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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염원하는 목회자 304인 철야기도회가 광화문 광장에서 9월 15일 열렸다.
▲ 목회자 304인 철야기도회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염원하는 목회자 304인 철야기도회가 광화문 광장에서 9월 15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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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월) 오후 8시,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개신교 목회자들이 모여 16일 오전 11시까지 이어지는 철야기도회를 시작했다.

이 기도회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염원하는 기독인 모임' 주최로 이루어졌으며, 세월호 참사로 숨진 304인을 상징하는 '목회자 304인 철야기도회'로 모인 것이다.

9월 15일 오후 8시에 시작한 기도회는 16일(화) 오전 11시까지 이어진다.
▲ 목회자 304인 철야기도회 9월 15일 오후 8시에 시작한 기도회는 16일(화) 오전 11시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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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숨진 304명을 상징하는 목회자 304인 철야기도회에 참석중인 목회자들
▲ 목회자 304인 철야기도회 세월호 참사로 숨진 304명을 상징하는 목회자 304인 철야기도회에 참석중인 목회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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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모인 목회자들은 오후 8시 이승열 목사(NCC세월호 대책위원장)의 인도로 결단예배를 드렸다. 이번 철야기도회는 오후 8시 결단예배를 시작으로 자정예배, 새벽예배, 파송예배로, 16일 오전 11시까지 이어진다.

참석자들은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요청입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과 처벌의 과제를, 세월호 이전과는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더 이상 정치권에게 미루지 않겠다는 결단의 기도를 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304인의 목회자들은 끝까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할 것이며 새로운 문명을 열고자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할 것임을 밝히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15일(월) 광화문 광장에서 모인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염원하는 목회자 304인 철야기도회
▲ 목회자 304인 철야기도회 15일(월) 광화문 광장에서 모인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염원하는 목회자 304인 철야기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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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세월호 참사 5개월이 지났지만, 세월호 진상규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304명의 희생자와 10명의 실종자,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 목회자들은 철야기도를 통해 유가족들의 상한 마음을 위로해 주시기를 간구하고, 특별법이 제정되기를 위해 합심 기도했다.

철야기도회에 참석한 목회자 304인은 세월호 참사로 숨진 304인을 위해 기도했다. 나는 단원고 제세호 군을 위해 기도했다.
▲ 목회자 304인 철야기도회 철야기도회에 참석한 목회자 304인은 세월호 참사로 숨진 304인을 위해 기도했다. 나는 단원고 제세호 군을 위해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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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에서는 철야기도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에게 세월호 참사로 숨진 이들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나눠주었다. 특별히 그들과 유족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304인의 목회자들은 세월호 참사로 숨진 이들과 유족들과 실종자,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기도했다.

개인적으로 기도하게 된 단원고 제세호 군, 지난 5월 26일 <법보신문>에 아버지 제삼열씨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 실렸었다. 그 편지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사랑하는 내 아들 세호야!
사고 나는 날 팽목항에 도착했을 때,
엄마가 우리 호야는 수영을 잘하기 때문에 분명히 헤엄쳐서 돌아 올 것이라고 우는데,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게 너무 없어서 내 마음은 찢어지게 아팠다.

이건 아닌데….
그래도 꼭 돌아 올거라 믿었기에 엄마 아빠는 3일 밤낮을 널 기다렸단다.
혹시나 기적이, 아니 꼭 돌아와 주길 믿었기에….

호야 걱정 말거라!
너는 아니 너의 친구들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일찍 좋은데 간 거야.
엄마 아빠가 나름 너한테 최선은 아니지만 잘 해줬다고 생각하면서도,
못해준 게 너무너무 많아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고 아리고 아린다.
호야 다음 생에는 우리 다시 만나지 말자.
더 좋은 부모만나 행복했으면 좋겠어.
정말 미안하구나, 너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해서.
하지만 하나만 믿어주라.
너가 내 아들이여서 너무 행복했다.
만약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조금 더 아주 많이많이 사랑해 줄게.

