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분, 일본 주장 미야마의 중거리슛을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잡아내는 중국 문지기 왕 페이

52분, 일본 주장 미야마의 중거리슛을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잡아내는 중국 문지기 왕 페이 ⓒ 심재철


김숙희(한국) 주심의 종료 휘슬이 길게 울렸다. 일본 선수들이 나란히 서서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할 때 일부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고는 한참이나 들지 못했다. 그만큼 이기지 못한 아쉬움이 짙게 남은 경기였던 것이다.

사카키 노리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일본 여자축구대표팀이 15일 밤 8시 인천 남동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B조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일방적인 공격을 펼쳤지만 득점 없이 비겼다.

FIFA 랭킹 3위 일본, 당황하다

전반전이 끝난 직후 중국 문지기 왕페이는 동료들과 함께 곧바로 라커룸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코치가 그녀를 막아서며 골킥의 부정확성에 대해 꾸짖고 있었기 때문이다. 왕페이의 골킥은 두 번이나 왼쪽 옆줄을 벗어나는 것도 모자라 하오웨이 감독이 앉아 있는 벤치로 날아들었다.

그런 왕페이가 후반전에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칠 줄은 몰랐다. 킥 능력은 좀 떨어지지만 순발력 하나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문지기였다. 일본 선수들은 결국 왕페이의 벽을 넘지 못해 고개를 떨군 것이었다.

 일본 미드필더 가와스미의 결정적 기회를 막아내는 중국 문지기 왕페이

일본 미드필더 가와스미의 결정적 기회를 막아내는 중국 문지기 왕페이 ⓒ 심재철


전반전 중반부터 일본 여자축구의 위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19분, 미드필더 나카지마 에미의 왼발 중거리슛이 중국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보였지만 중국 문지기 왕페이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왼손 끝으로 기막히게 쳐냈다.

40분에도 일본의 역습은 중국 수비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여기서 가와스미의 단독 드리블이 이루어지며 손쉽게 선취골을 뽑아내는 듯 보였지만 골문을 박차고 달려나온 왕페이의 과감한 몸놀림에 몸을 움츠리며 공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렇게 결정적인 두 차례의 기회를 골로 만들어내지 못한 일본은 후반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을 전개하며 만리장성을 넘고자 했다. 하지만 그녀들 앞에 선 문지기 왕페이의 벽이 그렇게 높은 줄 몰랐다.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 랭킹 3위에 올라 아시아권에서는 유일하게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13위 중국을 너무 쉽게 본 탓이었을까?

 일본의 주장 미야마의 드리블을 압박하는 중국 선수들

일본의 주장 미야마의 드리블을 압박하는 중국 선수들 ⓒ 심재철


중국 문지기 왕페이의 높은 벽 실감

후반전에는 일본의 측면 공 돌리기가 더 날카로웠다. 그러나 문제는 슛을 퍼부어도 정작 열리지 않는 중국의 골문에 있었다. 전반전에 어느 정도 눈치를 챘지만 중국 문지기 왕페이의 순발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52분, 일본의 주장 미야마 아야가 오른발 중거리슛을 시도했을 때 공이 중국 수비수 몸에 맞고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왕페이는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날렵하게 공을 잡아냈다. 일본 선수들 입장에서는 보고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로부터 2분 뒤 일본 골잡이 마쓰야 리카도 회심의 왼발 중거리슛으로 골문 오른쪽 구석을 노렸다. 하지만 이 공도 왕페이가 가볍게 날아올라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쳐냈다. 이에 일본 선수들은 인천의 초가을 밤하늘을 쳐다보며 원망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78분에는 골대 불운도 겪어야 했다. 미야마와 함께 더블 플레이 메이커로 일본 공격의 실질적 출발점 역할을 맡고 있는 미드필더 사카구치 미즈호가 강력한 왼발 슛을 터뜨렸지만 중국 골문 크로스바에 맞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문지기의 벽도 모자라 골대도 그녀들을 외면한 셈이었다.

 중국 미드필더 슈얀루의 역습 드리블

중국 미드필더 슈얀루의 역습 드리블 ⓒ 심재철


이렇게 좋은 득점 기회를 무산시킨 일본은 이후 시간에 중국의 역습에 시달리며 오히려 패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중국의 미드필더 슈얀루는 비교적 이른 시간인 37분에 교체로 들어왔는데 오른쪽 측면을 잘 활용하여 일본 수비를 끝까지 괴롭히는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이렇게 두 팀이 첫 경기를 득점 없이 비기는 바람에 B조의 남은 일정이 더욱 복잡하게 꼬였다. 이보다 앞서 열린 요르단과 차이니스 타이페이의 경기도 2-2로 비겼기 때문에 승점 및 골 득실차를 따지는 일이 더 어렵게 된 것이다.

이제 일본은 오는 18일 저녁 8시 같은 장소에서 요르단을 상대하며 중국도 같은 날 낮 2시에 차이니스 타이페이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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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B조 경기 결과(15일 남동럭비장)

★ 일본 0-0 중국
★ 요르단 2-2 차이니스 타이페이

◎ 2라운드 경기 일정
☆ 중국 - 차이니스 타이페이(9월 18일 14시 남동럭비장)
☆ 일본 - 요르단(9월 18일 20시 남동럭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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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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