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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행복해요” 뢰딩 학교에서 만난 덴마크 청년들
 “우린 행복해요” 뢰딩 학교에서 만난 덴마크 청년들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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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나고 자란 곳. 수도 코펜하겐 바닷가에 자리한 자그마한 인어공주 상을 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만큼 많은 이들에게 덴마크는 '동화의 나라'로 여겨진다.

덴마크는 UN 행복지수 조사에서 2012년과 2013년 잇달아 1위에 오른 나라이기도 하다. 행복지수란, 세계 156개 나라에서 1000명씩을 뽑아 사회적 안전망과 자유, 관용 등의 가치가 그 나라에서 어느 정도 구현된다고 여기는지를 묻고, 여기에 1인당 국민소득과 기대수명을 더해 산출한 값이다. 말 그대로 각 나라의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의 정도를 수치로 나타내 순위를 매긴 것이다.

덴마크는 이 조사가 시작된 2012년부터 줄곧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혔다. 우리나라는 2012년에 56위를 기록한 데 이어 2013년에는 41위에 그쳤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 세계에서 40~50번째쯤 행복한 우리에게는 그야 말로 '동화의 나라'가 아닐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오연호 기자가 덴마크를 찾았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으로 살아가게 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는 세 번에 걸쳐 덴마크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직업과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을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눴고, 이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2014, 오마이북)가 그것이다.

동화의 나라 덴마크의 동화 같은 이야기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겉그림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겉그림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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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 기자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정말이지 동화처럼 들린다. 무엇보다도 덴마크인들의 삶엔 여유가 넘쳤다. 그도 그럴 것이 덴마크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온 사회가 빈틈없이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덴마크엔 병원진료비가 없다. 게다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주치의의 돌봄을 받는다. 초등학교 7학년까지는 점수를 매기는 시험이 없다. 8학년부터는 점수를 매기지만 이 때도 등수를 가르는 일은 없다. 9학년까지의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나면 대부분이 집을 떠나 1년간 '에프터스콜레'라는 인생설계학교를 다니면서 앞으로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아갈지 찬찬히 고민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40% 정도가 종합대학에, 40%는 교사 전문학교, 목수 전문학교, 등 여러 직업학교에 진학한다. 대학까지의 교육비는 없으며, 대학생들에겐 매달 우리 돈으로 120만 원 정도의 생활비까지 나온다. 부모와 같이 사는 대학생에게도 그 절반이 주어진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가족과 사회는 그를 편견 없이 바라보며, 소득의 차이도 크지 않아 누구든 부족함 없이 누릴 수 있다.

직장을 잃어도 2년간 나라에서 임금에 맞먹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많은 회사들이 이사회의 절반을 평직원으로 채우고 있어 노사 간 동등한 협력관계와 문화가 자연스럽게 유지된다. 50만 명이 사는 수도 코펜하겐에서 직장인들이 출근에 들이는 시간은 평균 15분에 불과하며, 이들 가운데 약 35%는 자전거를 마음 놓고 이용한다.

믿기지 않지만 오 기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덴마크의 동화 같은 풍경들이다.

"덴마크인들은 자기 인생을 어떻게 살지 여유를 두고 스스로 선택합니다. 국가와 사회가 그런 환경을 보장해줍니다. 대표적인 예가 에프터스콜레죠."


덴마크인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바결 딱 한 가지를 꼽아보라는 질문에 대해 오 기자가 내놓은 답이다. 그의 말대로 덴마크인들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열여섯 살 때부터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언제든 하던 일을 멈추고 인생설계를 위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인생설계학교와 시민자유학교를 비롯해 잘 갖춰진 평생교육제도와 더불어 2년간 최소 200만 원 이상 국가가 지급하는 든든한 실업보조금 덕분이다.

