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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의 위상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제1 야당의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던 정치인이 세 번에 걸쳐 심각한 정치적 실책을 연이어 범한 뒤 강력한 비판에 직면하자 탈당 카드를 내민 것은 매우 비상식적인 행동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어떤 반응일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당 최고 위치에 올랐던 정치인이 자신의 과오에 대해 '내 탓이오'를 하지 않은 채 외부와의 연락을 끊으면서 단기적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소속 정당은 물론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다.  

엊그제까지 야당의 진로를 결정할 막강한 위치까지 올랐던 당사자가 심각한 정치적 과오를 저지른 것에 대한 자기 반성의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전체 정치권이 보여주고 있는 무책임 정치의 결정판이다.

 

왜 이지경이 되었을까? 혹시 현 사태는 그 개인만의 일에 그치지 않고 그가 몸담았던 정당의 부정적인 속성이 폭발적으로 드러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그가 이 지경으로 되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그가 조직 내에서 과거에 그랬던 것과 같은, 어쩌면 체질화된 당내 논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제1 야당의 논의 구조 등이 심각한 상태가 아닌가 하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여당과 밀실 야합을 두 차례나 벌여 세월호 유가족 등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히는 과오를 저지른 데 이어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문제에서 또 다시 덜컥수를 두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는 당내에서 일정 부분 논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주목된다.

 

그가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여당과 막판 협상에서 유가족 등의 염원을 깔아뭉갠 것은 야당이 지난 수년간 시민단체 등과 민주화 관련 입법 투쟁에서 공동보조를 취하다가 막판에 등을 돌리면서 여당과 주고받기 식 협상 타결을 하는 모습과 아주 닮은꼴이다. 그는 자기가 야당에서 배운 것을 실천했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야당의 정치적 태도가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을 자초한 것이라는 점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 

 

큰 파문을 몰고 온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문제도 박 원내대표는 문재인 의원 등 당내 중진 의원들과 나름대로 협의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기본적으로 당의 정체성 강화나 영입 대상 인물이 지닌 정치적 상징성 등을 바탕으로 한 영입 타진 원칙이 우선되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큰 부분이다.

 

현직 대통령 만들기에 진력한 인사에게 당 지휘봉을 맡기는 것이 어떤 정치적 의미인지에 대해 박 원내대표나 당 중진들이, 거센 반발이 제기되기 전까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그냥 보아 넘기기 어렵다. 특히 영입 문제에 대해 박 원내대표가 '왜 나한테만 책임을 묻는거냐'하는 식의 반발을 할 때까지 관련된 중진들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점도, 보기에 따라서는 너무 심각한 당 체질이다.

 

박 원내대표를 높은 자리에 추대했던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어떻게든 탈당만은 막아야 한다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국민의 눈에는 한심한 3류 정당의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정치는 상대가 있는 법, 새정치연합의 내홍 사태는 세월호 특별법이나 여권의 증세 관련 공약 파기와 같은 주요 사안을 송두리채 삼키는 블랙홀이 되면서 현재의 정국 경색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 뒤집어쓰는 형국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틀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당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당에 남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가 큰 반발에 부딪히자 내놓은 탈당 가능성 언급은 네 번째 '덜컥 수'라 하겠다. 자신을 키워주고 최고의 지위까지 오르게 한 조직에 대해 등을 지겠다고 하는 태도는 책임지는 정치인과는 거리가 너무나 먼 그런 모습이다.

 

여야 불문하고 이 나라 정치권이 체질 개선은 물론 자체 개혁과는 너무 거리가 너무 먼 모습만을 보여 왔는데 제1 야당에서 그 모순이 폭발적으로 터진 것은 의미심장하다. 집권당과 청와대가 잘해서가 아니라 야당이 너무 문제가 심각해서 상대적으로 잘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세간의 넋두리를 야권은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박 원내대표의 연이은 덜컥 수 행동과 그에 대한 당의 대처 등은 너무 실망스럽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에 실렸습니다.


태그:#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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