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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아래 현대차) 회사측은 지난 16일에 "사내하청 특별고용 노사협의에 따라 사내하청 직원 4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8월 사내하도급 특별고용 합의의 일환으로 보인다.

현대차 발표에 따르면 이번 특별채용에는 울산·아산·전주공장 등 전체 하도급 근로자 5500명 중 73%인 4000명이 지원해 10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중 비정규직노조 아산·전주지회 조합원은 366명, 특별교섭(회사 측은 특별협의라 함)에서 빠졌던 울산지회 조합원도 226명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18일 현대자동차 노사와 비정규직노조 전주·아산지회가 '현대차 비정규직 특별교섭'에 잠정합의한 후 회사측이 내놓은 채용 일정표. 9월 19일이 최종합격자 발표일로 되어 있지만 회사측은 18일 법원 선고를 이틀 앞둔 16일 합격자 발표를 했다.
 지난 8월 18일 현대자동차 노사와 비정규직노조 전주·아산지회가 '현대차 비정규직 특별교섭'에 잠정합의한 후 회사측이 내놓은 채용 일정표. 9월 19일이 최종합격자 발표일로 되어 있지만 회사측은 18일 법원 선고를 이틀 앞둔 16일 합격자 발표를 했다.
ⓒ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울산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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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서울중앙지법 민사재판부는 소송을 제기한 비정규직들이 현대차의 정규직인지 여부를 판결하는 선고를 3년 10개월 만인 지난 8월 21일~22일 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선고를 3일 앞둔 8월 18일 현대차노사가 특별교섭에서 전격 합의했고, 합의서에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의 소송 취하가 조건으로 달렸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16일 현대차로부터 정규직으로 채용됐다고 발표된 사람 중 집단 소송에 참여한 사람은 17일 법원에 소 취하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취재 결과, 지난 18일 비정규직노조 울산지회의 강한 반발에도 현대차 노사 등이 특별교섭에 합의 후 현대차가 계획한 일정에는 최종 합격자 발표를 9월 19일에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노조 울산지회는 "18일 법원 선고를 앞두고 현대차가 서둘러 합격자 발표를 한 것"이라며 "결국 소송 취하자를 한 명이라도 더 만들기 위한 꼼수"라고 밝혔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울산지회 "끝까지 법원 판결 기다릴 것"

앞서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과 처우가 열악한' 점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한 후 지난 2004년 노동부가 대부분 공정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이후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정규직화를 요구해왔고 대표소송을 한 최병승씨가 2010년과 2012년 대법원에서 잇따라 정규직 판정을 받았다.

이에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노동자 1600여 명은 지난 2010년 '현대차 근로자 지위확인'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우여곡절 끝에 법원은 3년 10개월만인 지난 8월 21일~22일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으나 돌연 9월 18일과 19일로 연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특별교섭을 거부하고 법원 판결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울산지회는 "특별교섭 합의와 전주·아산지회의 총회, 그리고 재판부의 선고 연기는 잘 짜여진 각본처럼 진행됐다"며 "현대차지부와 아산·전주 지회는 훌륭한 출연자 역할을 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특히 울산지회는 "그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현대차의 시나리오에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며 "결국 불법파견 특별교섭은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연기하기 위한 수단밖에 되지 않았다"고 성토했었다.

이후 현대차비정규노조 울산지회 이진환 수석부지회장 등 3명은 지난 9월 11일부터 서울 중앙지법 앞에서 "중앙지방법원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선고를 더 이상 연기하지 말고 조속히 판결해 달라"고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특히 금속노조와 노동·사회단체들은 지난 15일 오후 1시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으로 대응해 맞서고 있다.

이들 노동·사회단체들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모든 생산공정의 노동자는 불법파견이므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지지한다"며 "불법파견 철폐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언론과 사회의 적극적 참여와 취재를 부탁한다"고 요청한 바 있다.

지난 11일부터 7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현대차비정규노조 울산지회 이진환 수석부지회장은 17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 10년 동안 현대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정부와 법원의 불법파견 인정 판정에 따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당한 법적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해 왔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조합원들이 구속되고 해고되고 재산이 압류되는 등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어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우리의 주장은 당연한 것"이라며 "정당한 법적 절차까지 무시하고 소송을 취하하게 만드는 것은 너무나 잘못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태그:#현대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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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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