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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천막당사를 열었다. 차떼기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이후의 선거에서 연전연승 한다. 아마 지금의 박근혜를 만든 몇 가지 모멘 텀 중에 하나이다.

지금 야당 모습은 한나라당의 위기 그 이상이다. 오불관언의 자세로 일관하는 청와대와 그 청와대의 그늘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 정치 파트너인 여당을 맞아 넘어야 하는 세월호의 파도 앞에 야당이 먼저 좌초할 위기다. 도대체 정당으로서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모래알처럼 절대 뭉쳐지지 않는 지리멸렬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대표부를 대신해 비대위를 꾸렸으나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겸임한 박영선 의원의 행보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걸음마와 다르지 않다. 특정 계파에 속하지 못한 박영선의 역학적 한계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치적 감각을 애초부터 갖추지 못하였던 태생적 한계일지도 모른다.

모든 문제를 철저히 규명해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책임자를 엄벌에 처할 것이라던 대통령은 오늘 기소권 수사권이 정치적 협상이 될 수 없다며 국민에게 일갈한다. 더 이상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굳건히 자신의 런웨이를 질주한다. 오히려 야당은 현 정국에서 표출되는 모든 정치적 사회적 문제의 해결 당사자에서 반대로 발목잡기의 원흉으로 몰려 세워진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

DJ가 있었어도 수습되어질 문제가 아니라는 자조석인 이야기들이 정치권과 언론에서 새어 나온다. 정치권 언론 모두 야당이 직면한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문제는 전해지는 말대로 박영선 의원이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다 내려놓고 탈당을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선출되지 않는 누군가 임시로 비대위원장에 임명되고 원내대표를 누군가 대행한다 해도 수습될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가해지는 모든 비난과 비토는 야당 국회위원들이 그 동안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결과일 수도 있다. 비통하던 국민들과 절망하던 유가족들을 단 한 번도 제대로 감싸 안아주지 못한 야당의 그동안의 모습에 그나마 반대급부로 표시된 지지율마저 다 잃고 말았다.

정말 지금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인가. 누군가를 몰아내고 다른 누군가를 세워놓기 위한 모든 과정이 또 얼마나 국민들을 절망하게 할 것인지 먼저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일까?

나는 있다고 본다. 싸움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는 것, 여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 두려움의 정면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것, 이미 피로해졌다고, 모든 세월호 이슈는 더 이상 정권에 위협이 되지 못한다며 태연한 체 하는 저들이 구걸하듯 던져주는 양보를 구걸할 것이 아니라 투쟁해서 얻지 않는 모든 것을 거부한다는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면, 난 지금의 야당이 치러야 할 전선은 광화문에 구축되어 있다고 믿는다.

일베에 조롱당하고 기득권에 야유 당하는 유족을 끌어안고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의지로 천막을 치고 광화문 광장에 당사를 꾸려야 한다. 모든 당원과 지도부가 그 천막 안에서 회의하고 결단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믿는다.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는 여당과 정권에 대해 세월호 문제에 한한 한 단 한치도 양보할 뜻이 없음을 천명하고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광화문 천막당사는 그냥 상징으로서가 아니라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전선이 되어야 한다.

아직 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세월호 문제다. 그리고 야당이 해결하지 않고는 넘어서지 못할 문제가 세월호다. 지금까지 했던 모든 과정이 오히려 여당을 이롭게 했을 뿐이라고 고백하고 참회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다른 모든 당리당략을 접어두고 이제부터라도 문제의 본질에 가장 치열하게 대치하여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야 한다.

당권과 당 개혁은 그 다음의 문제이다. 이제서야 결정한 것이 겨우 박근혜 따라 하기냐는 조롱을 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근혜는 이길 것 같지 않는 선거에서 이겼고 결국 집권했다. 박근혜 대표가 천막당사로 당사를 옮겼을 때 대한민국의 누구도 정치가 이제 바뀔 것이라 믿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라도 국민의 비난을 신경 써주는 정치인일지도 모른다는 환상은 심었다.

계파끼리, 이해관계에 따라서 날선 비난과 비판에 해가 뜨고 지는 줄 모르는 야당에게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 야당이 먼저 석고대죄하고 광화문으로 가라. 가서 이 싸움이 끝날 때까지 버티고 싸워서 이겨라. 그런 다음에 돌아오라. 세상이 어쩌면 조금은 바뀔지 모른다는 희망이 싹트는 출발이 거기일 지도 모른다. 야당 변해야 산다가 아니라 싸움터로 들어와야 산다가 맞는 말이다.


태그:#새정연, #야당 정체성, #광화문, #천막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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