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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콜센터는 서울시 민원 뿐 아니라 25개 자치구의 모든 민원을 전화로 상담한다.
 다산콜센터는 서울시 민원 뿐 아니라 25개 자치구의 모든 민원을 전화로 상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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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다산콜센터를 둘러싼 상황이 심상치 않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위탁업체 사측을 대리하고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아래 경총)와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 지부(아래 노조)는 지난 15일 집중 교섭을 진행했으나 감정 휴가 보장, 노조 활동 보장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 16일로 예정됐던 전면 파업을 일단 유보하고 17일 다시 한 번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다산콜센터 노조는 18일 오후 4시부터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난항 끝에 파업까지 이른 다산콜센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과중한 업무와 일상적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상담사들

'서울 생활 행복 도우미'라고 불리는 120 다산콜센터는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의 모든 민원을 전화로 상담해 주는 민원 서비스다. 다산콜센터는 하루 평균 3만 5100통의 전화를 받을 만큼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고, 매년 시민 만족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은 서울시 행정의 최일선에서 시민과 만나는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젠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이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은 서울시 소속이 아닌 3개 민간 위탁 업체(효성ITX, Tcs, MPC)에 나뉘어 소속된 간접 고용 비정규직 신분이다. 3개 업체에 분리해 위탁을 주고 업체간 경쟁을 유도하는 상황에서, 상담사들은 과잉 경쟁과 비인간적 노동 환경에 내몰렸다.

위탁업체들은 일명 '콜 수'를 기준으로 상담사들을 평가해 등급을 나누고 이 등급에 따라 상담사들의 급여와 인센티브를 달리한다. 처리 콜수에 따라 임금이 수십만 원까지 차이나는 콜 경쟁제도는 고스란히 노동 강도 강화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한달에 한 번 보는 업무 테스트를 앞두고 일주일 동안 업무시간 외에 교육을 받았지만, 이에 따른 시간외 수당은 따로 받지 못했다. 연차 휴가 또한 눈치를 보며 써야 할 때가 많았다.

지난 11일 다산콜센터 노조는 위탁업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11일 다산콜센터 노조는 위탁업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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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과중한 업무와 일상적 감정 노동에 시달리던 다산 콜센터 상담사들은 지난 2012년 9월, 희망연대노조에 가입해 다산콜센터 지부를 결성했다. 노조 결성 이후 노동부는 수시근로 감독을 벌였고 서울시 또한 근로 환경 개선계획을 발표했지만 상담사들의 실질적인 근무 여건은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다산콜 상담사 인권보호대책 마련'을 권고했으나 이에 따른 조치 사항도 위탁 업체의 비협조로 대부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교섭 회피하고 파업 유도하는 위탁업체

다산콜센터 노조에 따르면, 최근에는 한 술 더 떠 상담전화를 실시간 감청하거나, 육아 휴직자의 복직을 방해하는 행태까지 발생했다. 게다가 서울시로부터 위탁금을 받아 운영하는 업체들이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기 위해 임금 단가, 근속 연수 등에 따라 임금계산을 임의적으로 하는 것은 물론,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상여금 지급에 있어 차별 대우를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민간기업도 하지 않는 행태를 서울 시민의 세금을 받아 운영하는 다산콜센터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시종일관 노동조합을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위탁 업체의 태도에 있다. 지난 해 임단협을 진행했으나 위탁업체 3곳과 노동 조합은 기본협약만 체결하고 단체협약은 체결하지 못했다.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도 사측은 경총에 교섭을 위임한 채 무성의한 교섭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위탁업체는 노조원과 비노조원의 분리, 노동조합 활동 방해(각 층마다 다른 아이디 카드로 출입, 상담사의 사업장 내 이동을 제한) 등 사실상 부당 노동행위를 해왔다.

결국 지난 8월 27일 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으로 노조는 쟁의에 돌입하게 됐다. 하지만 경총이 교섭에 임하는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사측은 교섭 내내 파업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경총과 위탁 업체가 서울 시민을 볼모로 노조를 파업으로 내모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결국 서울시민의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을 막을 수 있는 기본적인 해법은 위탁업체와 경총이 노조와의 교섭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다.

지난 12일 다산콜센터 조합원들은 1시간 경고파업을 진행했다.
 지난 12일 다산콜센터 조합원들은 1시간 경고파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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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콜센터의 상담 업무는 서울시의 상시, 지속 업무로서 서울시가 실질적인 사용자임에도 민간 위탁이라는 간접 고용 방식을 취함으로써 다산콜센터 상담사의 인권 침해 상황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시 인권위는 권고안을 채택하면서 이렇게 진단했다. 다산콜센터 문제의 1차적 원인은 공공서비스인 다산콜센터를 민간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권위 권고 이후 인권 침해 개선 작업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직접고용 문제는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를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미루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실질적 사용자임에도 다산콜센터 문제가 이렇게 악화될 때까지 노사간에 해결할 문제라며 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개입해 해결에 나서야 한다.

실질적 사용자 서울시, 해결 나서야

특히 민간 위탁은 공공부문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늘리는 핵심 통로가 되고 있다. 다산콜센터는 340여 개에 달하는 서울시 민간 위탁 업무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많은 노동 전문가들은 박원순 시정 2기의 핵심 과제로 다산콜센터 직접고용을 꼽고 있으며 이 문제가 박원순 시정 2기 노동 정책의 방향을 알려줄 바로미터로 보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인권위에서 권고안을 채택할 만큼 다산콜센터 직접고용에 대한 사회적 여론은 이미 충분히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그동안 서울시가 보여준 태도는 실망스럽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노조가 지난 2년동안 꾸준히 직접 고용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시와의 대화를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연구 용역 핑계를 대며 노조와의 성실한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급하게 내놓는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실질 근무 여건이 후퇴하는 일도 있었다.

오히려 지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보편적 공공 서비스로 다산콜센터의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된 직접고용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때다. 그 출발점은 친절하고 편안한 상담을 위해 현장에서 노력하고 있는 노동 조합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의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120 서비스를 이용하는 서울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이제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위탁업체의 반노동적인 행태로 인해 촉발된 노사 문제의 해결 뿐 아니라 이번 기회에 다산콜센터 문제의 근본적 원인인 민간위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지난 6월 20일 다산콜센터 노조와 연대단체는 '박원순 시장에게 바란다' 정책제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6월 20일 다산콜센터 노조와 연대단체는 '박원순 시장에게 바란다' 정책제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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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생활 행복도우미' 다산콜센터 상담사들도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일할 권리가 있다. 이미 많은 시민은 감정노동자인 상담사들의 노동 인권이 보장되는 것이 친절하고 편안한 민원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임을 잘 알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서울시의 노력이다. 박원순 시장의 적극 해결을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 


태그:#박원순, #다산콜센터, #120, #콜센터,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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