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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했던 저희 제자들은 안타까운 마음들을 모으면서 마땅히 못해 본 일을 한 번 해보고자 나섰습니다. 무시로 선생님 댁에 쳐들어가 숨겨졌던 시편들을 찾아내고, 선생님의 해석과 주석을 강요하다시피하면서 오랫동안 선생님을 괴롭혀 드렸습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죽당 전용국 선생
 죽당 전용국 선생
ⓒ 전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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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유학을 실천하며 선비로 살아온 죽당 전용국(사진) 선생의 제자모임 탁마회(琢摩會) 강우형 회장이 <죽당한록(竹堂閒錄)> 출판기념회에서 한 경과보고 내용 중의 일부다.

유학자는 살아오면서 충남 예산의 풍경과 충절, 세상사 희로애락의 감회를 술회한 자작시편들도 꾸준히 지었지만 그것을 책으로 엮어낼 마음이 없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선비는 글을 읽고 마음을 수양해 글로써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자들은 이 시대에 한시를 지으며 도를 실천하고 사는 스승의 가르침을 자신들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과 후세들에게도 널리 알려야할 의무를 느껴 마다하는 스승을 졸라 300여편의 귀한 시를 책으로 묶어냈다.

죽당 선생은 "세상에 떳떳한 도가 없으니 백성은 떳떳한 행실이 없고, 시골에도 떳떳한 윤리가 없으니 사람마다 다 잘난체하며 세상이 어지럽고, 풍속이 문란하니 바른 선비는 말을 하지 못하는도다. 이런 날에 청아한 심정으로 읊는 시운들을 스스로 모으고 서문을 쓰는 것은 가히 우습고 한심가책할 만한 일이다"라며 겸양의 모습을 보였다.

그의 이런 성품은 책의 제목을 결정하는데도 나타났다. 당초 제자들은 시선(詩錄)이라고 정했으나 죽당 선생이 "내 글은 천견박식(淺見薄識)에서 나왔으니 천록(淺錄)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해 결국 한록(閒錄)으로 최종 합의했다고 한다.

예산지역 마지막 선비라 일컬어지는 죽당 전용국 선생은 유도회(儒道會)덕산지부회장, 예산문화원 이사 겸 부원장, 덕산향교 전교, 신양 도산서원 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추사휘호대회 명제 출제, 각종 전통문화행사 진행의 자문역할을 해왔다.

또 문화원 한학반에서 20년동안 명심보감, 소학, 대학, 중용, 맹자, 논어 등 맹자와 공자의 도를 가르쳐오고 있다.

예산문화원 김시운 원장은 발간사에서 "선생의 경륜에서 우러나 평생을 읊으신 한시 300여수를 모아 예산 서정의 고전문학을 선보여 드리게 됐다"면서 "선생의 시는 순간 떠오르는 시상에 머문 것이 아니라 성리학적 철학 이념을 바탕으로 평생을 통해 고전에서 얻은 진리와 함께하는 한시이기에 향토사적 의미 또한 지대하다. 우리지역 한문학 수준을 알리고 교육적 사료로 삼는데 더없는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시집출간비용은 예산군이 예산문화원에 지원했으며, 제자들도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8월 29일 열린 출판기념회 비용을 마련했다.

죽당한록
 죽당한록
ⓒ 전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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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 우음 기사 신정
(元旦 偶吟 己巳 新正)
順天却忘貧 순천각망빈
知分心無貧 지분심무빈
風月於斯足 풍월어사족
豈爲取用貧 기위취용빈

자연에 순응하면 가난도 잊고
분수를 알아가면 마음이 가난치 않아
풍월은 이속에 넉넉히 남아있으니
어이하여 취해 씀이 빈궁해질까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전용국 선생, #죽당한록, #죽당 선생, #선비,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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