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이라면 1990년대 아프리카의 축구 영웅 조지 웨아를 기억할 것이다. 프랑스의 AS모나코와 파리 생제르망, 이탈리아의 AC밀란 등에서 활약했던 웨아는 1995년 피파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아프리카가 낳은 최고의 축구 영웅이다.

하지만 그렇게 화려한 웨아의 업적에도 월드컵 출전 기록이나 네이션스컵 우승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웨아의 모국인 라이베리아가 약체였던 관계로 웨아는 라이베리아 대표로 13년 동안 활약했음에도 대표팀에 관련 업적을 쉽게 찾을 수 없다.

한국 여자배구에도 이와 비슷한 선수가 있다.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과시하며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음에도 정작 대표선수로 이룬 업적은 미미하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에 도전하는 '배구계의 메시' 김연경이다.

유럽 무대 평정한 '배구계의 메시'

김연경은 한일전산여고 졸업반이던 2005~2006 시즌 프로에 뛰어 들어 전 시즌 최하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득점상, 서브상, 신인상, MVP까지. 단순히 '잘하는 신인'이 아니라 여자배구의 판도를 뒤집을 천재가 등장한 것이다.

국내에서 활약한 네 시즌 동안 3번의 우승을 차지한 김연경은 2009년 일본으로 진출해 소속팀 JT마베라스를 일본V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일본리그 득점왕 역시 김연경의 몫이었다.

김연경은 2011 터키 베네르바체로 이적한 후에도 세계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201-2012 시즌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차지, 세계 무대에서도 김연경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가진 김연경도 유독 대표팀의 일원으로 나선 국제대회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세에 출전했던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는 8강에서 태국에게 덜미를 잡혔고 2010 광저우 대회에서는 결승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 끝에 중국에게 2-3으로 패하고 말았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대거 참가했던 2012 런던올림픽은 김연경의 위용이 돋보인 대회였다. 김연경은 한국을 4강으로 이끌며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개인 MVP를 차지했다. 하지만 3-4위전에서 일본에게 패하며 36년 만의 메달 획득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김연경은 언제나 국제대회에서 최선을 다했고 최고의 기량을 뽐냈다. 하지만 7명(리베로 포함)이 코트에서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는 배구경기에서 김연경이라는 스타 한 명에게 의존하는 한국 여자배구의 한계는 명확했다.

일본-중국은 2진 파견, 금메달 되찾을 절호의 기회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배구선수권대회와 일정이 겹친다. 세계랭킹 3위의 일본과 5위의 중국은 당연히 아시안게임보다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예가 아닌 2진을 파견할 예정이다.

반면에 한국은 세계선수권 대회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지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이후 20년 만에 금메달을 되찾기 위한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2진이 출전하는 일본과 중국, 그리고 최정예 멤버가 나서는 한국. 금메달을 탈환하기엔 더없이 좋은 기회다.

하지만 걱정거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세계 그랑프리 국제여자배구대회와 아시아배구연맹컵을 참가하면서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보조 공격수 이재영과 한송이, 그리고 수비를 책임질 김해란 리베로가 나란히 발목 부상을 당했다.

게다가 중국 2진은 지난 AEC컵대회에서 한국을 연이어 꺾었을 만큼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상대를 김연경 홀로 대적해야 한다면 그만큼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런던올림픽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던 '거요미' 양효진이 부상을 털어냈다는 점. 양효진과 김희진이 나서는 센터진은 공격과 블로킹에서 김연경의 커다란 조력자가 될 수 있다.

1988년 2월생인 김연경은 차기 대회가 열리는 2019년(차기 대회부터 아시안게임은 월드컵과 올림픽 사이에 개최된다)이 되면 만31세가 된다. 지금과 같은 기량과 몸상태를 유지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192cm의 좋은 신장, 남자 선수를 연상케 하는 강력한 스파이크와 안정된 서브리시브, 여기에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리더십까지. 김연경은 분명 한국 여자배구가 배출한 최고의 슈퍼스타다. 그런 김연경에게 인천아시안게임은 그녀의 커리어에 '아시아 정상'이라는 타이틀을 추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인천아시안게임 여자배구 김연경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