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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대한민국호'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한쪽 지역은 대통령의 은혜에 환한 웃음을 짓고, 다른 한쪽은 정책의 소외로 성장 동력을 상실한 지 오래라며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달려간 곳은 대구. 그의 정치 텃밭이다. 취임 후 벌써 세 번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구 무역회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에 참석했다. 더구나 이 자리는 삼성과 벤처기업 간 계약 체결식이 있는 자리란 점에서 지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대통령 옆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벤처기업 대표들과 권영진 대구시장 등이 기념촬영하며 박수를 치며 입가에 함박만한 웃음을 지었다.

[대구·경북] "박근혜 정부·삼성 지원·관심으로 큰 힘이 되고 있다"

<경북일보> 16일 1면.
 <경북일보> 16일 1면.
ⓒ 경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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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을 보듬기는커녕 정치적 기반을 찾아 환한 웃음을 지역에 선사했다. 그리고 지역언론은 경쟁적으로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환호했다. 지면과 영상에 넘쳐났다.

'대구시-삼성, 창조경제로 새 역사 써 나가야' - <매일신문> 16일 사설
'대구시-삼성그룹 동반성장 기대 한다.' - <경북일보> 16일 사설
'대구의 변화가 시작됐다.' - <영남일보> 16일 1면

대통령과 삼성의 실세가 방문한 다음날 이 지역 유력 일간지 1면과 사설은 온통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희망의제가 넘쳐났다. <매일신문>과 <경북일보>는 사설에서 "새로운 입국이념으로 '창조경제'를 내건 박근혜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더욱 하고픈 말은 다음에 숨겨 있었다. 지역 신문 사설들은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대구시 북구 침산동 옛 제일모직 터 개발이 추진된다"며 반가워했다. "3세 경영에 들어간 삼성그룹이 세계적인 기업환경 변화를 읽고 대구에 공헌하는 제일모직 후적지 개발방안을 마련하길 기대한다"는 찬사의 글도 눈에 띤다.

<영남일보>는 대통령 방문 전부터 사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대구·경북의 파트너로 삼성그룹이 선정된 것은 지역으로서는 천운에 가깝다"고 썼다. 사설 제목도 '삼성 파트너된 대구·경북, 하늘이 준 기회'로 뽑을 정도다.

[호남] "새정치연합 '자중지란', 우리는 착잡하다"

<광주일보> 17일 사설.
 <광주일보> 17일 사설.
ⓒ 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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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대조로 호남지역은 세월호 참사 이후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지리멸렬한 새정치민주연합을 바라보는 민심은 착잡하기만 하다는 기사가 자주 목격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갈수록 태산인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두 차례의 세월호특별법 합의가 당내에서 거부당한 데 이어 외부 비대위원장 선임마저 물거품이 되면서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탈당설과 함께 분당에 따른 정계개편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 동력 잃은 호남, 무대책이 대책인가' -무등일보> 12일 사설
'새정치연합 '자중지란' 호남은 착잡하다' -<광주일보> 17일 사설
'전북경제 언제나 쨍하고 해뜰날 올까' -<전북일보> 16일 사설

<광주일보>는 사설에서 여러 훈수를 내놓았다. "새정치연합의 분란 원인은 고질적인 계파갈등에서 찾아야 한다"며 "비대위원장 영입을 놓고 문재인 의원의 말 바꾸기를 비롯해 당내 중진들이 계파적 이해와 차기 당권 득실을 계산하며 보여준 행태 역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힐난했다.

사설은 말미에서 "새정치연합이 7·30 재보선 참패 후 꾸린 비상대책위마저 실패로 돌아가면서 새정치연합의 추락이 어디에까지 다다를 것인지 가늠조차 안 된다"고 질타했다. <광주일보>는 17일 1면 머리기사로 '빨갛게 탄 벼 … 까맣게 탄 농심'을 올렸다. 기사 곳곳에 한숨과 걱정이 넘쳐나고 있다.

이에 앞서 <무등일보>는 12일 사설에서 호남은 이미 성장동력을 잃었다고 푸념했다. 신문은 '성장 동력 잃은 호남, 무대책이 대책인가'란 사설에서 "전남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쇠퇴했으며, 성장지역이었던 광주는 19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산업연구원이 16개 시·도의 소득과 인구추이를 비교 평가해 지난 1990년부터 2012년까지 성장·정체·쇠퇴의 정도를 분석한 결과를 인용한 것이다.

[전북] "전북경제 언제나 쨍하고 해뜰날 올까", 자괴감 '가득'

<전북일보> 16일 사설.
 <전북일보> 16일 사설.
ⓒ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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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같은 호남지역의 <전북일보>는 "실제 체감경제뿐만 아니라 각종 경제 지표상 수치에서도 전북은 타 시·도와 달리 계속해서 맥을 못추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도민들이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16일 '전북경제 언제나 쨍하고 해뜰날 올까'란 제목의 사설에서다. 전북은 최근 20여 년 동안 연평균 소득과 인구증가율이 전국 평균을 밑도는 등 계속해서 쇠퇴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날이 암울하다는 보도가 자주 눈에 띈다. 오죽했으면 신문은 사설에서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소득과 인구를 늘려 경제 활력을 되찾게 할 대책이 나와야 할 때"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박근혜호'가 정녕 성장동력을 잃고 암울한 환경에서 헤매는 지역까지 보듬어 줄지는 미지수다.


태그:#지역경제 , #대구시, #호남, #창조경제, #해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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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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