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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보도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취재했던 기자들 중 절반이 트라우마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세월호 참사가 상처가 그곳에도 있었구나 생각하며 곁에서 본 기자들이 이 정도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7월 이후 국회에서, 광화문에서, 그리고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함께 진행하며 지켜본 유가족들의 슬픔과 아픔이란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청와대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농성 중인 유가족들은 근처에 있는 경기상고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하교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어느 날 용기를 낸 영석 엄마가 학생들에게 노란리본을 나누어 주었다. 한참 아이들이 지나가고 뜸해지니 영석 엄마는 농성장으로 돌아와 통곡했다. 아들이 못 견디게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추석 다음날 청와대 농성장에 세월호 참사 다음날인 4월 17일 태어났다는 애기를 안고 젊은 부부가 다녀갔다. 곧 농성장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스러져간 아이들의  어린 시절과 추석에도 그 아이들을 볼 수 없다는 서러움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4월 16일 오전 아이들과 주고받은 문자를 핸드폰에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엄마 아빠들이 얼마나 괴로운지 말로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박대통령, 수사권과 기소권 끝내 거부

박대통령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끝내 거부해 세월호 유가족들을 져버렸지만 MBC는 이를 전혀 비판하지 않았다.
▲ MBC<뉴스데스크>(9/16) 톱보도 화면 갈무리 박대통령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끝내 거부해 세월호 유가족들을 져버렸지만 MBC는 이를 전혀 비판하지 않았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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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잃은 엄마 아빠들의 슬픔과 아픔의 저편엔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 그 분노의 대상은 우리나라 정부다. 구조에 실패한 정부는 차치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5월 19일에 유가족들의 손을 잡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도하고 특별법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어제(16일) 박대통령은 뻔뻔하게도 수사권과 기소권은 절대 안 된다며 유가족들의 가슴에 기필코 대못을 박고야 말았다. 더구나 '순수한 유가족들' 운운하며 지금 농성 중인 유가족들을 불순세력으로 몰기까지 했다.

언제든 찾아오라는 말만 믿고 청와대에 면담을 신청하러 갔지만 청와대는 30일 가까이 답이 없다. 더구나 480만 명 분의 서명 용지를 청와대에 3보 1배 방식으로 전달하려는 유가족들의 행진을 공권력을 동원해 막았는데 어떻게 분노하지 않겠는가! 여기에 이런 형편없는 정권의 말만 되풀이 보도하는 언론 역시 분노의 대상이 다.

KBS, MBC, YTN, TV조선, 채널A '여전한' 기레기들

진도 팽목항에 있던 때부터 유가족들은 기자들을 싫어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니 유가족들 뿐 아니라 사고 발생 첫날의 '전원구조 오보'로 상징되는 언론행태에 대한 우리들 모두의 실망과 분노를 담은 표현이 '기레기'라고 생각한다. 언론에 대한 신랄한 조롱이다. 참사 이후 일부 기자들조차 스스로를 '기레기'라 칭하며 자책했고 보수신문들까지 나서서 세월호 오보를 반성하며 공정보도를 약속했다. 그런데 그 이후 언론은 바뀐 모습을 보여줬는가.

9월 11일에 공영방송 MBC가 유가족과 국민들이 동조 단식을 하고 있는 광화문 광장이 '불법'이라는 '집중취재'를 보도했다. 더군다나 MBC는 유민아빠 김영오씨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방보도를 일삼아 많은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이 맞느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TV조선은 뉴스를 통해 <'세월호 정쟁' 시민도 질려>라고 보도를 통해  "세월호 특별법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40일 넘게 단식을 진행했던 유민아빠에게 "단식하다 그냥 죽으라"며 막말을 퍼부었던 배우 이산씨를 두고 네티즌 의견이 극명히 갈린다면서 "소신있는 말, 대통령에 예의도 안 지키면서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나", "투표로 뽑은 대통령 면전에 주먹질을 할 때 울컥했다"는 동조의 의견을 소개하기도 했다. 국민 인터뷰를 핑계로 자사의 주장을 확대한 것이다.

세월호에 대한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이 발견되었던 지난 7월 중순 이후 국정원 실소유주 논란이 확산되었는데도 KBS, MBC, YTN, TV조선, 채널A는 관련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어제의 박대통령 발언도 대부분 비판 없이 홍보하기 바빴다. 국민의 알권리와 공정보도보다는 "정권과 권력을 비호하는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이다. 

JTBC, 세월호 국정원 관련 보도로 제대로 된 언론역할 보여줘

반면 JTBC의 3차례의 걸친 보도를 통해 "취재진이 2천 톤 급 이상 여객선 17척의 유사시 보고계통을 모두 파악한 결과, 세월호만 '국정원 보고'가 명시" "세월호만 보고체계 속에 들어가 있다는 것은 여전히 의문" 등 자체 분석 내용을 근거로 심층보도를 했다. 세월호 가족들에게 진정한 언론은 이제 몇 남지 않았다. 아마도 국민들도 이런 제대로 된 언론을 원하고 있지 않을까.

특별법 제정 문제로 너무 힘겨운데 언론들로 인해 더욱 상처 받는 세월호 엄마 아빠들을 보면서 참 우리는 갈길이 멀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국가와 정부는 없었다.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월호가 침몰해 가는데 그 어느 곳에도 정부는 없었고 이후 수습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도 똑같다. 오직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정부는 정부가 아니라 바로 '국민들'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이제 유가족들과 국민들이 손을 꼭 맞잡고 달려가는 일만 남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언련 웹진 [e-시민과 언론]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세월호특별법, #수사권 기소권, #MBC, #JTBC,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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