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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한-중 수교는 한국과 인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한국과 중국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진영으로 나뉘어 협력을 상상할 수 없었다. 한-중 수교 전까지 한-일 협력 또는 한-미-일 협력은 활발했으나, 동북아시아 공동 번영을 위한 한-중 협력 또는 한-중-일 협력은 불가능했고, 남-북-중 협력은 더욱 불가능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냉전체제가 해체되면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노태우 정부가 적극적인 북방 외교정책을 펼쳐 한-러 수교(1990년)와 한-중 수교(1992년)를 체결하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1991년 기준 국내 수입 비중은 일본 23.8%, 미국 22.4%, 유럽연합 12.8%, 중동 10.6%, 중국 4.6% 순이었으나, 2009년에는 중동 19.1%, 중국 16.8%, 일본 15.3%, 유럽연합 10%, 미국 9% 순으로 바뀌었다.

같은 기간 대외 수출 비중은 미국 25.8%, 일본 17.2%, 유럽연합 14.7%, 홍콩 6.6%, 중국 1.4%에서, 중국 29.3%(홍콩 5.4% 포함), 유럽연합 12.8%, 미국 10.4%, 남미 7.4%, 중동 6.6%, 일본 6%로 변했다. 중국이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으로 등장한 것이다.

인천 또한 한-중 수교 이후 중국과의 교역량이 크게 늘었다. 1996년 1억 1605만 톤에 달하던 벌크 화물은 지난해 1억 4610만 톤으로 늘었고, 컨테이너 화물은 39만 5890 TEU(1TEU=길이 20피트 컨테이너1개)에서 지난해 216만 TEU로 늘었다.

또 2001년 3월 개항한 인천 국제공항의 국제 항공 화물 누적 운송량은 지난 6월 3000만 톤을 넘어섰다. 개항 이후 연평균 약 6.2%의 성장세를 보여온 인천 공항 화물 물동량은 2006년 6월 누적 1000만 톤, 2010년 7월 2000만 톤을 돌파한 뒤, 개항 13년 만에 3000만 톤을 넘어선 것이다.

인천 공항은 대한민국 항공 화물 물동량의 98%를 담당하고, 전체 교역액의 22.1%, 전체 무역수지 흑자 규모의 절반 이상인 53.6%를 차지(2013년 기준)하는 대한민국 경제 관문이다. 개항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 경제 성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는 인천 국제 공항 공사의 노선·물동량 유치 전략, 중국과 유럽연합 시장 노선 확대를 통한 국내 항공사의 성장이 맞물린 결과다. 이 기간에 인천공항은 일본 나리타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동아시아 지역 경쟁 공항들의 연간 화물 운송량을 추월하며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으로 성장했다.

인천공항은 개항 이후 불과 13년 만에 세계 56개국 183개 도시(2014년 1월 기준)를 연결하는 항공 네트워크를 보유한 허브 공항으로 성장했다. 개항 후 여객 수에서도 연평균 6.4%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4148만 명을 넘어섰고, 환승객 또한 지난해 771만 명을 돌파하며 동북아 허브 공항의 지위를 확고히 굳혔다.

인천은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남북 분단으로 인해 동북아시아에서 인천의 물류기능은 여전히 반쪽 역할에 그치고 있다. 즉, 인천이 진정한 의미에서 동북아 물류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인천을 통해 남북 간 물류를 연결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 인천국제공항 인천은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남북 분단으로 인해 동북아시아에서 인천의 물류기능은 여전히 반쪽 역할에 그치고 있다. 즉, 인천이 진정한 의미에서 동북아 물류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인천을 통해 남북 간 물류를 연결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 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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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성장과 사회 인프라 구축은 '줄탁동시'

인천의 이 같은 성장은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세계 경제 흐름에 맞춰 적정 시기에 항만과 공항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중국의 성장과 이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은 줄탁동시(안과 밖에서 함께해야 일이 이뤄진다)였다.

인천항은 크게 내항, 연안 부두, 남항, 북항, 경인항, 신항, 왕산 마리나 등으로 구성돼있다. 1974년 내항이 갑문을 갖춘 후 아시아 최대 정온 수역항이 됐고, 1998년부터 2009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남항에 컨테이너 부두가 들어섰으며, 2007년에 잡화 부두인 북항이 개장했다.

2015년 6월과 2016년 6월에 송도에 신항 1-1단계 부두가 단계적으로 개장할 예정이고, 2016년 말에는 남항에 새로운 인천항 국제 여객터미널이 개장할 예정이다. 2001년 개장한 인천공항은 현재 2단계 공사를 마친 상태로 여객처리능력은 4400만 명이고, 화물처리능력은 450만 톤이다. 2017년에 3단계 공사(=제2여객터미널)가 마무리되면 여객 처리능력 6200만 명, 화물 처리 능력 580만 톤이 된다.

인천항과 인천공항에 대한 투자는 한국 경제의 대외 교역을 증진하고, 인천이 동북아시아 물류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인천이 물류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공항과 항만만 짓는 게 아니라 물류를 잇는 도로와 철도 등 사회 간접자본에 투자한 덕분이다.