세호야 알지?
아직 열아홉 명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라.
사랑한다 아들아. 2014년 5월 26일자 / 법보신문 인용

지난 추석때 담은 보름달, 한국교회는 정녕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는 것인지 반성하고 회개해야 할 때다.
▲ 십자가 지난 추석때 담은 보름달, 한국교회는 정녕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는 것인지 반성하고 회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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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사정으로 철야기도회 전체를 참석하진 못했고, 결단예배만 참석하고 참가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기도회를 마치고 돌아왔다. 기도회에는 목회자들뿐 아니라 신학생과 일반시민들도 함께 했다.

그들은 어두운 세상의 빛과 썩어가는 세상의 소금이길 바라는 이들이었다.

그곳에 모여 기도하는 이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불야성을 이루는 십자가, 수많은 교회와 목회자와 교인, 예수천당 불신지옥이 울려 퍼지지만, 예수의 정신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물론, 철야기도회 참석여부만 놓고 판단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5개월이 지나도록 이토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지지부진하고, 책임을 져야할 이들이 오히려 유족들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게다가 일베들과 어버이 연합 등 일반의 상식으로도 비인간적인 병적인 행동들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시점에서 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최소한 교회가 빛과 소금이려면,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상처들의 원인과 그것을 치유하기 위한 행동에 돌입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에 대해 침묵한다는 것, 그것은 정치적인 일이므로 종교적인 것과는 관계가 없다는 태도, 정치중립을 이야기하면서 약자의 논리가 아니라 힘 있는 자의 논리를 지지하는 일들이 과연 성서의 정신인가?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가 세월호에 대해 침묵한다면, 스스로 빛과 소금이기를 포기하는 일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의 광야와도 같은 광화문 광장에 모여 철야기도회를 하는 목회자들이야말로 양심을 지키려는 목회자들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광장에 나와 기도하는 목회자들의 강단에서 최소한 세월호의 진실은 설교될 것이며, 그 설교를 듣는 교인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유족들의 주장에 대해 왜곡되지 않은 진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종교적으로 죄를 짓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도둑질을 하는 등의 법적인 혹은 윤리적인 것들을 지켰다는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왜곡된 사실을 사실로 알고, 불의한 자들의 편이 된다면 그것이 죄요, 침묵하지 말아야 할 곳에서 침묵하는 것이 죄다.

우리는 "예와 아니오"를 분명하게 밝혀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선택한 "예와 아니오"는 옳거나 그른 것, 둘 중의 하나며, 이런 시대에 목회자로 산다는 것은 "예"할 것과 "아니오"할 것을 분명하게 보고, 교인들에게 선포하는 사명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목회자 한 사람의 생각이 중요한 까닭이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듯한 한국교회,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었던 갑들의 잔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 갑들의 잔칫상을 풍성하게 해주는 데 일조하는 교회는 더는 빛과 소금이 아니라 무너져 버려야할 바벨탑이다.

나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제세호 군이 누군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으며, 그가 죽은 뒤 5개월이 넘도록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지 못한 것은 명백한 나의 죄과다. 조금이라도 그 미안함을 씻기 위해 광화문 광장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유족들을 위로하고, 나도 당신과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확인하며 나도 위로를 받는다. 나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구나 싶어 안도하게 되는 것이다.

종교의 이름을 내세워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이 비수를 꼽는 이들도 많다. 그건, 종교가 할 일이 아니다. 이 시대의 종교, 지금 대한민국에서의 종교는 무조건 세월호 유가족들의 편이어야 한다. 중립이 아닌 당파성이 필요한 때다. 그 당파성에서 가난한 이들의 편인지, 부자들의 편인지에 따라 진정성 여부도 달라질 것이다. 시대가 악한 이유, 진리를 따라 살아가는 이들은 적고 그렇지 않은 이들이 많은 까닭이다. 여전히 우리 시대는 악하지 아니한가?

304인, 비록 적은 숫자지만, 상징적인 숫자라 생각한다. 그들의 싸움은 옳기에 반드시 이길 것이다. 그들의 요구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고난 중에 있는 유족들을 위한 것이기에 반드시 이뤄질 것이며, 그들의 요구가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옳은 요구이므로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태그:#세월호, #목회자 304인, #철야기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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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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