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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핵심 쟁점인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기소권 부여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한 가운데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이 머무르고 있는 진도군실내체육관의 모니터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고 있다. 실종자인 단원고 교사 양승진씨의 아내 유백형씨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핵심 쟁점인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기소권 부여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한 가운데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이 머무르고 있는 진도군실내체육관의 모니터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고 있다. 실종자인 단원고 교사 양승진씨의 아내 유백형씨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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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은)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16일 오전 진도군실내체육관 모니터에 속보로 떴다(관련기사 : 박 대통령 "수사권·기소권 대통령 결단 사안 아니다").

체육관 가운데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실종자 가족들과 추석연휴 직후부터 교대로 진도에 내려와 있는 유가족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유가족들 청와대 불러다가 한 말은 어떻게 된 건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 대통령은 5월 16일 유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유가족 여러분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모시게 됐다. 의견을 주시면 꼭 바로잡도록 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고 이후 줄곧 진도에 머물며 실종자 가족의 법률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배의철 변호사(대한변협 세월호 특위위원)는 이날 오후 진도군실내체육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한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새누리당 주장 '특검', 전례볼 때 제대로된 진상조사 어려워"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회의 모니터를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회의 모니터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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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변호사는 '수사권·기소권이 주어진 진상조사위원회가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든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특검법에 의한 특검과 마찬가지로 특별법에 의한 수사권·기소권 역시 헌법체계에 어긋남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헌법 제12조 제3항을 거론하며 "헌법은 검사가 강제 수사의 기초인 영장을 신청하고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한다고만 명시할 뿐 수사권·기소권은 법에 의해 규정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 변호사는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특검의) 전례를 살펴볼 때 제대로된 진상조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문제 특검 때 혐의자가 수사를 거부, 회피하는 사례를 보지 않았나"라고 강조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훑어 본 배 변호사는 "적폐의 핵심을 제대로 도려내지 못한 현실을 대통령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참사의 원인과 관련해 무엇이 드러났나"라며 ▲ 변침의 원인 ▲ 세월호 내부 선원 노트북에서 발견된 '국정원 지적사항' ▲ CCTV 전원 고의차단 의혹 ▲ 정부 초기대응 책임 ▲ 세월호 출항·과적·증개축 등에서 벌어진 권력비리 등 아직 의혹으로 남아있는 점을 하나하나 거론했다.

이어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고통 속에서 눈물 흘리고 있는 오늘, 박 대통령은 마치 유가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것처럼 이야기했다"며 "대통령이 사실을 호도하여 국민 여론을 기만해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또 박 대통령이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대통령 연애' 발언에 "대통령 모독"이라고 한 것을 두고는 "여당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라며 유가족을 모독했고, 대통령마저 책임을 회피하며 유가족을 거리로 내몰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박 대통령이 '대통령 모독'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나"라고 되물었다.

아래는 <오마이뉴스>가 배 변호사와 한 인터뷰 전문이다.

"세월호 특별법, 헌법체계에 어긋나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후 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표들을 청와대에서 만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후 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표들을 청와대에서 만났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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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은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사안 아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주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했다.
"유가족과 대한변협이 만든 세월호 특별법은 참사 진상조사와 관련해 판사·검사·군법무관 또는 변호사로 10년 이상 재직한 자에게 독립적인 검사의 지위 및 권한을 갖도록 하고 있고, 이를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여당이 주장하는 특검 방식의 수사 역시 특검법을 통해 법조 경력이 있는 변호사에게 검사의 지위 및 권한을 갖도록 하고 이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건데, 그렇다면 특검 역시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 아닌가.

특별법을 통한 수사와 기소는 피해자의 직접구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임명한 법률가에게 검사의 지위를 부여해 수사와 기소가 객관적, 중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자력구제와 무관하다. 헌법은 제12조 제3항에서 검사가 강제 수사의 기초인 영장을 신청하고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만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특검법에 의한 특검과 마찬가지로 특별법에 의한 수사권·기소권 역시 헌법체계에 어긋남이 없다.

대한변협 소속 변호사 1043인 역시 이러한 점을 강조한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전례를 살펴볼 때 특검으로 제대로된 진상조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문제 특검 때 혐의자가 수사를 거부, 회피하는 세례를 보지 않았나(관련기사 : MB 특검수사 방해, 도 넘었다... 압수수색·수사기간 연장 모두 거부)."