인천과 국내를 잇는 물류 도로 상황을 보면, 현재 제1경인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제3경인고속화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인천공항고속도로, 인천대교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제2서울외곽순환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제1·2경인고속도로는 모두 인천항과 연결돼있고, 서울외곽순환도로와 연결된 제2경인고속도로와 제3경인고속화도로는 인천대교를 통해 인천공항까지 연결하는 수도권이남 국내 물류 기반이다. 또 서울외곽순환도로와 인천공항고속도로는 수도권 북부지역 물류를 영종대교를 통해 인천공항과 연결하고 있으며, 제2외곽서울순환도로 공사가 마무리되면 수도권 북부는 물론 경기북부의 물류가 보다 쉽게 인천항과 인천공항으로 연결된다.

아울러 제1경인고속도로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까지 직선화 공사를 마친 상태로, 향후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와 제3연륙교를 통해 연결되면 영종지구 내 항공산업과 물류산업, 관광산업에 대한 투자를 더욱 촉진할 전망이다. 철도 또한 마찬가지다. 경인전철에 이어 인천지하철1호선과 인천공항철도가 개통했고, 수원역과 인천역을 잇는 수인선과 서구 검단과 남동구 인천대공원을 잇는 인천지하철2호선이 개통을 앞두고 있다. 올해는 경부선과 호남선 KTX가 인천공항과 연결됐다.

서울역과 인천공항을 잇는 인천공항철도는 계양역에서 인천지하철1호선과 연결되고, 검암역에서 2호선과 연결된다. 또한 최근에는 인천지하철1호선과 2호선을 김포와 연결하는 방안이 수면 위로 부각했다. 인천은 도로망과 철도망으로 국내 물류 기반을 구축하고, 외적으로는 항만과 공항을 통해 동북아 물류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한-중 수교 넘어 동북아 물류 인프라 구축해야

인천은 동북 아시아시대와 지식 정보화 시대를 맞아 동북아 국제 물류도시와 첨단 산업도시, 글로벌 비즈니스(=국제 업무)도시를 자처하고 있다.

현대는 물류와 정보가 결합하면서 지식정보기술의 발달이 물류산업을 촉진하고 있고, 물류의 발달은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넘어 인적 자원의 자유로운 이동을 더욱 촉진하고 있으며, 이 같은 변화는 인천이 동북아의 중심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천시 항공물류 전문위원인 이상욱 박사는 "기술 발달에 힘입어 각종 지식과 정보가 전 세계적으로 거의 실시간으로 교류되고 있다. 이는 곧 물자와 지식, 정보에 대한 글로벌 구매시스템을 촉진하고 있다. 어느 지역에 어떤 물자가 있는지 금방 알 수 있고, 비행기로 24시간 안에 전달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또, "과거에는 토지와 노동(=인적자원)의 이동은 불가능하고 자본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사람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지식정보는 이동이 가능하고, 이젠 사람도 이동이 보다 자유로워지고 있다"며 "지식정보사회가 고도화될수록 물류산업이 발달하기 마련이고,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공항과 항만, 철도와 도로에 대한 적기 투자가 절실하다. 이는 또 인천에 항만공항물류산업, 항공산업, 금융업 등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선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해결할 과제들이 있다. 철도의 경우, 인천신항과 수인선을 잇는 방안은 여전히 인천시 도시기본계획에만 있을 뿐이다. 또한 인천공항과 인천역을 철도로 이어 수인선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인천공항의 경우 전체 5단계 공사 중 현재 3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다. 5단계 공사는 여객 1억 명을 처리하는 수준으로 공항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정철 인하대 연구교수는 "공항 건설에는 약 8~10년이 걸린다. 인천공항은 현재 포화상태다. 인천공항과 국내를 잇는 물류 환경이 여객 5000만 명에 맞춰져 있다. 여객 1억 명 시대에 맞는 철도와 도로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항만공항물류에 있어 '한-일'처럼 '한-중' 항공자유화와 해운자유화가 필요하고, 동시에 '한-러'처럼 '한-중'에도 비자면제협정을 서둘러 체결해야 한-중 해상과 항공을 통한 물류산업은 더욱 발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은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남북 분단으로 인해 동북아시아에서 인천의 물류기능은 여전히 반쪽 역할에 그치고 있다. 즉, 인천이 진정한 의미에서 동북아 물류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인천을 통해 남북 간 물류를 연결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즉, 인천 영종도·강화도와 개성공단·해주를 철도와 도로로 연결할 때 남북을 잇는 물류가 뚫려 진정한 의미에서 인천이 동북아시아 물류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100만평에 불과한 개성공단이 목표대로 800만 평을 조성해 가동되면, 이는 남동공단 300만평보다 규모가 큰 공단이 탄생하는 것이다. 10·4선언에서 검토된 해주공단과 통일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사업이다. 남측의 5·24조치로 남북교역이 중단됐지만, 교역이 절정일 때 인천항에서 처리한 북한 해상물동량은 2700만 톤에 달했다.

또한 지금도 중국 국적 항공기나 러시아 항공기 등 제3국 항공기는 인천공항에서 평양순안공항으로 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노선은 없는 상태다. 동북아 허브공항 경쟁이 치열한 만큼 훗날을 내다보고 제3국 항공사가 인천공항과 평양순안공항을 취항하게 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 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 #동북아시아, #한반도, #물류산업, #북방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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