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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이다.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이다.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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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7일 오전 9시 13분]

세월호 침몰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 일부가 공개됐다.

16일 열린 세월호 선원들의 공판외기일(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에는 침몰 원인을 조사한 검·경합동수사본부 전문가 자문단 허용범 단장(63)이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일부 언론에서 이번 사고를 전혀 (원인이) 아닌 쪽으로 이야기를 한다"며 세월호 관련 몇 가지 의혹을 일축했다.

검경 합수부는 사고 직후 허 단장 등 전문가 11명에게 침몰 원인 분석을 의뢰했다. 이들은 원인 분석 절차를 크게 4개로 나눴고 허 단장은 이 가운데 세월호의 선체 운동 쪽을 담당, 이준석 선장 등 선원 4명을 직접 면담하기도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와) 아무런 이해도 없고, 개인적으로 해양 분야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정확히 밝혀야겠다는 생각에 심혈을 다했다"며 전문가 자문단의 분석보고서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끊어진 AIS기록] "정전 말고 시스템 문제, 사고 원인과 무관해"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4월 16일 세월호의 AIS(선박자동식별장치) 송수신기록은 36초간 끊어졌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자료를 봐도 세월호의 AIS기록은 29초간 존재하지 않는다. 갑작스레 사라진 기록을 두고 사고 당시 정전이 있던 것은 아닌지, AIS기록이 없는 동안 세월호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두고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나 허용범 단장은 "AIS 전체적인 운영시스템의 한계일 뿐, 사고 원인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테나 높이나 전파 도달 정도에 따라 배의 신호가 연안관제실에서 수시로 없어져 나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자신이 선원들을 면담했을 때 '사고 후 메인엔진 전원을 껐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것은 발전기가 돌아갔다는 얘기라며 정전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배제했다.

[침몰 원인] "충돌? AIS 모양 달라... 지그재그 운항도 안 했다"

검·경은 사고 초기부터 조타 실수로 세월호가 급변침을 했고, 복원성을 잃은 배에 화물을 무리하게 많이 실어 침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후에도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두고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검찰은 의혹 해소를 위해 공판 과정에서 여러 번 '충돌은 없었다'는 자료를 제시하거나 증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16일에도 이 질문은 또 다시 등장했다.

허 단장의 답은 '충돌은 없었다'였다. 그는 "4월 16일 8시 49분 13초 AIS정보를 보면, 배가 충돌했다면 (그 모양이) 날카롭게 나타나야 하는데 둥그렇다"며 "대각도 변침(보통 15도 정도 조타한 것을 뜻함)을 해서 배가 돌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허 단장은 세월호가 복원력이 나빴던 만큼 큰 각도로 조타하면 안 되는데 사고 당시 조타수가 20도에서 35도까지 크게 조타했다고 추정했다. 그는 "3항해사가 그렇게 말했고, 해경 기록에도 많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바닥의 흰 부분을 두고 '암초나 다른 선박과 부딪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축했다. 허 단장은 "원근 등으로 잘 볼 수 없지만 굴곡이나 파공이 생겼다면 (배에) 엄청나게 큰 충격을 줬다는 것인데 (세월호의 항적이) 엄청 꺾이지 않고 선회했다"며 "단순한 변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사고 전 지그재그로 운항했다'는 주장 역시 "AIS를 항적으로만 이해하고 현재 배의 위치, 무게 중심, 나가는 방향이라는 의미를 몰랐던 것으로 황당무계하다"고 평했다.

[급경사] "초기에 30도... 복원력 문제에, 화물 이동해서 더 기울어"

15일 허 단장은 사고 직후 배가 약 30도가량 기울었다고도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생존자들이 체감한 '45도'가 세월호 사고 초기 경사도였다(관련 기사 : 세월호 각도의 재구성).

허 단장은 세월호의 복원력을 감안하면 초기 각도는 20도 전후여야 하는데, 사고 이후 커튼 경사각을 볼 때 30도쯤 됐고, 선내 동영상 등을 볼 때 9시 28분~33분쯤에는 약 38도였다고 했다. 그는 "30도까지 간 것은 화물(이동)밖에 없다"고 했다. 이 충격으로 배의 자이로컴퍼스(조타기 앞에 있는 나침계)에 이상이 생긴 탓에 사고 직후 배가 급선회한 것처럼 AIS기록이 잘못 남겨졌다고 덧붙였다.

또 세월호를 '고장 난 고속버스'에 빗대며 "세월호가 1년 넘게 인천-제주를 계속 운행했다는 자체가 요행 중 요행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선박이든 대형선은 35도까지 키를 돌릴 수 있는데 세월호는 5도 이상 못 썼다"며 "이건 승객 몇 십 명을 실은 고속버스가 핸들을 두 바퀴 돌려야 하는 상황에서 7분의 1밖에 못 돌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위험한 배였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몇 차례 더 전문가 증인들을 불러 세월호 침몰 원인은 무엇이고, 그 과정에서 선원들의 책임이 얼마만큼 있었는지 따져볼 계획이다. 다음 공판은 9월 1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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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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