- 박 대통령은 "그동안 대부분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추가 진상 규명'의 의지가 부족해 보이는데.
"참사의 원인과 관련해 무엇이 드러났는가. 변침의 이유·원인과 관련해 검찰 공소사실이나 재판을 통해 드러난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세월호 내부 선원 노트북에서 발견된 '국정원 지적사항'과 관련해 국정원과의 연관성은 수사하였는가. 사고의 핵심 단서인 CCTV와 관련해 '전원 고의차단 의혹'을 해소했나. 검찰은 전원구조라는 오판으로 인해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국가의 책임을 수사·기소했는가. 침몰 이후 사고대책본부만 10개가 설치되며 대응도 제대로 못한 채 무능함의 극치를 보인 정부의 책임은 어떠한가.

이처럼 정부의 혼선과 실패로 304명의 생명이 죽어갈 때 대통령은 어디에서 무엇을 했나. 선령제한이 20년에서 30년으로 완화돼 세월호가 출항하게 된 근본원인을 제공한 시행규칙 개정과 관련해 유착과 비리는 없었는가. 복원성 검사·고박·과적 등 안전과 관련된 공무를 민간기관에 위탁하는 과정, 그리고 증개축 인가 및 지도·감독과 같은 해수부·해경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권력과의 유착·향응·부정비리 등 책임의 핵심에 얼마나 접근하고 있는가. 적폐의 핵심을 제대로 도려내지 못하는 현실을 대통령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유가족 의견 수렴한 것처럼 말한 대통령... 국민 기만해서야 되겠나"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핵심 쟁점인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기소권 부여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한 가운데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이 머무르고 있는 진도군실내체육관의 모니터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고 있다. 체육관에 실종자 권재근씨, 권혁규군이 담긴 그림이 놓여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핵심 쟁점인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기소권 부여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한 가운데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이 머무르고 있는 진도군실내체육관의 모니터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고 있다. 체육관에 실종자 권재근씨, 권혁규군이 담긴 그림이 놓여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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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슷한 인식 하에 박 대통령은 "하루 속히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이 아닌 여야 합의에 따른)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유가족 피해 보상 처리를 위한 논의에 시급히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유가족·실종자 가족이 원하는 건 피해 보상 처리보다 진상규명이다. 앞서 말했듯, 변침의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이른바 '관피아'와 관련해 적폐의 핵심을 도려내지 못한 상황에서 피해 보상부터 말하는 것은 '참사의 원인을 밝혀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유가족의 뜻을 왜곡하는 것이다. '애끓는 유가족의 마음을 반영해 특별법을 만들도록 대통령이 지원하겠다'고 5월 16일 유가족과의 면담에서 스스로 밝히지 않았나."

- 박 대통령은 "진도에서, 청와대에서 유족들을 만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 바탕 위에 드러난 문제점들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박 대통령은 5월 16일 청와대로 유가족을 불러 '여러분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견을 주시면 꼭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 박 대통령은 유가족이 요구한 특별법을 두고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며 말을 바꿨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이 고통 속에서 눈물 흘리고 있는 오늘, 박 대통령은 마치 유가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대통령이 사실을 호도하여 국민 여론을 기만해서야 되겠는가. 대통령의 오늘 발언을 듣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정말 피눈물이 맺힌다'고 얘기한다."

-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대통령 연애' 발언을 두고 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었다. 국가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껏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을 철저히 외면한 정부·여당의 모습에서 국가 위상은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유가족이 왜 대통령이 아닌 교황으로부터 위로받아야 하나. 여당은 이를 교통사고라고 하며 유가족을 모독했다. 대통령마저 이제 책임을 회피하며 자신의 약속을 어기고 있기에 유가족은 거리로 나와 잃어버린 희망을 찾아달라고 절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대통령은 '대통령 모독'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가.

노무현 정권 시절, 연극 <환생경제>를 보며 박장대소한 박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기 바란다(관련기사 : "그 놈은 거시기 달 자격도 없는 놈..." 한나라 의원연극, 노 대통령 욕설 파문). 대통령은 군주가 아니다. 오직 국민의 뜻을 받들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대통령의 모습으로 국민 앞에서 신뢰와 믿음을 회복할 수 있도록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근본적 성찰을 희망한다."


태그:#세월호, #박근혜,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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