17살 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부터 40년간을 줄곧 식당에서 일해 왔다는 쉰여섯의 웨이터부터, 부모의 품을 떠나 1년간 '인생설계학교(에프터스콜레)'에 다니고 있는 열여섯의 청년에 이르기까지 오 기자가 만난 이들 가운데 누구 하나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쫓기듯 일자리를 찾거나 남에게 등 떠밀리듯 중요한 삶의 선택들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인간다운 존엄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기본 소득이 보장될 뿐 아니라 임금 차이도 크지 않다. 2010년 기준 덴마크에서 가장 부유한 10%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가장 가난한 10%의 그것보다 5.3배가 많을 뿐으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그 차이가 가장 적다. 우리나라에선 10.5배나 차이가 난다. 70%에 달하는 노조조직율과 높은 수준의 사회연대의식이 덴마크의 노동자들을 단단하게 묶어주고 있는 점도 이들의 자유로운 직업 선택과 여유로운 인생설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동화의 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렇다면 학교는 즐겁고 일터는 자유로우며 공동체엔 신뢰가 넘치는 덴마크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덴마크에는 150여 년에 걸친 '깨어있는 시민 만들기'가 있었다. 오랜 세월을 투자했고, 리더가 있었으며, 리더를 신뢰하고 따라준 시민들이 있었다."

오 기자가 찾은 비결이다. 19세기 중반 목사이자 시인이자 정치가이기도 했던 그룬트비가 농민학교를 만들어 '깨어있는 농민'들을 길러내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행복한 덴마크의 씨앗이 되었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농촌사회에서 협동조합 운동이 시작되고 들불처럼 번져나가면서 협동과 연대를 기반으로 한 신뢰와 혁신의 문화가 싹텄다. 여기에 달가스가 이끈 국토개간 운동은 잇따른 전쟁으로 대부분의 영토를 잃은 덴마크인들에게 우리 안에서부터 희망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와 의지를 심어주었다.

정치의 역할도 빠질 수 없다. 농민들이 이끈 농민학교 운동, 협동조합 운동 그리고 국토개간 운동의 흐름은 깨어있는 노동자와 깨어있는 시민을 낳는 데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20세기 들어 농민들 중심의 벤스트레(덴마크 자유당)와 노동자 중심의 사회민주당을 통해 덴마크 정치를 주도하며 오늘날의 덴마크를 건설해냈다.

오 기자는 이 모든 것이 '시민들의 자각'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왕이 주도한 전쟁에서 패한 뒤) 왕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대한민국의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묻는다.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여야 정치인에게 내일이 오느냐고 묻지 말자. 우리가 나서서 내일을 만들자."

다시 깨어있는 시민이 희망이다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 지음) 출간 기념 북콘서트가 17일 오후 서울 서교동 가톨릭청년회관 CY시어터홀에서 열렸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남한산초등학교 교사였던 안순억 경기교육청 장학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 지음) 출간 기념 북콘서트가 17일 오후 서울 서교동 가톨릭청년회관 CY시어터홀에서 열렸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남한산초등학교 교사였던 안순억 경기교육청 장학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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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복지국가들을 소개한 책들은 이미 많다. 그 책들이 전한 그 나라의 정치, 특히 사회민주주의 정당들과 그 지도자들이 만들어낸 드라마틱한 장면들도 인상 깊다. 하지만 주저앉고 싶을 만큼 절망적인 상황에서, 언제일지도 모르는 훗날을 내다보며 작은 씨앗 하나를 심었던 150년 전 덴마크 농민들의 모습은 그 모든 장면들보다 더 감동적이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이 책의 미덕은 덴마크라는 낯선 나라의 앞선 복지제도를 소개한 데 있다기보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가진 끝없는 잠재력을 일깨워준 데 있을지 모른다. 아마 당신도 이 책을 덮는 순간부터 덴마크란 이름에서 '인어공주'가 아닌 '농민과 시민'을, '안데르센'이 아닌 '그룬트비'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는 무척 열심히들 살고 있다." 그렇다. 우리들 모두는 지나칠 만큼 열심히 일하면서도 작은 여유조차 마음 놓고 누리지 못한다. 조금만 더 열심히 일하면, 그리하여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우리 삶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도 갖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 사회 어딘가에 믿고 기댈만한 사회운동세력이나 정치집단이 뚜렷하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같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면 당신에게도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아마도 오연호 기자도 당신만큼의 간절한 물음을 품고서 쓴 책일 테니까 말이다. 정말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덧붙이는 글 |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 오연호 (지은이) | 오마이북 | 2014년 9월|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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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현장연구센터장입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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