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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교육감이 오자마자 아이 시험이 없어졌대. 엄마들 걱정이 많네. 괜찮을까."

초등 6학년 아이의 엄마답게 아내는 최근 학교의 변화에 민감하다. 이 말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지켜보라고 말할 뿐 어떤 정확한 답을 해줄 수 없다. 그런 가운데 두 권의 책이 눈에 띄었다.

그 책은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 저)와 <삶을 위한 학교>(스미즈 미추루 저)다. 두 권의 책은 우연히 모두 덴마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실 북유럽 국가의 교육 모델이 생소한 것은 아니다.

행복지수 1위 국가 덴마크에 대한 전반적 고찰이다
▲ 오연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지수 1위 국가 덴마크에 대한 전반적 고찰이다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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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의 부각으로 시작된 네덜란드 교육에 대한 관심, 교사연수 전문기업인 에듀니티의 핀란드, 스웨덴 교육에 대한 관심을 봤기에 생소하지 않다. 하지만 덴마크의 교육을 살펴볼 기회가 없었는데, 두 책이 한꺼번에 눈에 띄었다는 것은 작지만 소중한 인연같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책은 그가 최근 모든 세포를 덴마크에 모아놓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오 대표가 인구 560만 명의 덴마크에 빠진 데는 덴마크가 전세계에서 행복지수 1위 국가라는 것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그 연원에는 이런 부러운 지수의 대척점에 한국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 십수위 권의 경제력을 가진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뒤에서 1~2위를 다투고, 자살율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런 부정적인 수치는 단순히 수치에 머물지 않고, 낮은 출산율이나 후진적인 대형사고, 종잡을 수 없는 국가 시스템 등으로 그 심각도를 더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복지수 1위 국가는 무엇이 다른가'는 저널리스트가 아니라도 꼭 던지고 싶은 질문이었을 것이다.

필자는 실제로 덴마크에 깊숙이 빠져서 덴마크를 찾았고, 온전히 이 책 안에 담았다. '행복'이라는 키워드 안에 일터와 사회, 학교를 읽어내고, 그 역사적 배경까지 정리했다. 또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정리해, 대안까지 찾는 노력을 했다. 필자는 이를 자신은 물론이고, <오마이뉴스>라는 일터에까지 적용하고자 하는 포부를 선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낯선 덴마크의 시스템은 50%에 달하는 세금을 바탕으로 한 복지국가 모델이다. 사실 모델에 따라서는 80%를 세금으로 부담하는 공동체들이 넘쳐나는 이 나라의 배경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후반부에 나오지만 그 배경에는 <삶을 위한 학교>에서 소개하는 덴마크의 자유학교 모델이 근저에 있다.

시미즈 미츠루의 '삶을 위한 학교' 표지
▲ 시미즈 미츠루의 '삶을 위한 학교' 시미즈 미츠루의 '삶을 위한 학교' 표지
ⓒ 녹색평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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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덴마크 모델을 적용하는 역할을 하는 일본 그룬트비 협회 간사인 시미즈 미츠루가 쓴 이 책은 그룬트비와 폴케호이스콜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폴케호이스콜레'는 오 대표의 책에 소개되는 자유학교 모델 가운데도 고등학교 졸업 후에 주로 진행되는 '민중의 대학'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단순한 후반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 부분도 연결해 지금은 덴마크 교육 전반을 이끄는 역할을 했고, 이런 교육이 기초가 되어 덴마크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만든 이념이다.

덴마크 이해의 가장 근본에 있는 그룬트비는 1783년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공포스러운 라틴어 수업부터, 6살 연상의 기혼녀를 사랑하는 비련의 연애 시절을 거친 후 고향에 돌아와 아버지의 뒤를 이었다. 그는 기성 기독교의 질서를 비판하고, 교육과 정치를 바꾸는 역할을 시작한다.

이런 노력은 제도권 교육을 넘어서는 교육 이념으로 자리하게 된다. 여기에 척박한 땅을 개간하는 달가스의 노력으로 협동조합 운동까지 탄생해 복지국가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덴마크 역시 20세기 전쟁의 포화를 피해갈 수 없었다. 비옥한 땅의 상당 부분을 독일에 빼앗기지만 덴마크 인들은 자신을 지키면서 작지만 튼튼한 국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오 대표는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덴마크 안에 가장 주시할 점으로 탐욕이 없는 경영진과 노동조합을 강조한다. 탐욕이 없는 경영진도 있지만 더 신기한 것은 노동 유연성이 풍부한 덴마크의 노동 구조다.

10%대인 노동조합 가입률을 가진 우리나라에 비해 70%에 달하는 노동조합 가입률을 가진 덴마크가 노동 유연성이 높다는 말은 가장 모순된 말이지만 사실인 것에 주시할 수 밖에 없다. 즉 직장을 다니면서 복지시스템에 협력하니, 일을 잃어도 큰 고통이 없다.

이런 선순환 구조 속에 자유로운 직업 교육 시스템까지 있으니 사람들은 항상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 역시 상황에 따라 고용 인원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니 위험을 분산할 수 있어서 더 내실을 기할 수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도 대기업 노조, 중소기업 노조, 하청업체, 기간제 등 수많은 층위가 있어서 한 계단만 내려와도 죽을 것 같이 불행해지는 한국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는 한국이 가진 노동조합의 문제만이 아니다. 처음에 이야기한 교육 역시 한국 사회 갈등을 낳게 한다. 중등교육만 해도 수많은 층위를 갖고 있어서 계층의 장벽을 키우는 한편 대학은 변별력 없는 스펙을 키우는 고비용 구조로 전락해 젊은 세대에게 부채만 키우는 형태가 지속되고 있다.

저자는 전략적인 저널리스트 출신답게 덴마크 모델이 이 사회에서 적용 가능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미 뼛속까지 차고 든 '미국식 자유주의' 속에 이 시스템이 들어갈 수 있는지 여부다. 그리고 그 실험을 그가 경영하는 <오마이뉴스>에서도 해보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지난 선거에서 약진한 진보교육감들은 우선 학교에서 북유럽 국가들처럼 순위를 매기는 시험을 없앴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부모 가운데, 학교에서 시험을 없앴다는 것이 함유하는 의미를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시험만이 아니다. 9시 등교제를 추진하는 곳도 많은데, 우리나라는 일단 일을 벌여놓고 그곳을 토론하는 것이 부지기수다. 이런 논란 속에서 정작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학생들이다. 이 시대 아이도 교육시험의 모르모트처럼 움직이고 싶은 이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상황이 우리 언론과 묘하게 오버랩되어 비극성이 더한다. 바로 토론 프로그램의 실종이다. 과거에는 공중파에 기억할 만한 토론 프로그램이 있었고,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가 회자됐다. 유시민이나 진중권은 물론이고 보수논객들도 그런 곳에서 이야기한 것으로 기억한다. 과문한 탓인지 요즘은 그런 흐름을 본 적이 없다.

확실한 것은 덴마크 공동체나 교육 모두에서 사람들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낼 수 있는 토론이 없었다면 지금의 합의체도 불가능 했다는 것이다. 오 대표의 이번 책이 이런 흐름을 조금이라도 돌릴 수 있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4)


태그:#덴마크, #그룬트비, #폴케호이스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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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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