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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9일 발전소 온배수를 이용한 에너지설비를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지정하는 정부안이 에너지위원회에 상정된다는 소식이다. 지난 7월 2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규칙안을 입법예고할 때만 해도, 발전소 온배수를 신·재생에너지라는 우기는 비정상적인 시도를 박근혜 정부가 실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발전소 온배수는 신에너지도 재생에너지도 아니기 때문이다. 발전소 온배수는 석탄이나 가스 등 화석연료나 핵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냉각하기 위해 사용하고 배출되는 물을 말한다. 태양에너지나 풍력, 지열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를 뿐더러 기존 화력발전소에서 다량 배출되는 온배수가 신에너지일리도 없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사례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도 이러한 정상적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지난 2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2년 당시 조석 제2차관(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폐열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에 추가하는 것은 법적 정의나 철학에 맞지 않고 국제적으로도 인정되지 않는 점을 볼 때 신·재생에너지로 포함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재원이 이 쪽(폐열)으로 남발될 우려까지도 있다. 폐열에 대한 과다 지원이 오히려 다른 신재생에너지의 육성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요소도 있다는 점을 고려, 정부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해 상식적인 입장을 뒤집고, 발전소 온배수를 이용한 폐열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라고 우기고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입장 번복에 대한 배경으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아래 RPS) 의무이행량을 손쉽게 채우려는 발전사업자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현재 발전사업자들은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을 지키지 못해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 원 이상의 과징금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비태양광 부문의 RPS 의무이행 실적이 저조함에 따라 정부는 2012년 2%를 시작으로 2022년 10%까지였던 기존 전체 공급의무자의 연도별 의무비율을 2024년 10%로 목표달성 시기를 2년 연기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RPS제도를 추진하고 있는 영국, 이탈리아, 호주 등의 2020년까지 RPS 공급의무비율은 15~20%, 미국의 주들의 비율은 15~30%에 이른다. 주요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더욱 후퇴하겠다는 것이다.

RPS 공급의무비율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의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꼼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목표 시점을 연기하고 그 비율을 발전소 온배수로 채우려는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시도를 어느 누가 용인할 수 있겠는가.

국제기준에 맞는 재생에너지 분류가 '정상'

국내 기준 재생에너지는 국제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신에너지와 비재생폐기물 에너지를 포함해 분류하고 있다.
 국내 기준 재생에너지는 국제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신에너지와 비재생폐기물 에너지를 포함해 분류하고 있다.
ⓒ 권승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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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가 아닌 정도(正道)를 위해서는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분류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국내기준은 국제기구 및 주요국가의 재생에너지 분류에서 제외하는 신에너지와 비재생폐기물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내에서의 신·재생에너지 통계와 국제 기준의 재생에너지 통계 사이의 괴리가 발생하면서 재생에너지 현황과 목표, 정책 실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발전소 온배수 문제도 그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특히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폐기물의 비중이 2012년 기준 약 60%에 달하면서 국내기준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12년 3.66%인데 반해 국제기준으로는 1.4%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황은 향후 목표 설정에도 그대로 왜곡돼 반영될 수밖에 없다. 3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상 2030년 1차 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인 11%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분류 기준에 따를 경우 4%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별도로 분리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재생에너지 정의를 바탕으로 현황을 재정립하고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 또한 국제 기준에 맞는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별도의 법률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정책 수립과 실행에 있어서 국가적인 낭비와 부작용을 줄이고, 제대로 된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발전소 온배수와 같은 문제도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가 같은 법률로 묶여 있는 한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태양광 의무공급량 대폭 확대하고 소규모 FIT 도입해야

단기적으로는 태양광 의무공급량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태양광 의무공급량은 RPS제도 시행 후 2년 동안 목표치에 도달했다. 또한 국내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급증하면서 태양광 사업자 선정 경쟁률은 2012년 상반기 7.1대1로 최고치를 나타냈고, 2014년 상반기까지도 4~5대1의 높은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태양광 발전 시장을 규제하고 있는 꼴이다.

태양광발전의 설치비 하락, 설비안정성 제고 등 태양광발전산업의 향후 경제성 확보와 선호도 상승을 감안하면, 태양광 발전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RPS제도를 보완하는 소규모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해 태양광발전사업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규모 태양광발전은 소규모 분산적인 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나아가 주민과 시민들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서도 소규모 발전사업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태그:#신재생에너지, #박근혜, #발전소 온배수, #RPS, #F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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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에서 탈핵과 에너지전환, 기후정의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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