어떤 분이 한국사회에 대해 말하기를 이미 결승선에 들어왔지만 아직도 달리고 있는 마라토너라고 표현했다"며 "계속 달리고 있는 사회에서 잠시 멈추고, 생각할 것과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행복연구센터에서 교사들이 교실에서 '행복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역시 추천사를 쓴 안순억 전 남한산초등학교 교사는 "한국은 아이의 불행에 면역이 된 사회"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지금 행복하면 후에 불행할 것이라는 묘한 불안감이 학부모들 사이에 있다"며 "다행히도 아이의 삶을 성적으로 재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혁신학교에 몰려드는 등 변화의 징후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남한산초등학교 교사였던 안순억 경기교육청 장학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남한산초등학교 교사였던 안순억 경기교육청 장학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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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변화의 징후가 보인다"

이날 북콘서트 중간에는 노찾사 멤버 김은희씨가 무대에 올라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다. 성미산마을에서 마을 운동을 하는 그가 선택한 곡은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이었다. 150여 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로 시작하는 노래 가사를 함께 불렀다. 

콘서트 끝에 마련된 청중과의 대화 시간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교포를 대상으로 한인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오대환 목사도 함께했다. 책에도 등장하는 오 목사는 "덴마크는 행복사회가 맞느냐"는 오 기자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없도록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진 점"을 행복사회의 비결로 꼽았다.

코펜하겐에서 온 오대환 목사가 무대에 올라 덴마크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하고 있다.
 코펜하겐에서 온 오대환 목사가 무대에 올라 덴마크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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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책을 읽었다는 한 여성 직장인은 "평등한 관계가 부러웠고, 월요병이 사라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대 뒤 스크린에는 독자들이 책을 구매하고 찍은 '인증샷'이 띄워지기도 했다. 모녀가 각각 한 권씩 들고 찍고, 머리가 희끗한 노인도 동참했다. 회사 직원에게 나눠주겠다며 20권을 구매한 사진도 있었다. 또 회사 전 직원에게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한 권씩 선물해 행복에 대해 토론을 하고 싶다며 100권을 주문한 독자는 거래명세서를 인증했다.

오 기자는 이날 콘서트를 마무리하는 세레모니로 단체 셀카를 제안했다. "셀카를 찍는 순간만큼은 모두의 얼굴이 환해지기 때문"이다. 그가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셀카봉에 휴대폰을 끼우자 청중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 기자는 "이 순간처럼 우리도 활짝 웃는 인생이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 기자는 지난 4일부터 '행복한 우리 만들기' 전국 순회 특강을 시작했다. 이 특강은 12월까지 70여 회 잡혀있다. 자세한 내용은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공식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특강 일정 확인하기).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독자들과 함께 셀카봉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독자들과 함께 셀카봉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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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덴마크,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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