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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이다.
 진주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이다.
ⓒ 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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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를 열심히 달려온 학생들에게 방학은 말 그대로 학업으로부터의 해방, 자유를 의미한다. 하지만 방학마다 한참 휴식을 취하고 있어야 할 고등학생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학교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야 한다. 바로 보충수업 때문이었다.

비교적 입시경쟁이 덜한 중학생 때의 방학은 학기 중에 하지 못했던 취미생활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시간을 지난 학기에 대한 점검, 다음 학기를 위한 예습으로 학업에 집중하면서 방학을 보낸다. 또, 방학 중 2주 가량의 시간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보충수업에 참석해야 한다. 고등학생은 중학교와 달리 진로를 결정하는 마지막 단계나 다름없으므로 어쩌면 당연한 차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학이라고 하지만 방학이 아닌 이런 현실이 정상일까?

방학 중임에도 등교시간과 수업시간은 학기 중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오후 늦게까지 자율학습까지 하는 학생들이 많으니 방학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일과를 보내야 한다. 보충수업의 자율성을 위해 학생들에게 동의서가 주어지지만 일반적으로 학교에서는 예체능 계열의 학생이거나 해외연수 등의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고서는 불참석란에 체크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임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문제는 과연 이 시간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학생들은 저마다 공부하는 방식이 다르기 마련이다. 보충수업을 하게 되면 하루에 적어도 4시간 이상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게 된다. 이 시간 동안 보충수업을 원치 않는 학생의 능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강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학교보다 그렇지 않은 학교의 학생들이 출석률이 낮고 조퇴 횟수가 높다고 한다. 선생님들은 선행학습 규제 때문에 예습할 수 없어 교과서 외의 내용이나 전 학기의 복습을 할 수밖에 없는 것에 난처해 하고 시험에 나오지 않는 내용이라 집중도가 떨어지는 학생들을 보는 것도 힘들다고 한다.

학기 중 학생들은 아침 8시에 등교해 야간자율학습까지 하면 10시 정도까지 학교에서 생활한다. 이것도 모자라 학원, 과외까지 돌다 보면 밤 12시 전에 잠들기란 쉽지 않다. 이는 성인이 소화하기에도 무리한 일정이다. 이렇게 매 학기를 힘들게 달려온 학생들은 푹푹 찌는 무더위에도, 살을 에는 추위에도 변함 없이 학교에 나와야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게 이미 방학은 사라져 버린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그렇게 말한다. 공부는 때가 있다고,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우리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고, 그래서 모든 것을 희생해서 공부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새벽 등교도 야간자율학습도 너무나 자연스럽다. 늦은 밤이나 주말의 학원도 당연한 생활 일부다. 물론 방학도 예외가 될 수 없고 우리 학생들에겐 그것이 지극히 상식적이다. 아마도 그렇지 않거나 그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비정상이라고 비난받기 일쑤다.

물론 방학 보충수업이 무의미한 시간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방학인 듯 방학 아닌 방학 같은 여름을 보내면서 우린 너무나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으로 무작정 받아들이고만 있지 않은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적어도 방학 때만큼은 보충수업도, 자율학습도 학생들의 자율에 맡겨 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경남 진주 청소년신문 필통의 기사입니다. 이 글을 쓴 하은서님은 진주여자고등학교에 다닙니다.



태그:#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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