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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있는 가정에선 아침이면 전쟁이다. 부모님들은 몇 번을 깨우고 학생들은 여전히 꿈길을 헤매인다. 일어나는 것, 씻고 옷 찾아 입기도 버거운 시간, 어쩌면 아침밥은 학생들에겐 실제로 하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가까운 거리에 학교가 있다고 한들 빠르게는 7시 40분 늦어도 8시 10분까지의 등교 시간을 맞추려면 학교와의 거리에 따라 다르겠지만 7시 전에는 일어나야 한다. 아침밥을 챙겨 먹으려면 그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되니 아침밥보다 잠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당연한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경기도교육청의 9시 등교 방침에 따라 9월 1일부터 경기도의 학교들은 9시에 등교를 한다. 시작부터 논란이 되고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았지만 결국 90%에 가까운 학교들이 9시 등교를 하기 시작했다.

등교 시간이 빨라진 것은 분명 과열된 입시경쟁으로 인한 학교 간 경쟁의 산물이다. 그래서 있지도 않은 0교시 수업을 했고 0교시 수업을 하기 위해선 새벽에 집을 나서야 했다. 겨울에는 정말 깜깜한 어둠 속에서 등교를 하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장면을 연출했었다. 0교시 수업에 대한 비판이 일자 수업이 없어지는 대신 그 자리에 자율학습이 생겼다 당연히 그 자율 학습을 위해 학교에는 여전히 새벽같이 등교해야 한다.

참 비정상적인 일이다. 왜 우리 아이들은 새벽같이 모자란 잠에서 깨어야 하고 아침밥도 못 챙겨 먹고 학교에 가야 하는지 누구도 얘기하지 않았다. 학부모도 학교도 학생들조차 아주 당연하고 정상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다지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학생들이 느긋하게 9시까지 학교에 가는 모습을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9시 등교를 반대하는 이유도 충분히 그 근거가 있다. 8시 10분에 수능시험이 시작되기 때문에 고3 수험생들의 생활 리듬을 지적하기도 한다. 또 맞벌이 가정의 부모의 출퇴근 시간과 자녀의 등교 시간의 차이로 인한 혼란도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등교 시간을 늦춘다고 학생들의 수면시간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지적 또한 맞는 말이다. 사실 우리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의 부족은 늦게 자는 것이 더 큰 원인이다. 야자나 학원을 마치면 자정을 훌쩍 넘고 그때부터 친구들과 카톡이나 게임을 하다 보면 새벽 늦게 잠자리에 들 기 일쑤다. 그러니 아침에 30분~1시간 더 잔다고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억지는 아니다. 또한, 등교 시간을 늦춘다 해도 아이들이 아침을 먹기보다 여전히 잠을 선택하고 결과적으로 변하는 것이 없다는 비판도 현실적으로 맞는 부분이 있다.

9시 등교는 오로지 학생의 입장, 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그러나 그래도 9시 등교로 가야 하지 않을까? 분명 지금은 비정상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고 아침 챙겨 먹을 물리적 시간도 주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고 우겨서는 안 된다. 학교 가서 책상에 엎드려 자는 아이들의 모습에 '자더라도 학교 가서 자라'고 하며 그것이 정상인 것처럼 말해선 안 된다.

3학년 문제나 맞벌이 가정은 그에 맞는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부분이다. 학생들의 스마트폰 문제나 늦잠 또한 가정에서의 소통과 노력으로 풀어가야 할 일이다. 성장기의 청소년들이 충분한 수면을 하고 아침을 먹게 하는 것은 그들의 인권이자 권리다. 그것이 정상이고 그런 환경과 교육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책임과 의무다. 9시 등교는 이러한 정상과 비정상의 관점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왜 새벽같이 학교에 가야 하는가? 학부모, 선생님, 학생들까지도 어쩌면 그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고등학교 3년은 죽었다' 생각하고 1분 1초도 아껴 써야 하니 한 시간이라도 덜 자고 새벽같이 학교를 향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이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바치는 것만큼 멋진 일도 없는 것이니까. 하지만 학교의 모든 학생이 그래야 할까?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이 그렇게 해야 할까?

지극히 정상적으로 9시부터 학교는 시작해도 된다. 더 부지런하고 더 공부에 열정적인 친구들은 그만큼 더 일찍 가고 더 늦게 집으로 오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 아닌지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한다. 

학생들의 등교 시간을 가지고도 보수와 진보를 나누고 이념과 지역을 얘기하는 것 또한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현실적으로 당장 9시 등교를 하기엔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뿐이다. 9시 등교가 우리 학생들의 기본적인 권리고 우리 학교의 정상적인 모습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얼마나 현명하게 비정상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경남 진주 청소년신문 필통의 기사입니다.
글쓴이는 필통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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